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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자제와 해제 사이
김덕만 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한국교통대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4/05/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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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신문
국가적 재난이 잇달아 닥친 비상 상황에서 골프·축제·음주가무 등을 자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 공직사회의 골프 운동은 사치성 및 접대성이 짙은 데다 공직기강이 해이해질 소지도 있다는 점에서 범국가적 자제 분위기 조성은 시의적절하며 이러한 조치는 사회적 계도 기능도 있어 마땅하다.

골프는 우선 한국에서 국민 정서상 사치성 스포츠다. 6·25전쟁 이래 골프는 이용료가 비싸 권력자와 일부 기업인 등 기득권층이 즐기는 귀족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골프가 대중화하는 과정에서도 국민 사이에 알게 모르게 위화감이 조성된 상태다.

대중제골프장(퍼블릭골프장) 이용료는 아무리 싼 곳도 18홀 라운드에 1인당 10만원이 넘는다. 서울 근교 회원제 골프장은 18홀에 1인당 40만 원가량(그린피·카트비·캐디피·식비 등 포함)에 달한다. 10억원이 넘는 회원권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대중제골프장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3만~4만원이면 1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골프를 일반 스포츠로 보는 서구 문화와는 인식 차이가 크다고 하겠다.

골프를 자제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로 로비성 접대 문화를 들춰내지 않을 수 없다. 부패방지 기구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정·운영하는 공직자 행동강령(대통령령)은 직무 관련자로부터 제공받는 골프 접대를 ‘향응’으로 분류해 금지하고 있다. 접대 범위에는 직접 골프를 치는 행위 말고도 직무 관련자에 대한 예약 및 요금 할인 요구·요청도 포함되며 위반시에는 형사 처벌 등 중징계를 받는다.

그런데도 골프장마다 공직자들이 골프 접대를 받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공직자들이 자신을 감추기 위해 골프 가방에 달린 이름표(태그)에 본명보다 가명을 쓴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순수한 스포츠 활동으로 즐겨야 할 골프가 한국에서는 접대 및 로비 수단으로 변질한 지 오래다.

셋째, 골프산업 발전과 고용 창출을 저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각 분야에 따라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 요즘 요식업소 출입 자제와 잇따른 축제 취소는 해당 업종 종사자들의 생계에 커다란 타격을 주고 있다. 축제시기에 맞춰 팔아 보려고 애써 수확한 산나물과 채소 등 농산물을 내다 버려야 하는 농부들의 가슴도 타들어 가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사회 곳곳에서 국가적 재난을 감안해 함께 고통을 감내하자는 분위기가 앞서 있다. 다만 불황의 늪에 빠진 골프업계의 애로 사항을 청취해 이참에 세제 혜택이나 행정 지원 같은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검토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넷째, 공직사회의 골프 자제령에는 국가기강 확립의 상징적 의미도 내재돼 있다. 역대 정권에서도 비상시국에 골프 자제령이 자주 내려졌지만 해제 조치는 거의 없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골프를 치라’고 해제하면 ‘접대 골프도 가능하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사정기관으로서는 접대골프 금지의 실효성과 더불어 암묵적 기강 확립 효과를 노리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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