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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7] 현대철학의 속 앓이
강신주 문사철 기획위원회 위원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6/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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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주 문사철 기획위원회 위원     © 화성신문

우리가 철학이나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앞서 산 사람들과 같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과학에서는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경험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태어나기까지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의 잠깐 세월이 수 억년동안 진화한 계통과 같이 물속에서 살던 양서류가 육지에 올라 숨을 쉬기까지의 과정을 순식간에 경험하는 것이다. 과학에서는 개체발생이 계통발생 체험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얘기한다. 수많은 시간을 통해서 진화해 온 삶의 궤적을 압축해서 경험하며 태어난다는 것이다.

 

대학에서부터는 배움이 달라져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까지도 흉내만 내고 산다. 나는 화학을 전공했는데 석사과정부터 철학을 공부했다. 대학교까지 배우는 것은 대부분 30년 전의 내용을 배운다. 대학에서는 대부분 7년 전의 지식을 배운다. 박사과정에서는 3년 전의 지식을 배운다. 그래서 책은 항상 늦다.

 

우리가 지나간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맹자나 앞서 살아간 철학자 등이 한 얘기를 그대로 따라 말하거나 위인들이 한 얘기를 고상한 척 써먹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공부하는 이유는 앞서간 철학자들의 지식을 배워서 본인 이야기를 하기위한 것이다. 인문학의 출발은 우리 모두가 Author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남이 발언한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발언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저자가 되는 것이다. 인문학을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똑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사용할 때 권위가 있는 것, Authority(저자임)이다. 서양에서는 ‘신’만이 저자이다. 기독교에서는 자기 의지대로 살지 않는다.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는 것은 유일한 저자인 독재자가 죽었다는 것이다. 싯다르타는 글을 안 썼다. 주변의 제자들이 기록한 것이다. 성경 복음도 예수가 말하고 행한 것을 제자들이 기록한 것이다. 우리가 역사와 철학,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기존의 지식을 배워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는 것임을 잊지 말자.

 

우리가 인문학을 하는 이유는 “인간을 존중할 수 있고, 남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것” 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척 하려고 배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배운 티를 안내는 것이 최고의 고수다. 현대사회는 한마디로 “경쟁력”으로 대표되는 사회다. 대학생들이 스펙을 쌓는 것도 사실은 경쟁력을 갖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자격증이 그 사람의 실력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컴퓨터는 잘 하지만 인간관계는 많이 부족하다. 경제학적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생각이 짧다는 것이다. IMF이후 가장 놀라운 변화는 우리나라 기업, 가정 모두 부채 비율이 현격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분기별, 반기별, 일년의 실적을 중요시한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다보니 부채를 끌어와서 무리하게 투자를 계속하고 빠른 이익창출을 도모한다. 가정에서는 아이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 사교육에 많은 지출을 하고, 아파트 투자불패라는 생각으로 담보대출을 떠안으면서도 무리해서 비싼 아파트로 이사를 간다.  

 

인문학과 철학은 길게 보는 것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감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다. 감나무는 10년이 지나야 열매를 맛 볼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바심 내지 말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고 다만 아이가 힘들어 할 때 그때 잠깐 울타리가 되어주면 된다. 아이가 어릴 때 부모가 놀아주지 않으면 나중에 아이가 부모랑 안놀아 준다. 아이와의 인간관계를 돈으로 해결하면 우리가 나이들어 늙었을 때 아이도 돈만 보내고 안온다. 아이들과 여행을 가서 텐트치고 힘들게 여행을 해보면 대부분은 그 아들이 나중에 여러분에게 진짜 잘한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도 의무감으로 보내면 안된다. 아이는 어떤 상태로든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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