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특별연재] 화성시의 산(14) - 서학산, 잊혀진 조상을 생각하는 오솔길
이경렬 시인, 화성지역학연구소 연구위원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7/09 [15:18]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이경렬 시인, 시인. 화성지역학연구소 연구위원     ©화성신문

팔탄면 구장리 앞의 너른 들판을 ‘앞들’ 또는 ‘벌말’이라고 부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벌말은 지금의 발안 수목원 앞의 마을이름을 지칭하는 것이고 앞들은 구장리 앞에 펼쳐진 논을 이르는 말이다. 이 앞들 끝에 굽이쳐 흐르는 발안천이 있고 그 너머에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산이 바로 서학산이다. 발안 방향에서 보면 장짐리 뒷산 또는 화성중고등학교 뒷산이라 하면 더욱 알기 쉽다.

 

서학산은 여러 이름으로 전해진다. 산세가 원만하여 ‘스락산’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지만 슬슬 올라갈 수 있는 산이라서 스락산이라 하다가 한자 표기의 필요성에 의해서 ‘서학산’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산속의 이정표에는 ‘서한산’이라고도 적혀 있는데 모두 비슷한 어감을 갖고 있다.

 

능선은 대체로 숲길이나 이따금씩 바위가 비죽이 나타나며 정상에는 병풍같은 멋진 모습으로 바위가 솟아 있다. 구장리 방향인 북쪽 사면은 비교적 경사가 심하며 응달이라 습한 지역이나 바로 아래에 발안천이 흐르고 있어 여름에는 매우 시원한 곳이다. 그래서 약수터가 있고 발안삼림욕장이 개발되었다. 

 

서학산의 남쪽은 가재리와 장짐리 마을이 있다. 가재리는 분투골, 동막골, 암노틀골 등의 골짜기가 남향으로 분포되어 있고 장짐리 쪽은 어르심골, 장짐이들, 당너머라는 마을이 있다. 장짐이들은 매우 넓은 논과 밭이 많으나 점차 공장과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어르심골 아래에는 장짐이 저수지가 있어 낚시도 할 수 있으며 당너머에는 약수터가 있다.

 

등산로는 잘 정비된 오솔길과 계단, 이정표가 있어 편리하다. 종주를 하려면 포승향남로의 가재교차로 옆에 순흥 안씨 대종중 회관이 보인다. 이 앞을 지나면 동막골에서 암노틀길로 넘어가는 고개마루(약수 터길)에 이정표가 서있다.(정상 1.84km, 가재리 0.34km) 여기서 출발하면 편안한 길이 나오고 곧바로 순흥 안씨 묘역이 나타난다. 천천히 10분쯤 걸으면 가재리 방면 기슭에 산불의 흔적이 나타나고 조금 고개를 오르면 구장리 약수터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여기 이정표에는 정상 1.32km라고 적혀 있다. 

 

구장리 약수터에서 출발하려면 발안산림욕장 주차장에서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여름철 장마가 심하면 건널 수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건너면 바로 약수터의 물이 시원하게 쏟아지고 오른쪽으로는 산책로가 있어 편하게 숲길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약수 한 잔 마시고 밀성 박씨 가족묘를 지나 나무 계단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가재리에서 출발한 능선과 만난다. 

 

계속 전진하다보면 벤치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고 고인돌처럼 생긴 의자 모양도 있어 쉬엄쉬엄 갈 수가 있다. 500미터쯤 가면 갈라지는 길이 나오는데 장짐리(어르심골)로 하산하여 저수지로 나가는 곳이다. 또 조금 더 가면 들마루(데크)가 보이고 바로 서학산 정상(142.7m)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바위가 비죽비죽 솟아 있어 마치 높은 산에 온 느낌을 주고, 한 옆에 야외용 탁자도 설치되어있으며 최근에 완공된 팔각정이 높이 솟아 있다. 팔각정에 오르면 사방이 모두 조망된다. 북쪽의 구장리와 앞들, 철마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화성의 진산인 건달산이 우뚝하다. 서쪽으로는 오두산과 오두 지맥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멀리 서해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남쪽으로는 발안 시내와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서해대교와 그 너머의 충청남도 아산의 영인산까지 아스름하게 보인다. 동쪽으로는 당연히 서봉산과 방울산, 덕지산으로 이어지는 지맥이 훤히 뻗어 있다.

 

정상에서 더 전진하면 오른쪽으로 발안수목원으로 내려가는 길과 왼쪽으로 장짐이로 내려가는 사거리를 만난다. 수목원으로 내려가면 벌말이고 장짐이로 내려가면 약수터가 있는 곳이다. 출발지를 약수터로 정하거나 수목원으로 정해도 좋다. 대략 400m 거리이며 수목원에서 오르면 능선까지 수렛길이 되어 있어 편하다.

 

정상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가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데 바로 남원 윤씨 종중묘원이 나타난다. 여기도 수렛길이 트였는데 장짐이 약수터 가는 옆길에 남원 윤씨 표지석을 보고 따라 오르면 이곳이 이른다. 전체적으로 서학산의 동쪽 가재리에는 순흥 안씨 묘원과 종중회관이 있고 서쪽 끝에는 남원 윤씨 묘원이 서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가재리는 순흥 안씨의 집성촌이다. 자세히 소개할 수는 없지만 고려 말 성리학자 안향(安珦, 1243~ 1306)이 대표적 인물이다. 당시 중국에서 번성하던 학풍을 견학하고 이를 국내에 들여온 우리나라 최초의 성리학자이다. 안향으로부터 시작된 성리학은 한국 유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여 고려의 불교세력과 대항하고 나아가 그것을 압도하면서 조선시대의 건국이념으로까지 성장했다. 

 

우리가 쉽게 알 수 있는 인물로는 신민회와 흥사단을 조직하여 독립 운동을 하신 안창호, 이토 히로 부미를 척살한 안중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등이며 현존하는 정치인 안철수, 배우 안성기도 종파는 다르지만 그 집안이다. 

 

남원 윤씨의 자랑으로는 일문조손삼충(一門祖孫 三忠)이라 알려진 분들이다. 윤섬(尹暹)은 임진왜란 때 상주 전투에 참전하여 장렬하게 순국하였고, 윤 섬의 손자 윤집(尹集)은 병자호란 때 삼학사 중 한 명 이었고, 친형인 윤계는 남양부사를 지냈으며 역시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적과 싸우다 순절하였다.(현재 남양에 순절비가 있다.) 

 

우리 조상들이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이렇게 알고 보면 기실 매우 가까이에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름 없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거나 묻혀버린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들을 찾아내고 발굴해 내는 일도 우리 지역에 사는 우리들이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산행 코스는 가재리에서 장짐이 약수터까지 능선 종주를 하거나, 구장리 약수터에서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약수터로 되돌아오는 2시간 소요의 코스를 권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