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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 심리칼럼] ‘부치고 지지고 다듬어’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9/1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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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명절을 한 달 앞두고 있는데 벌써부터 두통이 심하여 병원을 다녀왔다. 일상생활이 힘들만큼 힘이 없어 누워 있어야 한다. 때로는 시력에 이상이 왔는지 앞이 보이지 않고 시야가 흔들린다. 갑자기 예민해지고 신경이 곤두서 아이들의 소리와 TV소리가 거슬려 조용히 하라고 소리친다. 이를 지켜보던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준다. 고마워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남편이 많이 밉다. 

 

남편은 착한 아들이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건 날 더욱 힘들게 한다. 명절 때마다 시부모님의 주문이 있다. 하루 일찍 내려와서 음식을 같이 하자는 것이다. 신혼 때는 괜찮은 줄 알고 열심히 하였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시어머니는 본인이 정해놓은 기준이 확고했다. 

 

콩나물은 반드시 머리와 꼬리를 모두 다듬어야 하고 조기는 몇 센티미터 이상 사와야 한다. 그리고 산적과 전은 모양과 색깔이 분명하게 보여야 하고 길이도 원하는 것과 다르면 다시 부치고 지지고 다듬어야 한다.

 

마트나 시장에 없는 생선과 나물은 그 지역을 다 뒤져서라도 반드시 구해와야 하고, 고기도 정해준 곳에서 구입해 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성이 부족하여 조상이 노하신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규칙들을 어겼을 때 시어머니는 며느리인 나를 나무라시고 나에게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라고 하신다. 나는 열심히 하고자 하였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고 규칙과 제사라는 법이 우선이 되어 그것에 끌려가는 시어머니가 답답하였다.

 

그리고 나의 조상도 아닌데 내가 여기와서 왜 꼼짝을 못하고 야단까지 들어가며 땀을 흘려야하는지, 보람보다는 긴장과 지적 속에 있는 내 자신도 답답하였다. 그래서 명절이 끝난 후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내게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다. 그리고 명절에 참여하지 않아도 좋다고 하였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남편을 믿고 그 다음 명절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그 다음 명절이 지난 후 집으로 돌아온 남편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왜냐면 시어머니의 불만이 터졌기 때문이다. 명절에 참석하지 않은 며느리는 못 본다며 당장 이혼하라고 하신 것이다. 남편은 아내를 보호하는 것보다 어머니로부터 야단듣는 것에 경직되어 아무말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졸지에 우리 부부는 이혼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남편은 어머니를 이길 힘이 없어 힘들다며 지금 이 상황에서 도망가고 싶다고 한다. 나는 남편이 자신이 선택한 결혼에 대해서 분명한 선택과 책임을 져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시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흔들리는 남편이 더 밉다. 

 

사람이 함께 모이는 곳에는 항상 사람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제도와 규칙 그리고 특정한 어떤 사람의 권위로 인하여 다른 사람이 힘들어진다면 그것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도나 규칙을 위한 것이 된다. 또한 결혼생활의 우선순위는 배우자와의 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안전하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그 다음 부모님의 고정관념이나 가치관 등을 함께 의논하든지 아니면 적절한 경계선을 긋는 것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한다. 결혼한 건강한 성인은 자신이 선택한 결혼생활을 책임지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건강한 독립을 한 가운데 서로가 존중하면서 서로의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의 부모님을 존경하고 공경해야한다.

 

(www.maum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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