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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36] 일 벌이는 사람, 일 마무리하는 사람
조영호 아주대 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10/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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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건설회사 자문을 할 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건설은 수주 사업이라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프로젝트 입찰 건이 생기면 수주팀을 꾸려서 철저히 준비를 한다. 자체적인 역량 검토도 하고 경쟁사 동향도 파악하여 꼭 수주를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지혜를 모은다.

 

그렇게 하여 입찰이 되면 당연히 그 수주팀이 프로젝트를 수행(시공)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 회사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수주에 참여했던 핵심 멤버들을 시공에 참여시키지 않고 시공을 위해서는 새로 팀을 꾸리는 것이었다. “아니 수주팀은 이미 연구를 많이하여 그 프로젝트가 어떤 프로젝트인지 잘 알것이고, 자신들이 수주를 해 왔으니 누구보다 애정을 가지고 마무리를 지을 것인데 왜 팀을 바꾸지?” 필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공을 맡은 팀은 부랴부랴 프로젝트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현장을 관리해 나갔다. 그러면서 의례 수주팀에 대해 비난을 하는 것이었다. “어떤 놈들이 이런 견적을 만든 거야. 자기들이 일을 한다면 이렇게 하겠어?” 그제서야 그 회사 용병술의 비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수주를 맡은 팀이 후속 공사까지 맡는다면 어떻게 수주를 하게 될까? 자신들이 맡아서 할 공사에 대해 많이 염려를 하면서 수주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비용도 가능한 넉넉히 잡으려 할 것이고 공기도 좀 길게 잡으려 할 것이다.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신공법의 도입도 망설이고 최대한 안전하게 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수주 자체가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수주팀은 수주에만 전념하게 하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직원 중에는 시공은 약한데 수주에 강한 사람이 있고, 수주는 못해도 시공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역할 차이가 아니고 사람의 역량 차이란 이야기다. 수주 전문가는 다분히 논리적이고 창의적인데 비해 시공 전문가는 감성적인 면이 강하면서도 리더십이 있는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실천하게 하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 원칙도 필요하다. 그래야 오너십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제안한 사람이 실천을 하게 된다면 회의석상에서 제안들을 꺼리게 된다. “내가 제안하게 되면 그 일을 내가 하게 될 텐데 내가 그 이야기를 왜 꺼내나?”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또 반대 경우도 있다. 아이디어가 많다고 이 일 저 일 다 참견하면서 일을 가져가고 사내에서 파워를 높이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은 매사에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건설회사에서 수주와 시공을 분리하는 것처럼, 일반 회사에서도 제안과 실천을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 회의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데 기왕 아이디어 회의를 하려면, 실천의 문제는 최소한으로 고려하고 집중적으로 아이디어만 내게 하는 것이다. 특히 ‘내가 한다’는 전제를 버리고 어느 능력자가 나타나서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마음 껏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이다.

 

또 한편에서는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람과 중도에 맡아 마무리 짓는 사람을 달리하는 것이다. 처음 일하는 사람은 ‘경험 많고 실력있는 사람’이기보다는 ‘열정이 있고 배짱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너무 많은 걸 알게 되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시쳇말로 경험이 없는 사람은 뭘 모르기 때문에 “왜 안 돼? 하면 되지”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은 벌여놓은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섬세함과 그리고 무엇보다 지혜로움이 있어야 한다.

 

리더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일을 벌이는데 재주가 있고 다른 사람은 생긴 일을 마무리 잘 하는 사람이 있다. 각기 재목에 맞게 부려야 한다. 그럼 이 두부류 중에 누가 더 중요한가? 둘 다 똑같이 중요하다. 두 부류를 똑같이 대우 해야 서로 인정하고 서로 협력을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내 분란만 야기될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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