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으로 널리 빛나는 난파음악제가 반백년을 맞이했다.
늦가을 비가 내린 18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난파음악제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이 음악을 사랑하고 난파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원근각지에서 몰려와서 객석을 메우고 있었다.
오현규 난피기념사업회 이사장은 “1968년부터 50년을 이어온 난파음악상은 K-클래식의 상징인 ‘한강 칸타타’ 작품을 선정해 작곡한 임준희 작곡가님을 수상자로 선정하며 50년의 기념을 더해갑니다”고 인사말을 남기었다.
음악회에는 홍난파의 딸인 홍정임 여사 내외와 외손자 홍익표(홍난파가옥 이사장) 내외, 그리고 음악평론가 이상만, 탁계석씨 등이 참석해 객석에서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음악을 감상했다.
음악회는 난파엔젤스 예술단 어린이들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11명의 소년소녀 어린이들은 ‘무지개’, ‘낮에 나온 반달’을 메들리로 엮은 홍난파 동요와 ‘먹구름이 뚱뚱해’를 불렀다. 이어서 등장한 오현규 이사장은 관객에게 인사하고 난파음악상 수상자인 임준희에게 50회 난파음악상을 수여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박수로 축하하는 마음을 표현했고 수상자인 ‘한강’ 작곡가 임준희는 정중한 인사로 답했다.
이어지는 음악회도 감동의 연속이었다. 피아니스트 송영민과 제49회 난파콩쿨 대상 수상자인 김하늘의 연주는 마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 배틀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연주 실력을 발휘했다.
다음 무대인 서울 비루투오지챔버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이국적인 악기 구성과 음색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반도네온과 바이올린의 조화를 이룬 음색은 평소에 접해보기 어려운, 즉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음색이 조화되는 빛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10분간의 짧은 휴식시간이었고, 이어진 순서는 팬텀싱어 곽동현, 이동신, 박요셉의 무대였다. 이들은 이미 JTBC의 ‘팬텀싱어’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가수들이기에 관객 반응은 생각보다 뜨거웠고 박수 소리도 기대보다 훨씬 크게 들렸다. 그들은 홍난파가 작곡한 ‘봄처녀’, ‘사랑’, ‘사공의 노래’ 그리고 ‘봉선화’를 얼굴이 붉어지도록 열과 성의를 다해서 불렀다. 자지러진 외마디 함성이 노래가 끝날 때마다 터졌는데 일부 연세가 많은 분들은 팬텀싱어들의 홍난파 노래와 관객의 외마디 비명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아마도 그분들에게는 그동안 들어왔던 홍난파의 가곡을 팬텀싱어 형태로 부르는 것 자체도 불편했을지 모르겠다.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e)', '까루소(Caruso)', '슬픈 베아트리체’ 그리고 ‘할로(Halo)’ 곡이 이어졌는데 이러한 음악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고 아낌없는 박수로 기쁨을 표현했다. 그러나 연세가 많은 분들은 음악을 들으며 무표정한 모습이었는데 그 자체가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는 듯했다. 세대 간의 확연한 대조였다.
음악회의 피날레는 ‘고향의 봄’이었다. 우선 난파엔젤스 예술단 어린이들이 1절을 불렀는데 ‘노래하는 천사들’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앙증맞게 노래했다. 그리고 다시 1절을 모든 관객들이 팬텀싱어와 난파엔젤스 예술단과 함께 불렀다. ‘고향의 봄’을 마음에 그리면서 부르는 노래는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을 가득히 메우고도 남았다. 화려하게 달려온 음악회는 밤 10시 가까이 돼서 끝이 났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할까? 당일 새벽 4시부터 다음날 4시까지 전국의 택시가 파업으로 운행을 중단했기 때문에 귀가하는 관객들의 어려움이 상상되기도 한다.
난파음악제 50년.... ‘미래를 향해, 새로움으로’의 구호가 마음 깊이 새겨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