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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 심리칼럼] ‘나를 떠난 그녀’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11/0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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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 화성신문

언젠가 떠날 사람이었다. 그녀는 내 곁을 떠날 준비를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지금에야 돌아보면 그녀의 행동이나 표정 모든 것이 나와 함께 사는 것이 힘들다는 신호였다. 그런데 나는 그 모든 신호를 무시했고 그녀의 일상에 관심이 없었다. 나는 오로지 나만 생각하였고 그녀의 어느것도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귀찮아하였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녀가 나만을 위해 있어주는 존재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나의 일상에 맞추어 살아주는 그녀가 당연한줄 알았다. 때로는 그녀가 내 아내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남편이기 때문에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그것이 부부인줄 알았다. 이제는 나를 떠난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차마 아내라 부르지 못한다. 지금도 간절히 그녀가 내 아내이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 없다. 왜냐면 그녀 자신이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기를 간절히 아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 아내였을 때 그녀는 가정에 성실했다. 나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요리를 하였고 나의 직장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성심성의껏 힘써 집안일을 하였다. 친척행사에도 말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그녀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을 바라봐 달라고 호소하는 말은 여러 번 하였다. 나는 그녀의 호소를 무시했다. 나는 그것이 당연한줄 알았다. 때로는 그녀를 못나고 부족한 사람취급을 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옷은 낡고 헤질 때까지 입고 또 입었다. 그녀의 속옷은 구멍이 여러 군데 뚫린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에게 필요한 옷과 물건들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그것에 대하여 당연시 하였다. 그녀가 무엇을 먹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어디가 아픈지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내게 아프다고 말하면 그냥 지나가는 소리라 여기며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이제와 돌아보니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모른다. 왜냐면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운지 전혀 들으려하지 않았다. 그녀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퇴근 후 귀가시간이 늦어도 그녀에게 늦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부부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나와 함께 공유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갖자고 호소했다. 그런데 나는 조금도 그녀와 함께 하려고 하지 않았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일방적 삶을 살아왔다.

 

이제 돌아보니 그녀는 사람이었다. 결코 나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나는 그녀가 조용히 그리고 말없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그림자인줄 알았다. 나는 그렇게 그녀에게 함부로 했다. 그녀는 나와 함께 사는 삶이 끔찍할 만큼 외로웠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떠나고 혼자가 된 지금에야 그녀의 외로움과 고통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그녀가 없는 허전함이 끔찍하다. 마치 그 허전함은 쓰나미처럼 나를 휘감고 있다. 그 많던 친구들은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의 삶에 결코 중요한 존재가 아님을 증명하듯 내가 이혼한 후 모두들 나를 떠나든가 멀리하고 있다. 이전에는 친구들만 있으면 잘 살수 있다는 착각을 했다. 그런데 친구들은 밖에서 만나는 친구들일뿐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결코 가정 안으로 들어오는 내 삶의 동반자는 아님을 그녀가 떠난 후에 깨닫게 되었다. 그녀에게 잘못한 것들이 생각나서 부끄럽다. 왜 그토록 내 멋대로 살아왔는지 왜 그토록 나 혼자 사는 것처럼 부부가 아닌 혼자만의 일방적인 결혼생활을 해 왔는지 후회스럽다. 조금이라도 그녀와 공유하는 나의 삶이 있었다면 나를 떠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그녀는 내 곁을 떠나버렸다.

 

 

 

건강한 부부관계는 배우자와 어느 영역의 일부분은 공유하며 사는 것이고, 또 다른 영역의 어느 일부분은 각자의 일과 시간 등이 분리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부부관계는 어느 한사람만을 위한 일방적인 수직관계가 되면 역기능이 될 수 있다. 때론 부부가 어린아이처럼 함께 소꿉놀이를 하듯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하는 공유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때로는 부부가 분리하여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배려와 신뢰 그리고 허용 등 공유와 분리가 건강하게 잘 형성되어 가는 과정이 건강한 부부관계라 할 수 있다.(www.maum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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