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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홍난파의 음악과 술
 
신도성 시민기자 기사입력 :  2018/12/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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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성 시민기자 ©화성신문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가곡 ‘봉선화’를 작곡하고, 남북한이 함께 부르는 ‘고향의 봄’을 작곡한 이는 홍난파이다. 1898년 경기도 화성시 남양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에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를 가서 7살 때부터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였고 13세 때에 중앙기독청년회(YMCA) 중학과에 입학하였다. 새문안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즈음에 20전짜리 장난감 바이올린을 구입한 그는 숫자보로 도레미법을 배워 찬송가 본보와 대조하여 오선보 악보 읽는 법을 터득하였다. 새문안교회재직 회록과 당회록에 따르면 20세가 되던 해에 집사로 임명을 받았으며 찬양대를 지휘하였다. 홍난파의 음악과 술에 관해 독자의 상상력으로 그려보기 바란다.

 

#1. 홍난파는 1919년 8월 4~7일 경원선 열차를 타고 지금은 북녘 땅인 원산 석왕사(元山 釋王寺)를 여행하였다. 22세의 청년 홍난파는 기차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여 승객을 놀라게 하기도 하였고, 함경남도 안변군에 있는 유명한 약수터 삼방(三防)을 지나 석왕사역에 내려 금택여관에 짐을 풀고 이튿날 석왕사로 향했다. 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석왕사와 내원암을 종일 관광한 홍난파는 주지에게 부탁하여 절밥을 먹었다. 다음날 원산에 도착한 홍난파는 친구들과 함께 원산공원에 올라 명사십리와 원산시가를 바라보고 ‘마스빠’라는 양식점에 들어가 불고기 여러 접시와 냉맥주로 점심을 먹은 후 해수욕장에서 웃옷을 훌훌 벗고 백호(白虎)같이 뛰놀며 파도를 헤치고 뛰어들었다. 

 

#2. 음악(音樂)뿐만 아니라 필력(筆力)이 뛰어난 홍난파가 1939년 6월호 잡지 ‘박문’에 ‘분서의 이유(焚書의 理由)’로 기고를 하였는데 요약한 내용을 읽으면서 상상하기 바란다. 

 

1926년, 설날 즈음에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유명했던 문인들과 한 친구의 집 사랑(舍廊)방에서 세배상을 받게 되었는데 고담준론(高談峻論)이 그칠 줄을  모르고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한 잔, 한 잔, 또 한 잔에 메다가 상당히 올라갔을 때에 수주 변영로가 홍난파에게 깐죽거리는 어조로 시비를 걸어왔고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수주가 핏대를 올리며 말했다. “너는 음악이나 하면 했지 주제넘게 소설은 다 무엇이냐? 그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두 가지 예술분야에 대성(大成)한 사람이 누구란 말이냐?”

난파가 반문하며 대들었다. “왜 없냐?” 

“그래, 누구냐?” 

“누구냐고? 너는 바그너도 모르니? 시인이며 음악가인 바그너 말이다.”

“장하다, 그래. 네가 그런 불출세(不出世)의 천재란 말이지?”

 

술이 건하게 들어간 수주와 난파의 친구 사이 언쟁은 세배상을 물리고 윷놀이판이 벌어지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그날 밤에 벌어졌다. 홍난파가 밤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수주에게 조금 전에 논박(論迫)되던 일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분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해서 전전반측(轉輾反側)하다 한잠도 못자고 꼬박 새었다. 아침에 일찍 자리를 차고 일어나 보니 당시 출판하려던 ‘분화구상(噴火口上)에서’ 원고 뭉치를 어젯밤 술이 오른 데다 홧김에 불살라 버린 것이었다. 훗날 홍난파는 이 일을 크게 후회한다고 회고하였다.  

 

#3. 다재다능한 음악가 홍난파는 1938년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수필집 ‘음악만필(音樂漫筆)’을 발간하였다. 이 책에서 조국과 음악과 커피에 대해서 홍난파가 한 말이다. 

“연주가와 커피의 맛은 남의 구설(口舌)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것이다.”

“예술에는 국경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의 배경이 없는 예술은 국경을 넘기에는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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