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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박사의 심리칼럼] ‘생일 케이크’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1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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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열 살 된 아들이 시누이의 생일케이크를 실수로 밟아버렸다. 그 자리에 모인 친척들이 모두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아들을 야단쳤고 시누이에게 미안하다고 연거푸 허리를 숙였다. 남편은 얼음이 되어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시동생과 시어머니는 애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며 나에게 야단을 쳤다.

 

나는 시어머니와 시동생에게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케이크를 밟은 아들은 많이 놀랐는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잠시 후 시아버지가 며느리인 나를 향하여 자식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쯧쯧 하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그때 시누이가 내 아들에게 눈치를 주면서 ‘못난 것이 힘이 있다’며 눈을 흘겼다. 그때 나는 참고 있던 억울함과 화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아이가 실수로 그럴 수도 있는데 모두들 너무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하였다. 

 

먼저 나는 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감정을 표출한 것을 후회하면서 남편을 살폈다. 왜냐면 남편이 내 편이 되어서 나를 방어해주기를 바랬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내 눈을 피하면서 시부모님과 시누이에게 죄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남편이 내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어찌해야 될지 몰라하였다. 잠시후 시누이가 폭탄 선언을 하였다. 나에게 이혼하라고 하였다. 며느리가 건방지게 시집에 와서 대드는 경우는 없다며 못되고 나쁜 며느리는 이 집에서 나가야 되며 이혼하는 게 마땅하다고 하였다.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였지만 화도 났다. 무심결에 남편을 살폈다. 그런데 남편은 가만히 구석에 서 있었다. 오히려 내가 큰 실수를 한 사람이라는 눈치를 주었다. 나는 무슨 용기가 났는지 아들 손을 잡고 그 집에서 나와버렸다. 그리고 아들과 단 둘이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시댁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돌아보면 아들이 실수하여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 아들을 향한 질책과 비난 그리고 며느리인 나를 향한 시댁식구의 무시는 이번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많이 참아왔었다. 어쩌면 이제는 시댁이라고 무조건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그 어느누구를 막론하고 함부로 하면 안된다. 설사 친부모일지라도, 일방적으로 한 쪽 입장에서의 주장에 가만히 있어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은 내 스스로 나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 이러한 불평등에 맞서 내 자 신을 지켜나가야겠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나는 착한 며느리가 아니라 존중과 예의가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은 진정으로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www.maum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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