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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11] 우리는 왜 의식행사를 하는가?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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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젊은 교수가 한번은 투덜대며 이렇게 말한다. “교수님, 웬 행사가 이리도 많습니까? 사람이 좋아서 살면 됐지 결혼식은 왜 하며, 돌아가시면 매장을 하면 돼지 왜 장례식을 하며, 기관의 장이 바뀌었다는 거 다 아는데 왜 이취임식을 합니까?” 그런 불평을 할 만도 하다. 이런저런 행사들이 많고 오라는 데도 많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런 의식행사에 가 보았자 딱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얼굴 잠깐 비추고 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축의금이나 부의금까지 내고 오니...필자도 젊었을 때는 불평이 많았다. 그러나 나이를 들면서 그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라는 의식행사가 있으면 웬만하면 가고, 또 특별한 일이 없으면 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우리는 왜 의식행사를 하는가?

 

대학에서 교수가 승진하면 과거에는 인사발령 내고 말았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임명장을 만들어서 전달했다. 그러니 좀 나아 보였다. 그래도 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서 총장실에서 임명장을 수여하는 작은 세레모니를 하고 다과를 나누면서 담소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뭔가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단과대학에서는 교수들이 다 모이는 자리에서 승진하는 분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의식행사를 가졌다. 임명장을 수여하고, 꽃다발도 주며, 그리고 승진자들이 한마디씩 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모두가 축하하며 박수도 쳤다. 그랬더니 단과대학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그런거 안 해도 부교수되고, 교수된다. 교수가 뭐 승진되었다고 티 내냐 하면서도 그런 행사를 하니 거 잘 했다고들 했다.

 

의식행사는 많은 경우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한 자리다. 승진을 축하하고, 결혼을 축하하고, 수상을 축하하고, 취임을 축하고, 생일을 축하하고 그런 자리다. 그 축하와 격려를 강하고 극적으로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연출을 한다. 많은 사람이 모이고 노래와 춤도 곁들이고 선물도 주고 깜짝 이벤트도 한다. 또 가끔은 슬픔을 나누고 위로를 하기 위해 하기도 한다. 그것도 마찬가지다. 슬픔 나눔과 위로를 경건하고 참 으로 따뜻하게 하기 위해 한다.

 

그런데 의식행사는 그것 이상의 기능을 한다. 우리의 존재가치 즉 삶의 의미를 되찾고, 다지고, 공유하고, 승화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미 찾기이다.

 

결혼식을 함으로써 신혼부부는 “이제 새로운 삶을 살겠습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것이고, 결혼하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하객들 모두 “우리는 왜 사는가?” “결혼은 왜 하는가?” “부부란, 가정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음미하고 반성하고 다짐하는 자리인 것이다. 살다보면, 본질을 잃어버리고 방향을 상실하고 거저 먹고 싸고 자는 것에 매몰되고 만다. 

 

매년 돌아오는 생일잔치와 창립기념일 행사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존재인가? 우리의 초심이 무엇이었던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는 그런 자리인 것이다. 장례식 또한 마찬가지다. 고인이 떠난 것을 슬퍼하는 자리고 또 가족들을 위로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지금 허겁지겁 정신없이 살고 있는 현실에 의미를 찾는 시간인 것이다.

 

중요한 의식행사는 인생이 한 단계 한 단계 넘어가면서 일어나기 때문에 인류학자 반 게네프(Van Gennep)는 이를 ‘통과의식(Rite of Passage)’이라고 했다. 환경보호켐페인 행사라든지, 바겐세일 행사같은 것 빼고 대부분의 의식행사는 통과의식이다.

 

그런데 그런 중요한 의식행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의식이라는 말과 비슷한 말로 의례라는 말이 있다. 의식과 같은 뜻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내용이 빠진 ‘형식적 절차’를 말한다. 그야 말고 ‘아무 생각 없이 해왔으니까, 또는 해야 한다니까 그냥 하는 것이다. 의식행사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형식에 그치고, 딱딱하고 재미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올림픽 식전 행사처럼 신나고 환상적으로 신기하고 참신하고 놀랍고 그러면 어떨까?   

 

허태학 사장이 에버랜드 사장을 할 때였다. 승진자를 위한 의식행사를 했다. 관리자로 승진하는 사람들에게 임명장과 함께 특별한 선물을 줬다. 흰 장갑과 긴 집게였다. 관리자 되었다고 거드름 피지말고 공원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주우라는 뜻이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사장의 철학을 잘 전파하는 그런 행사였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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