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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9] 리더십의 승계가 영속 기업의 조건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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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진주에서 포목상을 하던 구인회 씨는 물난리가 나는 바람에 가게를 날리고 부산으로 왔다. 당구장에서 동생 정회와 함께 김준희라는 화학공장 기사를 만나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당시 구리무(크림)라고 불리던 화장품제조 공장을 만들게 된다. 그것이 1947년이었고 LG 그룹의 시작이다.

 

LG 그룹은 그렇게 화장품업으로 시작했다. 화장품을 만들다 보니 화장품을 담을 용기가 필요해서 이내 플라스틱사업으로 확장하고 빗과 칫솔도 생산했다. 거기서 또 가지를 쳐 치약까지 만든다. 미제 콜게이트 치약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럭키치약(당시는 락희치약) 말이다. 럭키화학(당시 락희화학)은 비닐장판도 만들고 PVC파이프도 만들면서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그러던 럭키가 큰 전환기를 맞게 된다. 라디오를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 온 것이다. 화학회사로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전자사업을 하는 것은 많이 낯설었다. 여태까지 사업은 관련 다각화로 확장되었었는데 이제 비관련 다각화를 해야 할 판이었다. 회사 내에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다. 결국 전자공업이라고 해서 화학공업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라디오도 플라스틱 통으로 되어 있는 화학제품의 일종’이라고 통 크게 정의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들이 해야 할 사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1958년 금성사가 탄생한다. 거기서 라디오도 만들고, 선풍기, 전화기도 만들었다.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시장은 싸늘했다. 형편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질 낮은 국산기계였으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사치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정희대통령의 혁명정부에서 라디오를 전국 방방곡곡에 보내는 운동을 벌인 것이다. 혁명정신을 온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운동’이 금성사를 도약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LG그룹의 초석을 다진 연암 구인회 씨는 1969년 62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게 되고 그의 장남인 구자경 씨가 그룹 경영을 어어 받는다. 원래 교사를 하던 구자경 씨는 럭키화학에 입사하여 20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은 후였다. 구자경 회장이 그룹을 이끈 25년 동안 LG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회사가 되었다. 일단 260억이던 매출액은 30조원으로 늘어났다.

 

구자경 2대 회장은 그룹경영체제를 공고히 하고 경영을 선진화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LG의 그룹체제가 갖추어진 것은 1968년이다. 당시는 락희그룹이라고 했으며 회장 직제와 회장 직속기구인 기획조정실이 만들어진다. 구자경 회장이 취임한 후 이 그룹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그룹 기조실이 그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되고 그룹을 통합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룹의 심벌마크가 만들어지고(1979), 그룹의 상징인 트윈타워가 건립되며(1987), 연수원인 인화원도 지어진다(1988). 

 

구자경 회장은 70세인 1995년 럭키금성그룹을 LG그룹으로 개명하고 그룹 회장직을 자신의 장남인 구본무에게 승계했다. 구본무 회장은 회장을 맡은 후 바로 IMF외환위기를 맞았으나 이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LG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이끌었다. 그가 던진 화두는 ‘정도경영’과 ‘일등LG’였다. GS그룹과 LS그룹 그리고 LIG그룹이 LG에서 분리되었으나 LG의 매출액은 크게 늘어 그가 23년 경영하는 사이 5배 이상 늘었고, 종업원 수도 2배 이상 확대되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액은 10배나 늘었다.

 

구본무회장이 지난 5월 20일 73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런데 구본무 회장은 훌륭한 회사경영만 남기고 간 것이 아니다. 전혀 그룹 총수 티를 내지 않는 겸손한 그의 태도, 남에게 폐기치지 마라는 유언 때문에 조촐하게 가족장으로 진행된 장례식과 수목장은 한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LG그룹 창업자 가문을 다시 보게 된다. 3대에 걸친 총수 승계에서 어떻게 아무런 잡음이 없을까? 구씨와 허 씨가 동업관계로 출발했으며 많은 형제들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국가를 뒤흔든 최순실 씨 국정농단 사건 와중에서도 LG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한 사람의 훌륭한 리더를 갖는 것은 조직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LG처럼 3대에 걸쳐 리더십이 부드럽게 승계되고, 기본은 유지되면서도 시대에 맞는 혁신을 이루는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갖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그것이 영속기업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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