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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26]독이 되는 칭찬, 약이 되는 칭찬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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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EBS에서 방송한 자료 중에 칭찬스티커에 대한 것이 있다(2010. 11. 23 방송). 초등학교 2학년 학생 10명이 독서실에서 100분 동안 책을 읽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들이 책을 잘 읽게 하기위해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칭찬스티커를 붙여준다. 아이들은 부지런히 책읽기를 했고 평균 19권을 읽었다. 30권을 읽은 아이도 있었다. 그런데 그 독서실에는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책이 150권 있었고, 유치원생 수준의 책이 150권 있었다. 아이들은 이 중에서 어떤 책을 읽었을까? 평균 2-3권은 유치원생 책을 읽었으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대부분 유치원생용 책을 읽었다. 이것이 칭찬스티커의 효과인 것이다.

 

옛날 부모들은 참 무뚝뚝했고 칭찬에 인색했다. 그러나 요즘은 반대가 되었다. 칭찬이 너무 범람하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면서 아침에도 칭찬 저녁에도 칭찬, 잘해도 칭찬 못해도 칭찬이다. 칭찬이 너무 넘쳐서 탈이다.

 

다시 EBS 자료로 돌아가보자. 실험에 참가한 10명의 학생 중 2명은 다른 아이와는 달리 칭찬스티커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책만 보고 있었다. 그것도 초등학교 2학년생에게는 좀 어렵다 싶은 책을 말이다. 두 아이는 형제였는데 집에서 아이들에게 별로 칭찬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칭찬스티커 같은 것은 집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칭찬스티커를 걸면 당연히 칭찬스티커를 많이 받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단지 수단이고 말이다. 그런데 칭찬스티커를 주지 않으면 책 자체를 읽게 될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책 읽는 것이 재미없으니 책을 읽지 않겠지만 어쩌다 책을 읽게만 된다면 책 읽는 그 맛을 알게 될 것이고 부모나 선생님이 주는 칭찬 때문이 아니라 독서 자체에 흥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을 추게하고 아이들을 움직인다. 그러나 칭찬을 잘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독이 된다. 첫째로 결과 위주로 칭찬하면 독이 된다. 몇 권을 읽었는가를 두고 칭찬을 하면 어떻게든 책 수를 늘리려 할 것이다. 쉬운 책을 읽으려 할 것이고 건성으로 책장만 넘길 것이다. 100점을 맞아야 칭찬을 한다면 쉬운 과목만 수강을 하든지 부정행위를 해서 100점을 맞으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과정에 대해 칭찬을 해야 약이 된다. 얼마나 오래도록 독서를 하는지 또는 얼마나 꼼꼼히 잘 읽는지 그리고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알아보고 거기에 대해 칭찬을 해야 한다. 

 

둘째로 능력에 대해 칭찬을 하면 독이 되고 노력에 대해 칭찬을 해야 약이 된다. 만약 아이가 100점을 맞아 온다고 하면, “우리 아이는 천재야. 머리가 좋아”라고 말하는 대신 “매일 매일 시간표대로 숙제를 하고 수업시간에 떠들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100점을 맞았구나. 너무 잘했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능력이 좋다고 칭찬을 하게 되면 아이는 능력 좋다는 것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하고 그래서 어려운 일을 도전하다가 실패하는 위험을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로 남과 비교해서 칭찬을 하면 독이 되고 자기 자신과 비교하여 칭찬을 해야 약이 된다. “너 반에서 몇 등 했니?” “너희 반에서 제일 잘하는 애가 누구니?”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면 친구가 친구가 아니고 적이 되는 것이다. 대신에 “너는 꿈이 무엇이 니?”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너 꿈을 위해 무엇을 하니?” 이런 걸 물어 보아야 하는 것이다.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과의 경쟁을 유도하고 상대적인 평가가 아니라 절대적인 평가를 지향해야 한다.

 

결과가 아니고 과정, 능력이 아니라 노력,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신과의 비교, 모두 훌륭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좋은 칭찬법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좋은 칭찬법은 ‘칭찬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단지 관심을 갖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벌을 주는 것보다 낫기는 하지만 칭찬 역시 남을 조종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칭찬을 받으면 얼른 기분 좋은 표정을 짓지만 이내 ‘내가 조종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칭찬은 인간관계를 수직으로 만든다. 칭찬하는 사람이 상위에 서게 되고 칭찬받는 사람이 하위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관심, 그것보다 중요한 칭찬은 없다. 아이든 어른이든 상대를 존중하고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바로 최고의 칭찬인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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