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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30] 부하직원이 ‘왜 일을 하는 지’ 깨우쳤을 때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1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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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며칠 전 딸아이 생일이 있어 철판구이 요리집에 갔다. 우리 식구 7명이 한 룸을 차지하고 자리를 잡았다. 이윽고 세프가 등장하더니 친절하게 설명을 하면서 요리를 서비스했다. 양념 뿌리는 것도 현란한 손동작으로 퍼포먼스를 하면서 했고, 불쇼가 이어지고, 어른들을 위해서는 좀 더 매운 음식으로 아이들을 위해서는 좀 덜 매운 음식이 제공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채소를 잘 먹는다며 칭찬으로 특별 추가 요리도 주었다. 세프와 마주한 우리 손님들은 앞에서 음식에 대해 설명도 듣고 질문도 하고 또 공연도 즐겼다. 심지어는 박수도 치고 환호도 했으며 물론 팁도 나갔다. 세프 역시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조리 속도를 조절하고 양념의 세기도 맞추고 또 분위기도 잡아갔다.

 

이렇게 손님이 주방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고 또 주방에서도 손님들을 볼 수 있는 식당이 많아졌다. 고속도로 휴게실에 있는 호두과자점도 그렇고, 시내 회전초밥집도 그렇다. 이러한 시도는 패스트 푸드점이나 고급레스토랑이나 할 것 없이 폭넓게 활용되는 것 같다. 

 

주방이 노출되어 있으면 무엇이 좋을까? 손님들 입장에서는 다소 신비로운 요리과정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고, 또 이 주방이 다 보이니 ‘위생상 문제가 없겠구나’ 하는 신뢰감도 가질 수 있겠다. 그런데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들 입장에서는 어떨까? 행동의 제약이 많을 것이고 신경 쓰는 것이 많아 싫어할 지도 모른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라이언 뷰얼(Ryan Buell)교수팀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뷰얼교수팀은 네가지 상황을 만들어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첫 번째는 주방과 홀이 서로 볼 수 없는 상황(불투명)이고, 두 번째는 주방에서만 홀을 볼 수 있는 상황(세프만 봄), 세 번째는 홀에서만 주방을 보는 상황(손님만 봄), 네 번째는 주방과 홀에서 서로 볼 수 있는 상황(서로 봄)을 만든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가장 좋은 결과는 요리사와 손님이 서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투명한 상황에 비해 손님들의 음식만족도가 20.1%나 올라갔고, 조리시간은 5.4% 단축되었다. 그럼 한쪽만 보는 상황에서는 어땠을까? 손님만 보는 상황보다 세프만 보는 상황에서 음식만족도가 높았다(6.6% 증가 대 12.7% 증가). 조리시간은 세프만 보는 상황에서 더 길어졌다(11.1% 증가 대 24.2% 증가). 실험의 결과를 요약하면, 손님이 주방을 보는 것보다는 주방에서 손님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고 가능하면 손님과 주방이 서로 볼 수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손님만 주방을 본다고 하면 감시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사효과보다 중요한 것이 ‘일에 대한 의미’이다. 주방에서 요리사들이 손님을 보게 되면 일의 목표가 뚜렷해지고 일의 결과에 대한 의식이 구체화된다. 더 일을 정성스럽게 그리고 몰입을 해서 한다는 이야기다. 손님이 자신들을 보지 않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조리시간이 느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세프들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도 실제로 직무 만족도도 높아졌고 노력도 더 많이 한다는 응답을 했다. 

 

일에 대한 의미를 안다는 것은 내 일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어떤 큰 기여를 하는지 만을 말하지 않는다. 10년 후, 20년 후 어떤 역사적인 가치를 갖는지 그걸 말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 것을 느낄 수도 있고 그런 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내가 만든 물건’이나 ‘내가 하는 서비스’가 누구한테 전달되고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그것을 아는 것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은 자신이 만든 차가 고객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고 반대로 어떤 불편을 주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구체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세프는 자신이 바로 불로 구워 서비스한 음식을 손님들이 어떤 표정으로 먹고 있는 지를 볼 때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 지’ ‘왜 이 일을 잘 해야하는지’를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리더가 부하직원들과 비전을 이야기하고 일의 의미를 논할 때 해야 할 일이 바로 그런 것이다. 오늘 한 일의 결과가 누구한테 전달되고 누구에게 어떤 기쁨과 어떤 혜택을 주는지 그것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을 보았는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좀 더 보람 있으려면 다음엔 무엇을 바꾸었으면 하는지...등등. 일의 의미는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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