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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32] 창조적 이단자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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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컴퓨터의 보조 저장장치로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FDD)를 대신하려고 만들어진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가 있다. 하드 디스크는 딱딱한 재질로 된 대용량 저장장치로 원래 내장형으로 쓰였는데 요즘은 USB를 통해 외장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하드 디스크의 역사를 보면 재미있다. 사이즈가 계속 작아지면서 성능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그러나 순조롭게 혁신이 진행되진 않았다. 1974년에 14인치(원형 디스크의 반지름)가 출현하여 컴퓨터 업계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1977년도에는 이보다 훨씬 작은 8인치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 소형 디스크를 업계에서는 환영할 수가 없었다. 저장 용량이 게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4인치는 400메가를 저장할 수 있는데 8인치는 겨우 20메가였으니 말이다. 

 

어렵사리 8인치 디스크를 개발한 엔지니어들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었다. 용량이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분명히 이 신제품을 필요로 하는 데가 있을 것이고 또한 이 용량도 금방 개선될 것이라고 그들은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제품에 매달려 있는 직원들은 지금 일하기도 바빠서 ‘8인치 따위’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분통이 터진 엔지니어 중에 일부가 기존 회사를 뛰쳐 나와 새 회사를 차렸다. 그들은 대형 컴퓨터가 아닌 미니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했다. 꾸준히 기술을 다듬은 결과 8인치의 성능은 급속도로 개선되었다. 급기야 80년대 후반에 이르자 14인치가 아닌 8인치가 시장의 주류가 되었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런데 문제는 그 후에 벌어졌다. 8인치 드라이브가 한창 성장하고 있던 1980년, 5.25인치 드라이브가 출현하였다. 그때 8인치의 성능은 40메가였는데 5.25인치는 겨우 6메가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어렵사리 신제품을 개발한 엔지니어들은 탁상에서 제품을 무시하지 말고 제발 시장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못해 마케팅 담당자들이 고객을 찾아가 시제품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다. 아니나다를까.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니 8인치의 용량도 부족한데 이것보다 형편없는 5.25인치를 어디다 쓰란 말이야.” 이런 식이었다. 이번에도 기존 제품에 몰입해 있던 대부분의 사원들은 이 신제품을 ‘우습게’ 알았다. 

 

이번에도 5.25인치 개발자들은 분통을 터드리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들은 주류가 아니라 변두리를 찾아갔다. 미니 컴퓨터 보다 작은 데스크톱에서는 5.25인치가 절실했다. 그들을 위해 그들은 열심히 일했고 3.5인치 성능은 나날이 향상되어 결국 시장의 대세가 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버드 대학의 크리스틴슨(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이 사례를 연구하면서 혁신을 둘로 나누었다. 하나는 지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고, 다른 하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지속적 혁신은 기존 제품의 성능을 조금씩 조금씩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혁신인데 반해, 파괴적 혁신은 기존 제품보다 초기에는 성능이 떨어지기는 하나 전혀 새로운 개념을 적용하여 성장 잠재력이 높은 혁신을 말한다.

 

지속적인 혁신은 모범생들이 잘한다. 조직의 주류가 이것을 맡는 것이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은 창조적 이단자들이 하는 것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논쟁을 하면 누가 이기겠는가? 주류는 경험이 많고 데이터가 많지만, 비주류는 데이터가 없다. 비주류의 예감과 직관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의 역사는 그래서 반복되었던 것이다. 

 

교훈은 무엇인가? 창조적 이단자가 주류의 잣대로 평가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적인 이단자에게는 별도 조직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스스로의 규범으로 일하게 해야 한다. 또 그들을 지원하고 보호할 특별한 후원자를 지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 후원자는 내부 신망이 있으면서도 이단자를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리더가 직접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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