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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43] 인공지능이 면접도 한다는데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11/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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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어떤 회사의 직원과 이야기하는 중에 “어떻게 이 회사에 오시게 되었어요?” 했더니 “사장님과 면접을 했어요”라고 했다. “면접을 어떻게 하셨나요?” 물었더니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술 한 잔 했습니다”고 했다. “이야기 중에 사장님이 물으시더군요? 언제 출근할 수 있냐고요” 그게 합격통보인 셈이었다.


앞으론 이런 ‘낭만적인’ 면접이 사라질 것 같다. 면접도 이제 AI(인공지능)가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건축구조물 소프트웨어 설계회사인 마이다스아이티가 지원자들이 쓴 자기소개서(자소서)도 분석하고 또 50분 정도 지원자를 컴퓨터 앞에서 면접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여 이 프로그램이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인에어(inAIR)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지원자와 대화를 하고 지원자에게 간단한 게임 같은 것을 시킨다. 이때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제시하는 답을 분석한다. 그런데 이것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안면근육의 움직임이나 혈액의 흐름, 목소리의 음색, 높이, 속도, 떨림, 머뭇거림, 그리고 심지어는 심장박동과 뇌파까지도 분석을 해서 사람의 성격, 특성, 직무 적합도 등을 알아낸다.


질문도 자기소개나 자신의 장단점 같은 평이한 것도 있지만, 약간 까칠한 것도 있다. 가령, “저녁 약속이 있는데 갑자기 상사가 야근을 부탁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기도 한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뇌신경과학 논문이나 측정방법에 관한  자료를 450편 이상 학습을 했으며, 47개 기업의 면접전문가가 실제로 어떻게 면접하는지도 연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재직자 중 고성과자 6,000명의 데이터도 분석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이세돌과 대국을 벌인 알파고가 프로들의 대국 기보를 모두 학습하고 온 것과 같은 역량을 갖춘 것이다.


이 인공지능 면접 방법의 가장 큰 장점은 단시간에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만 명의 자소서를 평가하는데 사람이 한다면 10명이 하루 8시간 총 7일가량 해야 한다.  그런데 AI는 8시간이면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 비해 70배나 빠른 속도이다. 게다가 24시간 쉬지 않고 할 수 있다. 면접은 각자의 모니터에서 하기 때문에 수만 명을 동시에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마이다스아이티에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인에어를 통해 300명만 추려서 하던 면접을 1만명 지원자 모두에 대해 했고, 채용기간도 5분의 1로 줄이고, 비용도 2억7천만 원 아꼈다고 한다.


두 번째 큰 장점은 정실이나 편견이 배제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친인척 채용이나 자기 사람 챙기기 등 채용비리를 줄일 수 있고, 면접관의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사람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AI면접에 대한 논란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적인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입사 지원을 한다는 이유로 과연 개인의 신체적, 생리적 그리고 심리적 정보를 다 가져갈 수 있는가 하는 ‘개인정보보호’의 문제가 있다. 면접에서 요구하는 정보는 극히 직무에 관련된 정보여야 하는데 그 직무수행과 인과관계가 모호하거나 관계가 거의 없을 수 있는 정보까지 기계가 모조리 가져가게 되니 말이다.


또 다른 문제는 면접이나 채용절차라는 것이 개인을 평가하는 것으로 끝나는가 하는 점이다. 인간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고 상대적인 존재이고 관계에 의해 만들어지고 상황에 의해 달라지는 존재다. 옥은 항상 옥이고 돌은 항상 돌이다. 그런데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는 옥이 되기도 하고 다른 상황에서는 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면접은 사람을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지원자와 회사 간에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면접자와 피면접자가 상호 인연을 만들고, 서로 이해도를 넓히고, 같이 학습을 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지원자에게서 느껴지는 열정, 사장에서 풍기는 품격, 그리고 뭐라 할 수 없는 두 사람 간의 케미...이런 것이 면접의 묘미이다. AI면접이 이런 기능을 뺏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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