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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45] 성공이라는 병 : 이카루스 패러독스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12/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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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에임스(Ames)라는 할인점은 1958년 미국 동부 코네티컷 주에서 출발했다. 길만가의 밀튼과 어빙(Milton & Irving Gilman) 형제가 망해가는 방직공장을 인수해서 거기다 할인점 매장을 차렸다. 그들은 소도시와 농촌에서 공장형 할인점을 개척한 것이다. 방직산업이 지고 소매업이 뜨는 새 시대를 그들은 미리 내다 보고 있었다. 샘 월튼(Sam Walton)이 아칸소주에서 월마트를 시작하기 10년 전이었다. 

 

새시대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에 따라 에임스는 꾸준히 성장하고 사세를 확장했다. 전산화도 누구보다 앞서 했으며, 매주 월요일 새벽 5시 점주들의 실적을 점검하는 등 성과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급기야 1970년 상장하여 1985년까지 주가가 60배나 올랐다. 에임스는 할인점의 모범이었다. 새롭게 할인점을 열려고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에임스를 벤치마킹했다. 그런데 그들의 성공신화는 여기까지였다.

 

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에임스에 불운이 닥치기 시작한다. 인수한 가게마다 재미를 보지 못했으며, 새로 진출한 지역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급기야는 회사가 빚더미 위에 앉게 되었고, 1992년에 첫 번째 파산보호신청을 하였으며, 1999년 두 번째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결국 이 회사는 회생에 성공하지 못하고 2002년에 가게문을 닫고 청산절차에 들어가고 말았다.

 

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이 에임스 사례를 월마트와 비교하였다. 두 회사는 미국에서 할인점 개념을 도입하여 거의 비슷한 커브를 그리고 성장하였는데 1985년 중반 들어 한 회사(에임스)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고 다른 회사(월마트)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그의 진단은 놀랍게도 ‘성공이라는 병’이었다. 성공했기 때문에 생기는 병, 성공이 가지고 오는 병, 성공 속에 자라고 있는 병 말이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 살고 또 성공을 위해 달린다. 그런데 성공이 무슨 병을 가져온다는 말인가?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지속적으로 화려한 성공을 거둔다면...아마도 ‘자만심’에 빠질 것이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자신의 업적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현명함에 대해서 말이다. 아마도 바깥 세상에 관심이 적어지고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을 지도 모른다. 미래보다는 과거 이야기를 많이 하게도 될 것이다. 지키고 싶은 것이 배우고 싶은 것보다 많아지게 되고, 과거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 병이 에임스에 자라고 있었다고 콜린스교수는 진단했다.

 

캐나다의 대니 밀러(Danny Miller)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이카루스 패러독스(Icarus Paradox)’라고 불렀다. 그리스 신화를 빗대어 부른 것이다. 이카루스는 아버지 다이달로스와 함께 자신들이 만든 미로에 갇히게 된다. 이들은 하늘로 탈출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만들어 준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성공적으로’ 높이 날아가 태양 가까이 가는 바람에 날개를 붙인 밀납이 녹아 바다에 빠져 죽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 역시 성공의 역설을 담고 있는 것이다. 밀러교수는 많은 성공 사례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 성공스토리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기술로 성공한 기업은 기술로 망하고, 마케팅이 강한 기업은 마케팅으로 망하고 그랬던 것이다. 기술로 성공한 기업은 기술논리에 취해 있어 마케팅을 무시하게 되고, 반대로 마케팅으로 성공한 기업은 기술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던 것이다.

 

그럼, 에임스와 경쟁을 벌이던 월마트는 어떻게 해서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는가? 한마디로 자만심을 경계하고 ‘겸허한’ 변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성공을 하지만 거기에 도취되지 않는 것, 겸허하게 배우고 변화하는 것이 지속성장의 핵심인 것이다.

 

리더는 강한 신념과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결코 교만해져서는 안되고, 성공했다고 해서 거기서 멈춰서도 안된다. 리더가 몇 차례 성공을 하게 되면 은연 중에 그 리더는 카리스마를 가지게 된다. 범상치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리더를 고립시키고 성공의 병을 키우는 것이다. 성공할수록 더욱 겸손해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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