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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46] 기업가 정신은 아름다워~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12/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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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세계에서 매년 2,000만 명 정도의 아이들이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채우지 못하고 조산아로 태어난다. 그중 20%에 달하는 400만 명은 태어난 지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다.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병원 인큐베이터를 이용하면 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인큐베이터 사용은 그림의 떡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창업수업을 받던 학생들이 팀을 꾸려 이 문제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들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네팔로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네팔의 도시 병원에는 자선 단체로부터 기증받은 인큐베이터가 놀고 있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이걸 필요로 하는 아기들이 40~50km나 떨어져 있는 촌락에서 주로 태어나고 있었다. 정작 촌락에서는 병원에 있는 인큐베이터를 이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인큐베이터를 소유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한 대당 2만 달러가 넘기 때문이다.

 

스탠포드 대학원생들은 병원용 인큐베이터가 아니라 가정용 인큐베이터를 개발해야 했다. 그것은 절대적으로 저가여야 했다. 스탠포드 대학원생팀에는 보건 전문가는 없었다. 그러나 전자공학도, 컴퓨터공학도, 경영학도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보온을 할 수 있는 팩을 만들었고 이 팩을 전열 기구를 이용하여 충전하거나, 전기가 없을 경우에는 온수를 이용하여 20분 동안 데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데운 팩의 온도는 아기들의 생존에 적절한 섭씨 37도에 맞춰졌다. 데워진 팩을 침낭모양의 인큐베이터 안쪽에 넣고 그 안에 아기를 눕히면 된다. 지속시간은 4시간 정도 되었다. 가격은 놀랍게도 25달러 정도 되었다. 병원용 인큐베이터의 0.1%수준이 된 것이다. 대박~

 

이렇게 하여 ‘Embrace Infant Warmer’가 탄생되었고, 2011년 보급되기 시작한 이래 2018년 현재 20만명 이상의 어린 생명을 살렸다. 주로 인도에서 사용된 이 보급형 인큐베이터는 1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스탠포드 학생들은 이 제품을 NGO와 함께 비영리로 보급도 하지만, 2012년 Embrace Innovations이란 회사를 차려 영리기업으로써 저가 의료기기 개발에 본격 나섰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이런 일이 스탠포드 대학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대에는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Enactus(인액터스 자체는 글로벌 연합체임)라는 동아리가 있다. 거기서 ‘끌림’이라 불리는 프로젝트가 2016년 발족되었다. 끌림팀은 리어카로 폐지나 중고물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그들의 생활을 조사해 보니 하루 8시간 고달프게 일해도 겨우 3,000원 정도(월 10만 원) 수입을 얻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활을 하는 노인들이 우리나라에 족히 10만은 된다. 이들 노인들은 리어카를 소유할 형편이 못되기 때문에 리어카를 빌려서 쓴다. 그러니까 폐지를 수집하는 업체가 리어카를 노인들에게 빌려주고 노인들이 가져오는 물품을 받는다. 물품 대금에서 리어카 이용료를 제하기 때문에 노인들의 손에 들어가는 수입은 그만큼 보잘 것 없어지는 것이다.

 

끌림팀은 자신들이 리어카 대여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 그들은 광고를 유치해서 리어카에 붙임으로써 그 광고 수입으로 노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광고를 유치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중고차 판매회사에서 장기 계약을 해 줌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했다. 학생들은 광고가 들어오고 리어카 대수가 늘면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게 되었다. 리어카가 노인들이 끌고 다니기엔 너무 무겁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리어카 무게를 줄이기로 했다. 경량 재료를 찾아 리어카를 재설계한 덕에 70~80kg되는 기존 리어카의 무게가 반 정도로 줄었다. 서울대 학생들은 현재 ‘끌림’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조산아를 돕기 위해 돈을 모을 수도 있고, 기계를 사서 기증할 수도 있다. 폐지수집 노인들에게 복지수당을 늘려줄 수도 있고, 그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내의를 건네줄 수도 있다. 이건 그냥 자선이고 복지다. 그런데 아이디어를 내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주는 것은 ‘기업가 정신’이다. 기업가 정신은 영리 추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기업가 정신이 절실하다. 기업가 정신이 아름다운 이유인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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