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52] 부하들과 얼마나 친해야 하나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28 [09:19]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D사장은 가끔 직원들과 번개모임을 갖곤 한다. 오후 4시쯤 메일을 띄워 시간 있는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50명 정도의 직원 중에서 10명 이상은 참여한다. 삼겹살에 소주도 한잔 하고 또 노래방도 간다. 하다보니 이 번개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정례화가 되었고, 사장과 직원이 소통하고 스킨십을 갖는 자리가 되었다. 

 

그런데 D사장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자리가 지속되다 보니 일부 직원들 하고는 매우 친밀하게 되었다. 번개 미팅 때 술자리도 이들 하고는 3차, 4차 가기도 하고 또 번개모임 외에도 따로 만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직원들 사이에 생긴 일도 이야기해주고 또 회사에 대해 불평을 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좋은 정보다 싶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부담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고등학교 선생님인 P씨는 운동을 좋아해서 아이들과 스킨십을 많이 갖는다.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해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몸장난도 친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신들과 어울려주는 P선생님을 매우 좋아 했다. 그런데 P선생님과 친하게 어울렸던 학생 중에 지각을 하거나 숙제를 빠뜨리는 학생이 생겼다. 이럴 때 P선생님은 난감함을 느낀다. 

 

리더는 크게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직무중심적인 스타일과 관계중심적인 스타일이 그것이다. 직무중심적인 스타일은 부하들과의 관계를 너무 일에 한정 짓는다. 주로 일 이야기만 하고 일이 없으면 만나지도 않는다. 반면에 관계지향적인 스타일은 일보다는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사적인 배려를 보인다. 부하들의 개인사에 관심을 갖고 일 외적인 대화도 많이 갖는다. 

 

직무지향적인 스타일과 관계지향적인 스타일 중 어느 스타일이 좋을까?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리더십 연구가들의 권유는 이 두스타일을 동시에 가지라는 것이다. 직무지향과 관계지향은 배타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두 스타일을 한꺼번에 가질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일 가지고 회의만 할 게 아니라 번개미팅도 해야 하고 또 등산도 해야 한다. 학생들 하고 공부와 진로이야기만 할 게 아니라 운동도 해야 하고, 농담도 주고받아야 한다. 그리고 회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시작할 때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또 직원 중에 경조사가 있거나 특별한 일을 겪은 사람이 있으면 이런 것을 거론하여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관계지향적인 리더십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조심할 점이 있다. 무조건 친하다고 좋은 게 아닌 것이다. 첫째는 파벌이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친밀 한 자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직원들 사이에 공정성이 느껴져야 한다. “우리 리더는 누구와만 자주 만나.” “우리 리더는 직원들과의 사이에 비밀이 많아.”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곤란하다. 회사의 인사정보 같은 것을 어떤 사람에게만 미리 귀띔을 해준다든지, 특정한 사람과 은밀히 자주 만나 정보를 캐는 일 같은 것은 관계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와해시키는 일이다.

 

두 번째 조심할 일은 부하직원과의 관계에서 일정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부하들과 술자리를 갖는 것은 좋지만 너무 자주 갖는 것은 좋지 않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자리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직원들과 술자리는 월 1회 이내로 하고 1차에 한정하되 극히 예외적으로 2차를 한다.’ 같은 원칙을 정해 놓는 것이 좋다.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적인 거리(Educational Distance)를 이야기하고 있다. 친밀감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약간의 거리감’이 있어야 서로 존중감을 갖고 또 긴장도 하는 것이다. 특히 남녀 관계에서 거리 유지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심할 일은 사적인 자리에서 일이야기를 섞어 넣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 회사에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술 한잔 하면서 하는 것 정도는 좋다. 하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정말 사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서로 관심을 표하는 것이 좋다. ‘어떤 자세로 인생을 사는지’ ‘미래 계획은 무엇인지’ ‘가정적인 애로는 무엇인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 속에서 나눌 수 없는 한 차원 높은 대화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