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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60] 이상하게 좋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4/0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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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M씨는 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분이었다. 그런 그가 우여곡절 끝에 고속도로 휴게소 매장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하게 됐다. M씨는 실수를 많이 하고 다른 사원들 하고 어울리지도 못했다. 급기야 매장 주인은 M씨를 해고하고 말았다. M씨는 자신이 좀 실수를 한 것은 맞지만 ‘해고’는 억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직원들이 자신을 부당하게 ‘왕따’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동기관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게 됐다. 

 

사실을 알아보니 일이 여러 가지로 꼬여 있었다. 사용자 측에서는 M씨가 판매대금을 빼돌렸다며 경찰에 고소까지 해 둔 상태였다. 여성인 M씨는 또 남성인 관리자로부터 성추행을 입었다는 주장도 했다. 얽히고설킨 이런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잘잘못을 따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양당사자를 화해시키는 것이 좋다. 중재자들의 노력에 의해 이야기가 잘 정리되는 듯 싶었다. 서로 잘못이 있으니 근로자는 해고를 인정하고, 사용자는 고소를 취하하자고 한 것이다.

 

근로자 M씨는 사실 횡령죄로 고소당한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직원들과의 관계를 볼 때, 다시 매장으로 들어가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사용자가 고소를 취하해준다면 자신도 해고를 받아들이는 것이 합당한 결과였다. M씨는 이 모든 이야기가 맞다고 하면서도 이중 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재자들의 노력이 허사로 끝날 판이었다. 

 

M씨는 최종순간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가 스스로 회사를 관둘 수는 없습니까?” “회사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자신을 해고하는 것은 어찌되었건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사람들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건데요?” M씨는 대답을 했다. “제게 한 달간의 말미가 주시면 그 안에 사표를 쓰겠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한 달간 근무를 더 하되 그 사이에 근로자가 사표를 쓰는 조건으로 마무리가 됐다. 그 후 M씨 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며칠 후 ‘스스로’ 사직서를 회사에 보냈던 것이다. 

 

M씨가 중재자들에게 남긴 말은 울림이 컸다. “사람이 자존심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M씨와 차분히 논리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오는 ‘자존심론’은 인간 심리의 바탕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1993년 8월7일부터 11월7일까지 93일 간 열린 대전 엑스포(세계박람회)는 매우 의미가 큰 행사였다.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대규모 박람회였을 뿐 아니라 국제박람회기구의 공식 승인을 받은 행사가 개발도상국에서 열리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세계 108개 국가와 33개 국제기구 그리고 대한민국의 200여 개 기업이 참가했고, 국내외에서 무려 1,450만 명이 관람했다. 

 

이 행사를 준비한 것은 1998년 말부터였다. 그때 조직위원회는 여러 가지를 구상하던 중에 한국의 과학기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과 같은 종을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이 일은 종을 회사의 상징으로 삼고 있는 제약회사 종근당에 부탁하기로 했다. 종근당의 창업자 이종근(李鍾根)씨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이름자에 들어있는 ‘종’을 상징 물로 삼고있는 터였다.

 

그런데 종근당과 여러 차례 접촉한 조직위는 소득이 없었다. 조직위의 설명에 대해서는 사실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결과는 무위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전엑스포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오명 씨가 이종근 회장을 만나기로 했다. 오명 씨는 이 회장과 이런 저런 인생사를 나누었다.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왜 종을 회사 상징물로 삼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종근당에서 대전엑스포에 종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종근 회장은 오명 씨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던 것이다.

 

“종은 내가 전문가인데 엑스포 조직위원회에서 와서 자꾸 종에 대해 설명을 하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야기하는 것 아닙니까? 제게 물어왔어야죠.” 그는 이미 한국 종에 대해서는 ‘박사급’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 앞에서 무슨 ‘설명질’을 했단 말인가?

 

그렇게 해서 에밀레종보다 큰 ‘엑스포 대종’이 종근당에 의해 탄생되게 됐다. 

자존심이란 이렇게 작용하는 것이다. 대화를 할 때나 거래를 할 때 분명 이해를 했는데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혹시 자존심 문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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