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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2신도시 핵심 문화복합용지 ‘허위공모’ 의혹
‘공공성’ 강조 공모안으로 우선협상대상자 된 후 ‘수익성’으로 대폭 변경
업계 일각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위”… 재심의 불가피 주장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19/04/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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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복합용지 8블럭 위치도.     © 화성신문

▲ 제일건설 컨소시엄이 제시한 라크몽 조감도.     © 화성신문

 

화성 동탄2신도시 핵심 지역인 동탄호수공원 인근 문화복합용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제일건설컨소시엄이 당초 사업계획서와 달리 문화공연시설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공간들을 상당부분 축소하거나 삭제하고, 그 공간을 상업성 시설로 변경시키는 사업계획 변경을 마쳐 허위공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시공사는 지난해 2월 동탄2신도시 내 워터프론트콤플렉스 문화복합용지(8BL) 11333(3428)에 대한 제안공모 방식의 민간 사업자 공모에 나서 3개월 후인 5월에 제일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공모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제일건설 컨소시엄을 비롯 9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이 부지가 동탄2신도시의 핵심 매력요소인 동탄호수공원 인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공공 성격 시설 대폭 축소·삭제

 

공모안 평가분야는 재원조달계획(배점 90)과 종합개발구상 및 단지계획(160), 건축계획(90), 사업운영·Tenant 유치관리계획 및 공공기여도(350) 4개 분야였다. 심사위원 총점은 690점이었다. 제일건설 컨소시엄은 이 가운데 배점 점수가 가장 큰 네 번째 평가분야에서 다른 응모 컨소시엄에 비해 최고 87.5점을 더 받는 압도적 평가를 받아 1위가 됐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 인해 심사위원 총점과 사업수행능력(신용도+재무상태)을 합한 합계점수가 총 배점 800점의 85%680점을 얻지 못한 사업신청자는 가격평가에서 제외된다는 공모지침서 제20조 규정(가격 평가 대상자 선정)에 따라 774점을 받은 제일건설측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컨소시엄은 토지가격을 제안할 수 있는 자격조차 얻을 수 없었다.

 

제일건설 컨소시엄의 공모안이 평가위원(9)으로부터 네 번째 평가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문화공연시설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공간들을 파격적으로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공익성 중심 공모안취지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제일건설측은 1위로 심의를 통과했던 당초 공모안과는 크게 다른 변경안으로 지난달 25일 건축허가를 받았다. 건축 구조가 대폭 변경된 변경안은 공공적 성격이 강한 공간들을 상당수 삭제하거나 축소하고 사업성이 높은 시설로 대체했다. 또 주민과 지역예술가, 청년 등을 위한 전시·휴게·이벤트 공간도 분양을 위한 매장으로 교체했다. 공익성을 강조했던 당초 사업계획서가 우선사업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는 수익성 위주로 변경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라크몽이라는 건물명(당초에는 라끄 플라네르’. ‘호수 위에 핀 문화의 꽃을 거닐다는 의미)의 공모안은 지하 3지상 5층으로 구성돼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양 손바닥을 구부린 듯한 건물이 중간에 위치한 타조알 모양의 타원형 건물을 품고 있는 모양새다.

 

 

평가위원 9명의 평가근거훼손

 

제일건설측은 당초 공모안을 통해 심사위원이라면 누구나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공익성과 편리성 위주의 배치를 강조했다. 지하 1층에는 중심 위치에 공연장과 그 뒤편에 열린 도서관을 배치했고, 지상 1층에는 중심에 탁 트인 대형 북까페와 청년창업시설을 배정했다. 2층에는 넓고 쾌적한 테라스 공간과 오픈 스페이스 공간을 계획해 주민들을 위한 전시휴게이벤트 실시를 제안했다.

 

그러나 변경안에는 지하 1층 공연장은 대폭 축소돼 구석으로 옮겨졌고, 공연장 위치에는 판매시설이 배치됐다. 탁 트인 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공간으로 변했고, 미적인 요소도 떨어지게 됐다. 열린 도서관은 원래 있던 위치에서 사라졌다. 지상 1층의 대형 북카페와 청년 창업공간이 들어설 자리에는 분양이 용이한 전용 5~10평 정도의 작은 호실로 분할됐다. 탁 트인 느낌을 주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통로도 사라졌다. 지상 2층의 테라스 연계 전시공간도 삭제됐고, 1층 북카페와 소통이 가능한 수직동선 계획도 삭제돼 분양 매장으로 변경됐다.

 

또 공모안은 3층에 주민들과 예술가들의 문화·예술작품 참여·전시·판매를 위한 지역문화예술 클러스터인 공방전시시설 테라스팩토리 스토어와 지역예술가들을 위한 가변형 전시공간 ‘I(아이)갤러리를 배치했지만, 변경안에는 이러한 시설들이 삭제되고 잘게 쪼개져 분양 매장으로 바뀌었다.

 

 

결국, 상업성이 높은 지하 1지상 3층에 공익적인 문화시설 설치를 강조해 높은 점수를 받았던 사업계획서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수익성 위주의 구조로 대폭 변경된 것이다.

 

지상 4층과 5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모안은 4층에는 수익성이 낮은 미래형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MBC PLUS 방송테마파크와 공연장 부대시설을, 5층에는 수익성이 낮지만 주민 선호도가 높은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각각 제안했다.

 

그러나 4층 변경안에는 ‘MBC PLUS 방송테마파크가 사라지고 경쟁자측 컨소시엄이 제안했던 주렁주렁(실내동물원)이라는 아이템으로 교체했다. 가장 가점이 높은 평가분야(사업운영, 테넌트 유치관리계획 및 공공기여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제안한 테넌트를 유치하지 않고, 그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타업체 유치계획 테넌트를 입점시킬 계획이라는 것이다. 또 공연장 부대시설 자리에는 분양계획을 세웠다. 5층 변경안에는 300석 규모의 공연장(라끄 씨어터)은 삭제되고 분양 가능한 면적으로 분할했다. 5층 전체 문화복합시설에는 동선 곳곳에 분양 가능한 근린생활시설이 추가됐다.

 

각 층에 테라스 조성을 통해 개방감을 높이고 전시공간을 특화하겠다고 한 계획도 대폭 변경됐으며, 5층 공모안에서 제안했던 문화복합용도인 내셔널지오그래픽 드림웍스존이 삭제됐다. 1급지에 있어야 할 문화복합시설의 위치가 3~4급지로 변경된 것이다. 전문가 9명의 평가위원들이 내린 심의결과의 취지가 무참히 난도질당한 셈이다.

 

 

변경안 승인, 상식적 이해 안돼

 

 

민간공모를 진행한 경기도시공사가 당초 공익성 위주의 복합문화공간 조성 취지와 거리가 먼 제일건설 컨소시엄의 사업계획 변경을 동의해준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제일건설측은 경기도시공사로부터 해당 부지를 400만 원 초반 수준에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격은 용적률을 감안하더라도 900만 원 수준인 주위 부지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제대로 된 문화복합공간을 건립하게 하기 위한 일종의 특혜조치였던 셈이다. 하지만 제일건설측은 수익성 위주로 변경한 도면으로 건축허가를 받음으로써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설계도면을 본 한 건축사는 당초 공모안과 변경안은 완전히 다른 그림이라며 민간공모를 진행한 주체측이 이런 변경안을 승인한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건설 측이 공모에서 최고 점수를 득하고 매수자 지위를 취득하게 된 것은 당초의 계획이 제대로 준수될 것이라는 점을 신뢰하고 이루어진 행위라며 매수자 자격 취득 이후 당초의 공공적인 계획을 상업적인 용도로 대폭 변경한 것은 계획적으로 허위의 사업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으며, 경쟁 입찰자들의 이익을 크게 심각하게 훼손한 것인 만큼 재심의하거나 아니면 제일건설측이 당초 공모안대로 건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재 경기도시공사를 대상으로 한 토지사용승낙서 발급 금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제출된 상태다.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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