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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겨운 우리 상추
최재근 화성시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4/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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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근 화성시민     © 화성신문

하얀 문창호지보다도 얇은 겨울 햇살이 우리 집 마루 위까지 따스하게 비춰준다.

 

무술년 늦가을에 텃밭에 심어 놓았던 상추와 대파를 겨우내 길러 먹기 위하여 마루위에 생선가게에서 구해 온 스티리폴 상자 몇 개에 밭흙을 퍼 담고 상추와 대파를 옮겨 심어 놓았다.

 

이따금 상추가 자라는데 필요한 물을 주면 흙에서 영양분도 섭취하면서 무럭무럭 생기있게 잘도 자란다.

 

녹색 잎들이 서로 마주보고 정겹게 자라나는 상추를 보면 귀여운 강아지를 껴안아주듯이 손으로 만져주도 싶은 정감이 생긴다.

 

비록 말은 못할지언정 한창 목이 마를 때 물을 뿌려 주면 상추나 파나 얼마나 좋아할까?

마치 갓난 어린 아기가 엄마의 젖을 빨아 먹으면서 놓지 않으려고 꼭 쥐려는 모습이 연상된다.

감정이라는 것은 말 잘하는 사람에게만 있는 줄 알았더니 말 못하는 초목도 감정이 있다고 한다.

 

어느 연구하는 교수가 똑같은 꽃을 화분에 심어 강의실 뒤편에 10m간격으로 심고 오른쪽에 있는 꽃에게는 “어쩌면 이렇게 이쁘냐!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하면서 칭찬만 해주고 왼쪽에 있는 꽃에는 “너도 꽃이냐? 이렇게 못생기고 보기 싫은 꽃은 처음 보았다” 하면서 흉만 보았더니 놀랍게도 신기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 강의를 들은적이 있다.

비록 감정 표현을 못 하는 식물일지라도 주위 환경의 긍정적인 칭찬과 부정적인 비방을 구별하고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의 일거일동 정성이 농작물에 영향이 이처럼 크다는 것을 알고 더욱 정성껏 농사를 잘 지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농사는 농민 자신이 온갖 정성을 다한 만큼 소득이 나타난다.

내가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에 “논밭에서 자라는 풀도 논두렁을 지나가는 사람이 주인인지 아닌지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안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씀을 듣고 생각한 것이 “정말 그럴까? 꾸며 낸 말이겠지. 풀은 어디까지나 풀이지 사람처럼 눈도 없으니 볼 수도 없고 귀도 없으니 들을 수도 없고 입도 없으니 말할 수도 없을 터인데 어떻게 구별한다는 말씀이신가?” 거짓말이지 하면서 생각하였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말 못하는 풀도 농민들의 농사에 대한 정성을 식별할 수 있으니 더욱 정성들여 농사를 잘 지으라는 가르침이다.

 

아무리 날씨가 가물어도 자라나는 작물에 물을 잘 대어주면 풍년같은 수확을 올릴수 있고 “하늘은 이길 수 없다”고 하면서 자포자기하고 무관심하면서 정성을 쏟지 않으면 흉년 농사로 먹을 것이 없어 고달픈 생활이 된다.

 

인간의 생활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족간에도 불평과 불만만 가지고 트집잡고 탓만 하면서 속상하다는 말만 계속한다면 누가 좋아하겠으면 살맛이 나겠나.

또한 아무 관심도 없이 “소가 닭 보듯”하면 무슨 재미로 이 세상을 살고 싶을까?

 

여기서 소외감도 생기도 고독감도 생겨 심하면 우울증에 걸려 세상을 하직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날마다 마주보는 가족이라고 허술하게 여기지 말고 좀 더 생각을 해서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말이라도 듣기 좋게하고 정감 있는 말로 사기를 올려 용기가 생기고 더 잘살고 싶은 의욕을 가지고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하여야 되겠다.

 

속담에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온 가족이 살맛나게 보살펴주고 포근히 안아주며 격려해 주자.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나 무럭무럭 자라나는 학생들에게는 잘못한다고 면박이나 주고 질책만 하기보다는 “너도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고 사기를 북돋아 용기를 주면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어리고 젊은 나이에 한창 반항심이 강하고 욕구불만이 쌓여 있을 때 잘못하면 가출하기도 하고 비행을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값이면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나 이웃이나 직장 동료간에도 긍정적인 마음 자세로 대하여 서로 믿고 의지하려는 따스한 인정이 흐르는 세상이 되어야 하겠다.

 

오늘 저녁상 위에는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운 상추쌈을 올려놓고 가까운 친구와 마주앉아 정담을 나누며 막걸리 한잔 나누고 싶다.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한 잔 술에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정겨운 세상이 그립다.

오늘도 우리 집 마루 위에 있는 상추는 누구를 위하여 무럭무럭 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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