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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65] 협치의 시대, 공유하는 리더십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 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5/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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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인도인 카말 카(Kamal Kar)는 오랫동안 농촌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인도와 인근 지역에서 가난을 퇴치하기 위해 가축 기르는 법도 가르쳐주고, 저비용으로 자원을 개발해 쓸 수 있는 방법도 보급하고 했다. 그럴 때마다 부딪히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위생’이었다. 특히 회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람들이 노상에서 ‘큰 일’, ‘작은 일’을 보는 것이 문제였다.

 

방글라데시 같은 경우는 몬순이 찾아오는 여름이 되면 물이 넘쳐서 낮은 지대의 논은 모조리 바다가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지대가 높은 산으로 올라가서 다닥다닥 붙어서 산다. 그 때 화장실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여기저기서 사람들은 오물을 접하게 되고, 병원균에 감염되고, 설사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이는 카말 카씨에게만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인 문제였다.

 

국가에서 화장실 짓기 운동을 벌였다. 보조금을 주기도 하고, 콘크리트 통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카씨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방식 말이다. 1999년부터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이 방법을 시도했다. 

 

카씨는 마을 사람들을 넓은 장소에 모이게 하고 바닥에다 마을 지도를 크게 그린다. 우선 파란 가루로 마을에 있는 도로를 표시한다. 그리고 하얀 종이를 나누어주고 그걸로 자신들의 집을 도로를 기준으로 나타내게 한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탐색을 시작한다.

 

사람들 모두에게 노란 가루를 주고, 최근에 대변을 어디에다 누었는지 표시하게 하는 것이다. 밤중이나 비가 올 때는 어디다 일을 보는지도 표시하게 한다. 지도에 표시된 대변을 보고 사람들은 경악을 한다. 자신이 바로 집 근처에서 일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곤 하루 대변의 양이 얼마나 될지 계산도 시킨다. 이런 사실이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서로 의견을 교환하게 한다. 히죽히죽 웃던 사람들이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한다. 이때 카씨는 국면을 전환한다. 화장실을 지어보고 싶은 자원자가 있는지 묻는다. 한 사람이 손을 들면 그를 앞세운다. 그가 첫 번째 화장실 건설자가 되는 것을 마을이 도와준다. 그리고 제2, 제3 화장실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카씨는 이를 ‘지역사회 중심 종합 위생(CLTS: Community-led Total Sanitation)’이라 부르고 이 방법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지역 총 60개국에 보급했다.

 

이제 우리나라 이야기를 해보자. 마을마다, 아파트 단지마다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아파트 단지에는 적어도 두 개, 많은 데는 10개도 넘는 이 놀이터는 대개가 비슷하게 생겼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이런 것들이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바닥은 고무매트나 탄성포장으로 되어있다. 최대한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어른들의 배려다. 

 

그러나 순천에서 시작된 ‘기적의 놀이터’는 이런 규격화된 놀이터와는 거리가 멀다. 2016년에 오픈한 ‘엉뚱발뚱’이란 이름의 기적의 놀이터 1호에는 그 흔한 미끄럼틀도 없다. 다만, 넓은 모래밭과 팽나무 고목, 상하 수도관 위로 잔디가 덮인 언덕, 마중물을 넣을 수 있는 옛날식 펌프와 얕은 개울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거기에 평일엔 200여 명, 주말엔 600여 명의 어린이가 찾는다. 그해 공공건축 최우수상과 창의행정 최우수상까지 받았고, 전국 광역·기초단체와 아동 전문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민속학을 전공한 천해문씨는 우리나라 전래동요를 모으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그의 관심이 어린이 놀이터로 옮아갔다. ‘요즘처럼 규격화된 놀이터가 과연 맞을까?’ 그는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순천시를 찾았다. 순천에 있는 YMCA와 함께 시를 설득했다. 시는 TF는 만들었지만 전혀 해보지 않은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놀이터를 만들기로 했다. 어린이들끼리 워크숍을 하고 토론회를 하고 연구를 하게 했다. 어린이들은 놀이터는 ‘위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만들어진 시설에서 안전하게 노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뭔가를 만들고 부수고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래서 깊이 1.5m나 되는 모래밭이 만들어졌다. 이제 순천에는 기적의 놀이터가 5개나 생겼다.

 

지역사회는 누가 이끌어가는 것인가? 리더십은 누가 발휘해야 하는가? 정해진 리더, 고정된 리더가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 통치의 시대에서 협치의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리더십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때 더욱 아름다운 사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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