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명품으로 불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다. ‘가치’다. 가치가 있기 때문에 명품으로 불린다. 가치는 차별화의 다른 이름이다. 다른 것과 비슷한데 명품으로 불릴 수는 없는 일이다. 화성 서부 연안도 마찬가지다. 분명 명품인 것 같은데 선뜻 명품이라 부르기 힘들다. 왜일까.
화성 서부 연안은 천혜 자원의 보고다. 잘 알려진 궁평항 전곡항 제부도는 물론이고 고렴지구의 지층과 농게, 매화리 염전, 백미리와 화성호 갯벌, 궁평리 사구, 철새 등 수억만금을 주고도 갖기 어려운 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유사 명품’ 취급을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협성대 이상문 도시공학과 교수는 그 원인을 ‘다움’의 부족에서 찾는다. ‘화성다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동차로 한 바퀴 휙 돌아보고 회 한 접시,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 먹고 오는 곳 정도의 취급을 받는 것도 그 ‘다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부 연안에는 식당과 편의점, 공장들이 산별 입지해 있어 경관이 어지럽다. 궁평항에는 대형 수산물 센터가 들어서 있다. ‘회 한 접시,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오가는 길도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인식적으로 명품과 거리를 멀게 한다. 지금 화성 서부 연안은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한 지역이 됐다.
서부 연안은 ‘경관 취약성’ 지역에 해당된다. 작은 경관 변화조차 시각적으로 아주 민감하게 보이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섬세한 접근과 세밀한 터치가 필요한 지역인데도 그동안 개발논리에 휩쓸렸으니 경관이 좋을 리 만무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중요한 건 마인드다. 큰 그림을 그려놓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관계 전문가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 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백년대계를 짜듯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조급증을 내서는 안 된다. 짧은 기간에 성과를 거두려는 조급증이야말로 지금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얼마 전 ‘명품 놀이터’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화려한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는 대신 모래로 놀이터를 가득 채웠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자연에서 개발된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고 한다. 화성 서부 연안도 마찬가지다. 인공물을 가미할수록 본질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다. 손을 대면 댈수록 명품에서 멀어진다. 훼손된 부분에 대한 복구도 ‘화성다움’을 염두에 두고 진행돼야 한다. 화성 서부 연안 명품의 조건에는 ‘연안다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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