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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66] 오늘 점심은 누구하고 먹어야 하나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5/2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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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오늘 점심은 누구하고 먹나요?” 지난 5월 9일 필자가 카톡방을 이용하여 지인들에게 긴급설문조사를 했다. 모두 96명이 대답을 해 주셨는데 놀랍게도, 35%인 34명이 혼자 먹거나 식사를 거른다고 했다. 38%인 36명은 사내 사람과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73%가 혼자 아니면 맨날 보는 사람과 점심을 하는 것이다. 응답을 주신 분들이 모두 리더급들인데 이렇게 점심시간을 보내도 될까? 

 

리더는 어떤 사람과 점심을 먹어야 할까? 여기에 정답이 있는 것일까? 필자가 대학에서 총장들의 식사 형태를 살펴볼 때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총장님은 거의 매일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드셨다. 그래서 총장의 고정 좌석이 은연 중에 생길 정도였다. 총장이 안 오시는 날도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런가 하면 한 번도 구내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외부에서 외부인과 식사를 하는 총장도 있었다.

 

점심시간은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누구하고 식사를 하고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느냐 하는 것은 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Elon Musk)는 점심시간이 너무 아까워 대개 미팅으로 보내는데 식사는 미팅 중 5분 안에 끝낸다고 한다. 애플의 CEO 팀 쿡(Tim Cook)의 점심시간은 회사 내 카페테리아에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는 시간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자유롭게 직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다.

 

리더의 과업은 대내적인 것과 대외적인 것으로 나뉜다. 이 두 과업은 적절히 균형을 유지해야 하지만, 리더가 결코 대내적인 일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고객이나 납품업체와 같은 거래처를 만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역사회나 자신의 일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도 만나야 한다. 특히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거나 혁신을 추구할 때는 기존의 활동 공간을 벗어나서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하고 만나야 하는 것이다.

 

뭔가 한계를 느끼거나, 아이디어가 고갈되었다 싶을 때는 네트워크를 바꾸어 보는 것이 좋다. 만나는 사람을 조정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부회장을 역임한 권오현씨는 한 달에 한번 일부러 주제를 정해놓고 그 주제에 맞는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더러는 기술적인 문제를 놓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신세대 문제, 종교 문제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그 주제가 매우 다양했다.

 

덕양중학교에 근무했던 김삼진 교장선생님은 외국에 잘못 알려진 우리 역사를 바로 잡는 반크(VANK: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중학생들에게 이 활동에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뿐만 아니라 김교장선생님은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운동’,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같은 단체에도 참여하면서 학생들 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인간관계 네트워크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첫째는 업무적 네트워크(operational network), 둘째는 개인적 네트워크(personal network) 그리고 셋째는 전략적 네트워크(strategic network)이다. 업무적 네트워크는 현재의 업무를 원활히 수행해 나가기 위한 만남이고, 개인적 네트워크는 내 자신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만드는 만남이다. 이에 비해 전략적 네트워크는 미래의 기회를 노리거나 보다 큰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만남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첫 번째 업무적 네트워크에 치중해 있다. 사내 사람들이나 거래처 사람들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발전이 없다. 개인적인 네트워크와 전략적 네트워크를 적절히 개발해 두어야 한다. 경영대학원에서 학습을 하면서 사람을 사귀든지(개인적 네트워크) 또는 외국인을 사귀어서 미래 해외진출에 대비하는 것(전략적 네트워크)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50:30:20 정도의 비율이면 어떨까 한다.

 

오늘 점심은 누구하고 해야 할까? 이제부터 무턱대고 아무하고나 점심을 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틀을 짜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10에 5번 정도는 현재 업무 파트너들과 하는 것이 좋겠고, 10에 3번 정도는 현재 업무를 떠나 개인의 발전을 위해 만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10에 2번 정도는 미래 도약을 대비해서 특별한 후원자와 자리를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워렌 버핏(Warren Buffett)과의 점심식사는 어떨까? 자선경매로 진행되는 워렌 버핏과의 식사는 대체로 200만 달러(22억원)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 되면 ‘전략적인 투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에게서 특별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만남 그 자체로 명성을 얻기 때문이다. 점심, 아무하고나 먹으면 안 된다. 꼭 만나야 할 사람과 ‘비싸게’ 먹어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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