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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67] 당신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5/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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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우리 학생들이 일산의 한 한 먹자골목 상권을 조사했다. 그곳에 대형 고기집이 들어서면서 생긴 변화를 관찰했다. 기존 음식점으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났다. 한 쪽에서는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취했고 다른 쪽에서는 질을 높이는 방법을 취했다. 가격을 낮춘 쪽에서는 일단 음식값을 할인했다. 질을 높인 쪽에서는 새로운 샐러드를 개발하고, 직원이 직접 구워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가격을 낮춘 쪽은 사라졌고, 질을 높인 쪽은 살아남았다.

 

음식점이든 제조업이든 경쟁구도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생태계가 달라진다. 그래서 비즈니스에서는 나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그들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즉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는 것이다. 무조건 잘 하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경쟁자보다’ 조금 잘 하면 되는 것이다. 

 

인텔 같은 회사는 경쟁자보다 한발 앞서서 신제품을 시장에 내어 놓는 것으로 승부를 걸었다. 시장선도자인 것이다. 반면에 파나소닉(구 마쓰시다전기)은 팔로워 전략을 취했다. 시장에 누군가 신제품을 내어 놓으면 그것의 약점을 파악해서 좀 더 편리하고 좀 더 싼 제품을 내어 놓는다. 인텔은 그런 신제품을 개발해낼 연구력이 있었고, 파나소닉은 시장 선도자를 뒤쫒아 가도 잘 할 수 있는 조직력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가전업이 발달하게 된 것은 LG와 삼성, 삼성과 LG라는 두 막강한 경쟁자가 끊임없이 경쟁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서로 컬러 TV를 먼저 내 놓으려고 경쟁했고, 서로 더 좋은 에어컨을 만들려고 경쟁했고, 서로 A/S를 더 잘하려고 경쟁했고 또 서로 해외지사를 먼저 내려고 경쟁했다. 물론 지금도 피나는 경쟁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경쟁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사실 과거에도 결정적인 경쟁자는 무대 밖에서 나타났었다. 기존의 사업자들이 거래했고, 잘 알고 있는 산업이나 시장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에서 기존 사업자를 위협하는 제품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모든 타자기를 의미 없게 만드는 노트북의 등장이 그렇고, 모든 전화기를 무력하게 만든 스마트폰이 그렇고, 모든 동네 서점을 뒤흔든 온라인 서점이 그렇다.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일들이 예외적인 게 아니라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괴적 혁신’의 시대인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쟁자가 누구일까? 다른 자동차 회사? 전자회사? 우버? 아주대학교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국내 타 대학? 외국 대학? 평생교육기관? 온라인 교육기관? 네이버? 페이스북? 과연 나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이제 경쟁자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앞으로는 경쟁자를 정의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전혀 엉뚱한 데서 플레이어가 등장하여 판을 뒤집어 놓는 상황에서 눈에 보이는 경쟁자 보다 한발 앞서간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경쟁자를 쳐다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고객을 쳐다보는 것이다. 아니 경쟁자는 생각하지 말고 고객에만 열중해야 한다. 연애할 때 연적을 의식하면 지는 것이다. 연적이 있든 말든,  애인이 생각하고 있는 후보자가 2명이건 3명이건 생각할 것 없이 애인에게만 몰두하여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오로지 애인을 위한 혁신만 하면 된다. 흔히 전략을 짤 때 3C를 고려하라 한다. Customer(고객), Competitor(경쟁자), Company(자사)가 그것이다. 물론 셋 다 고려해야 하지만 무게 중심은 고객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고객도 모르는 변화가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고객, 눈에 보이는 고객, 자주 만나는 고객이 문제가 아니다. 내가 모르는 미래의 고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3C가 아니라 4C, 즉 3C에 Change(변화)를 하나 더 보탤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이키(Nike)는 자신의 경쟁자가 같이 신발과 운동복을 만드는 리복(Reebok)이 아니라 게임기를 만드는 소니나 닌텐도라 생각한다고 한다. 고객의 입장에서 변화를 바라보는 현명한 발상이다.

 

당신도 경쟁자를 정의하고 싶은가? 일단 현재의 경쟁자를 떠올려라. 그리고는 그 경쟁자는 젖혀두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혜성처럼 나타날 가상의 경쟁자를 떠올려 봐라. 그것이 어려우면 10년 후 잘 나가는 자신을 생각해 보라. 그 회사를 자신의 경쟁자로 생각해 보라.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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