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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영순 화성시 그루매니저, “잠자는 꿈 일깨워주는 산림 일자리 개척자”
5명 이상 구성된 ‘그루경영체’, 일자리창출 역할
한 달 반 만에 5개 조직 구성, “그루매니저 모델 되는 게 꿈”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19/06/1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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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순 화성시 그루매니저가 숲속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화성신문

    

“그루매니저? 나무 한 그루 두 그루 할 때 그 그루 말인가요? 그 그루가 맞다면 나무나 숲과 관련된 매니저 역할을 하는 분이라는 말씀이신데….”

 

명함에 적힌 직책을 제대로 이해했나 보다. 명함을 건네준 사람이 밝은 미소로 “네”라고 대답하는 걸 보면.

 

화성시에서 지난 26년간 사회복지 전문가로 활동하던 박영순 씨(56)는 지난 4월 25일 ‘2기 그루매니저’가 됐다.

 

2기 그루매니저에는 전국에서 치열한 경쟁률을 뚫은 25명이 선발됐다. 지난해 선발된 1기 그루매니저 5명을 포함하면 현재 대한민국에는 30명의 그루매니저가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화성시를 담당하는 박 씨와 가평군 담당 1명 등 총 2명뿐이다. 그루매니저 육성정책은 산림청 역점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그루매니저는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 내 산림일자리발전소 소속이다.

 

“그루매니저는 한마디로 산림자원을 활용해서 일자리를 발굴하는 사람입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도 방향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산림자원을 이용해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거죠. 산림 일자리 개척자라고나 할까요.”

 

그루매니저의 개념을 이렇게 명확하게 설명한 박 씨는 “꿈은 있지만 꿈을 펼치는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강점을 발굴해서 5명 이상으로 구성된 ‘그루경영체’라는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그루경영체가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간 연결자, 현장밀착형 기획활동가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부연했다.

 

그루매니저의 역할이 일반 창업지원과 다른 점은 ‘산림자원’을 이용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카페나 음식점, 회사 등 어떤 형태의 법인체(그루경영체)를 만들더라도 반드시 산림자원을 이용해야 한다. 산림자원은 산양삼, 더덕, 도라지, 오미자, 단감, 밤, 표고, 도토리 등 79가지 품목을 말한다.

 

▲ 자신이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싱싱하우스’에서 식물에 물을 주고 있는 박영순 그루매니저.  © 화성신문

 

산림형 그루경영체를 만드는데 관심 있는 사람 5명이 모여 “우리도 한 번 해보자”라고 의기투합했다면, 그 이후 절차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먼저 법인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각자 20만 원이든 50만 원이든, 100만 원이든 출자금을 내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협동조합이든 사회적 기업이든 그루경영체의 희망대로. 그 이후에 견학도 하고, 교육도 받고, 자문도 받고, 워크숍에도 참여하고, 다른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도 해보는 등의 절차를 밟게 됩니다. 보통 1~2개월 정도 기간이 소요됩니다.”

 

박 씨를 만난 건 지난 11일이었다. 박 씨가 우정읍에서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싱싱하우스’에서 만났으니, 그루매니저가 된지 1개월 반이 지날 무렵이었다. 그 짧은 기간에 실적을 올려봐야 얼마나 올렸을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던진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이 놀라웠다.

 

“다섯 개 팀을 발굴했어요. 예비 그루경영체죠. 5명 이상으로 구성된 그 다섯 개 팀을 어제 화성시생활문화센터에 모이게 해서 1차 설명회를 했습니다. 이 분들이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심사를 통과해야 진짜 그루경영체가 되는 겁니다. 6월 20일에 그루경영체 모집 공고가 나올 예정이고, 7월 26일까지 접수하면 됩니다. 최종 심사결과는 8월 30일에 나오고, 9월 1일부터 활동하게 됩니다.”

 

1개월 보름 만에 5개 팀을 구성하도록 만들었다니 놀라운 추진력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떤 팀들을 구성한 것일까 궁금했다.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베이비 부머팀, 장애인팀, 노인팀, 다문화팀, 경력단절팀입니다. 베이비 부머팀에는 화성지역학연구소 회원 중 8명이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이 팀원들은 화성 관내 스토리가 있는 44개 산 중에서 10개를 골라 숲길 체험도 하고 역사·인물·인성·인문학 등 다양한 교육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발굴한 팀을 소개하는 박 그루매니저의 얼굴이 상기됐다.

 

“장애인팀은 도시숲을 이용한 염색과 목공예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고, 노인팀은 양봉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답니다. 다문화팀은 참 독특한 콘텐츠입니다.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몽골 등 5개 국가에서 5명이 모여 의기투합한 팀인데 숲에서 5개 국어로 노래 부르고, 나라별 놀이도 체험하고, 각국 음식도 먹어볼 수 있는 아이템이죠. 기대가 됩니다. 경력단절팀은 백년차를 이용한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백만 송이 백년차라고, 백만 송이 꽃을 피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요.”

 

박영순 씨는 그루매니저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명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관심과 애정을 쏟으면 죽어가는 나무가 살아나는 것처럼, 사람들의 잠자고 있는 욕구를 일깨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한다는 의미에서였다.

 

박 씨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산림텃밭’이다. 화성시의 사용되지 않는 산림을 활용해 텃밭을 만들고, 거기서 수확체험도 하고 나물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등의 청정숲푸드 콘텐츠다. 예를 들어 사용허가 절차를 받은 2만 평의 땅을 2000평씩 나눠 다양한 식물을 심는 텃밭으로 만들고, 거기서 나오는 수확물로 수익을 창출하는 콘텐츠다.

 

‘하면 된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는 박 씨는 자신이 발굴한 5개의 팀과 3년 동안 함께한다.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자립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연결시키고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박 씨의 역할이다. 팀이 빨리 성장하면 1년 만에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열정 빼면 남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 씨는 “그루매니저로 선정되고 나서 활동하다 보니 그동안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루매니저로 선정된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믿고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그루경영체들을 만들어내는 그루매니저 모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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