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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71] 평균은 어디에 있는가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6/2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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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올 여름도 덥겠지만 작년과 같은 수준은 아니라 해서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도 이제 아열대형 기후로 점점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다. 국토환경정보센터에 의하면, 한반도의 기온이 1912년에 비해 평균 1.5℃ 상승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농작물 재배 지역이 북상하고 있다. 제주에서 재배되던 감귤이 이제는 전남 고흥이나 경남 진주로 올라오고, 경북 청도의 사과는 강원도 춘천까지 올라오고 있다.

 

우리는 주식을 쌀로 여겨왔지만 요즘은 쌀 소비량이 그리 많지 않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의 1인당 쌀 소비량은 2018년 61kg이라고 한다. 1980년부터 쌀 소비량이 줄기 시작했는데 그 때는 132.7kg이었다고 한다. 40년 가까운 사이에 반 이하로 줄었다.

 

우리는 이렇게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통계를 인용하고 또 평균을 사용한다. 학생들 성적을 발표할 때도 평균을 이야기하고, 회사에서 매출액을 계산하거나 비용을 계산할 때 평균을 사용한다. 심지어는 혈액형이나 성격 특성도 평균을 찾아본다. 평균은 중간을 의미하고 나아가서는 ‘정상’이나 ‘표준’을 의미한다. 성적이 평균에 못 미치면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성적이 평균을 넘으면 공부를 잘 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혈압도 평균 근처에 있어야 정상이 되고 평균을 위로 많이 벗어나면 고혈압, 아래로 많이 벗어나면 저혈압이 된다.

 

그런데 과연 평균이라는 게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평균이 정상을 말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 

 

하버드 대학의 토즈 로즈(Todd Rose)가 쓴 ‘평균의 종말’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1950년 미국 공군에서 비행기 조종석을 새로 설계하기 위해 조종사들의 신체치수를 측정했다.  무려 4,063명의 조종사의 키, 가슴둘레, 팔 길이 등 조종석 설계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평균을 뽑았다. 당시 미국 공군 비행기 조종석은 1926년 남성 조종사 평균 신체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꿀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 사이 조종사들의 신체 조건이 향상 되었을 것임이 틀림없었다. 이제 신체 부위의 평균만 알면 일이 끝날 판이었다.

 

그런데 젊은 과학자 길버트 대니얼스(Gilbert Daniels) 중위는 궁금했다. ‘이렇게 신체 각 부위의 치수를 평균을 내면 그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그걸 알아보고 싶었다. 대니얼스는 주요항목 10가지를 추리고 각 항목에서 평균을 낸 다음, 그 평균값에서 약간의 편차(표준편차 값의 30%) 주었다. 가령 키는 평균이 175cm인데 170에서 180까지를 평균으로 간주했다. 

 

10개 모두에서 평균대에 들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50%? 아니 평균인데 그 보다 높아야 하지 않을까? 놀랍게도 0명이었다. 4,063명 조종사 중에 10개 항목 모두에서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럼 이렇게 힘들게 조사하여 평균에 딱 맞추어 조종석을 설계한다면, ‘바로 이거네’ 하고 좋아할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 뜻이 된다. 양보해서 10개 항목이 아니라 임의로 3개 항목만 추려 보아도 3개 항목 모두 평균대에 들어가는 사람은 불과 3.5%를 넘지 않았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과연 평균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무엇을 보고 정상이라고 하고 무엇으로 표준을 삼아야 하는가? 사람의 특징이라는 게 ‘들쭉날쭉’인 것이다. 키는 좀 크더라도 팔 길이는 짧고, 팔 길이가 짧더라도 손가락은 길고 말이다. 어디 신체적 특성만 그렇겠는가? 성격도 그렇고, 능력도 그렇다. 하버드 대학의 토드 로즈 교수는 이 ‘평균’의 문제점에 도전하고 있으며, 평균을 이상시하는 사회적 편견과 싸우고 있다.

 

지능이 뛰어난 사원을 뽑고 싶은가? 그런데 지능도 내용이 다차원적이라 같은 지능 지수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어휘력은 좋은데 추리력이 낮고, 어떤 사람은 추리력은 좋은데 공간 지각력이 떨어진다. 성실한 사람을 승진시키고 싶은가? 똑같이 성실해 보이는 사람도 상황을 들여다보면, A는 시험볼 때는 커닝도 안하고 성실한데, 친구들 하고 놀 때는 그렇지 않다. 반대로 B는 친구들한테는 무척 성실한데, 공부할 때는 그렇지 않다. 학습을 하거나 일을 하는 속도도 천차만별이다. 빨리 이해하고 빨리 끝내지만 결과의 질이 썩 좋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의 사람도 있다. 

 

평균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큰 추세를 보거나, 집단을 비교할 때는 평균이 유용하다. 그러나 개인 개인을 상대할 때는 결코 ‘도매금’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리더가 결코 평균만을 다루어서는 안 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성을 인정해야 특별한 성과를 낼 수 있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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