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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박사의 正學奉行(정학봉행)] 수선과 수선
남주헌 창의인성교육문화협회장, 디자인학박사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6/2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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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헌 창의인성교육문화협회장(디자인학 박사)     ©화성신문

# “발로 흙을 고르고 손에 끼고 있는 장갑 벨크로(찍찍이)를 떼었다가 붙인다. 제자리에서 2회 점프하며 양 발을 부딪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안전모를 벗어 얼굴 부근을 2번 쓸어 올린 뒤 다시 착용한다. <중략> 연습 스윙을 한 번 해본다. 드디어 타격 자세에 돌입한다.” 이 이야기는 타석에서 준비 동작을 하는 프로야구 P씨의 일명 루틴(routine)이다. 이러한 루틴은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함이며 아마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하고 수선하며 만들어진 결과가 아닐까 생각 해 본다. 나도 하루의 베스트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 8시 30분경 사무실 도착 컴퓨터를 켜고 오늘의 할 일을 수기하고, 어제의 일을 컴퓨터(SNS·메일)로 복기(復棋)한다. 다음으로 신문을 스크랩 해 읽고 몇 개의 새로운 단어를 정리하며 나름 뇌를 맑게 하려고 노력한다. 집중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점심은 1시 30분경 이후에 하고, 2시경 1층 옷 수선 가게(희망수선)에서 사장님과 커피 한 잔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하는 것이 오전 루틴이 될 수 있다. 루틴(routine)은 컴퓨터 용어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동작이나 일정한 절차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몸과 마음의 상태를 설정하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라 생각한다. 

 

# 수선 가게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야기 메뉴도 다양하고 고객층도 각양각색임을 알 수 있다. 여학생들은 교복을 갖고 와 기장을 줄이고 몸매를 뽐내볼 욕심으로 폭을 줄여달라는 ‘깜찍한 수선’, 활동이 많은 남학생들은 엉덩이가 헤어진 교복을 누벼달라는 ‘누비수선’, 중년 신사는 아울렛 상품을 여러 벌 갖고 와 기장을 줄이는 ‘멋쟁이 수선’, 주부들은 버리기 아까워 약간 손봐서 입겠다는 ‘알뜰수선’, 80대 멋쟁이 할머니들은 옷 한 벌로 옛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추억수선’. 나에게는 다양한 이야기와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배움수선’. 10평 남짓 ‘희망수선’ 가게는 그야 말로 남녀노소들이 정(情)으로 아우르는 공간이며, 추억과 아름다움을 엮어가는 희망의 수선 공간이다.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정진 사장(희망수선)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짧은 한마디에 연륜(年輪)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듯하다.

 

# 옛날에는 수선(修繕)하면 낡고 헌 물건을 손보아 고쳐 입는 인식이 있었다. 작금은 편리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개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필수요소로 수선이 인식되고 있다. 또한 재활용란 가치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맞춤복이 사라지고 기성복 시대이니 수선이 필요하고, 세월에 몸매와 트렌드가 변화하니 옷 수선도 필요하고, 고객 맞춤 시대에 경영철학도 수선이 필수하다. 교육 환경도 변했으니 가르치는 것도 수선이 필요하고, 사회 환경이 변화하니 우선순위도 수선이 필요하고, 더불어 사는 시대에 마음자세도 수선이 필요하다. 

 

# ‘수선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름답게 꾸며 입는 수선(修繕)을 적극 추천한다. 약간의 투자로 편리함과 맵시를 낼 수 있는 수선의 맛은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알 수 없다. 수선 예찬론에 맵시수선(修繕)(1)+마음수선(修善)(1)를 1+1로 추천한다. 옷 수선과 더불어 선행을 쌓거나 올바르게 행동하는 마음의 자세를 수선(修善)하는 것 그 맛 또한 만만찮다. ‘수선(修繕)+수선(修善)=희망수선’으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일상생활에 최상의 능력을 발휘해보면 어떨까? 나는 ‘희망수선’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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