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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전문가칼럼 화성춘추(華城春秋) 18] 교육은 누가하는가?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교육학박사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6/2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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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교육학박사     ©화성신문

야외에서 점잖은 어르신 세 분이 나누시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오늘날 아이들 교육은 누가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 쯧쯧”라며 한탄하시자 다른 한 분이  “요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는 물론이고 어른에게도 상스런 말과 욕설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지”,  “요즘 아이들은 왜 그리 약한지, 걸핏하면 삶을 포기하잖아” 등 걱정의 말씀을 하시면서, 이런 문제가 가정과 학교 중 어디가 잘못되어 나타나는 지로 대화를 확장하면서 울분을 토하셨다. 

 

그 말씀들을 들으면서 학생과 자녀의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대부분의 부모님과 선생님이 들으면 ‘참 서운하시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분들은 이러한 문제는 학교교육의 잘못도 아니고 가정교육이 잘못된 것도 아니라고 결말을 맺었다. 그럼 누구 잘못이란 말인가? 나는 호기심이 증대되어 귀를 쫑긋했지만 그분들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 후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교육은 누가 하는가?’라는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 분들의 말씀은 아이 행동의 책임은 부모님도 선생님도 아니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님은 왜 필요하며 선생님은 왜 필요한가? 단지 아이가 사회에 나가 독립적으로 활동하기 전까지의 보호자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다면 아이의 행동을 책임지는 교육자는 누구란 말인가? 

 

교육이란 인간행동의 계획적 변화이다. 그러므로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남의 행동을 변화시킬 목적으로 한마디라도 하는 사람은 모두 교육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 모든 환경이 교육자이다. 교육자가 이렇게도 많은데도 왜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더욱 거칠어지고 동시에 자아는 약해지고 있을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니 교육자가 너무 많아 교육이 있어야 할 위치에 있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간 것일까?

 

교육은 지식의 습득으로 이루어진다. Piaget에 의하면 지식에는 물리적 지식, 논리수학적 지식, 사회적 지식이 있다. 물리적 지식은 환경과의 만남을 통하여 습득되고, 사회적 지식은 인간과의 만남을 통하여 습득되고, 논리수학적 지식은 개인의 추리와 상상을 통하여 습득된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교육자는 개인이 만나는 환경과 사람이며, 다른 하나는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며 학습하는 자기 자신이다. 

 

교육의 효과성을 위해 이 3가지를 생각해 보자. 먼저 환경을 보면, 예전에는 아이들은 가정, 학교, 사회의 순으로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인성의 기초는 가정의 영향이 컸고, 지식의 기반은 학교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라는 환경에서만 생활하고 있지 않다. 발달한 인터넷과 매체는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생활하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인성의 기초와 지식 기반 학습을 가정과 학교 뿐 아니라 가상공간을 포함한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다. 환경의 교육적 효과는 매우 강력하다.

 

호흡을 하면 공기가 허파로 들어가듯 오감이 접하는 환경은 두뇌에 기억 흔적을 남기고, 그 기억 흔적은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 맑은 동산에 있으면 온 몸이 맑고 즐거운 상태지만 오물 투성이의 공간에 있으면 오물이 그대로 흡수되어 내가 오물인지 주변이 오물인지 모르게 동화되어 버린다. 무서운 것은 감각이 처음에는 잘못을 알고 고통을 느끼나 시간이 지나면 둔감해져 선악판단은 물론 고통조차 망각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환경은 생활하는 공간이자 학습공간이다. 판단력이 미약한 아이뿐 아니라 판단력이 충분한 성인도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영화를 보면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등급제가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매체로 개방된 더 넓은 세상은 미성숙한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만 형성되어 있지 않다. 만일 오늘날 교육이 예전보다  큰 문제가 있다면 아이에게 무분별하게 개방된 이 환경의 문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권위가 필요하다. 권위는 위치 에너지처럼 개인에게 주는 영향력과 관계있다. 옆으로 흐르는 물보다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위력이 훨씬 강한 것처럼 권위를 가진 교육자의 교육 효과는 큰 것이다. 오늘날은 가르치는 교사 중심에서 배우는 학습자 중심으로, 지식 중심에서 사고 중심으로 교육이 바뀌었다. 또한, 지식의 근원은 교육자나 연륜이 있는 어른들보다는 인터넷 등의 매체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모님과 선생님의 권위는 점차 저하되고 있다. 부모님과 선생님의 권위가 저하되는 현상은 그들이 제공하는 교육의 힘을 저하시키게 된다. 개인의 능력과 덕망에 의해서 형성되는 개인적 권위는 중요하다. 그러므로 교육자 스스로의 능력 계발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지위적 권위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권위의 효과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거를 통해 부여받은 지위적 권위가 그 사람에게 힘을 주듯 교육자에게 지위적 권위를 부여해 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학습 주체인 아이들에게 지식을 학습하려는 동기와 사고력이 요구된다. 인간은 욕구의 덩어리이다. 욕구가 있어야 행동을 한다. 그러나 욕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어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행동의 방향이 달라진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성취하고자 하는 성취동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과업을 달성하겠다는 목적의식과 의지가 필요하다. 성취동기를 위해서는 경쟁과 협동이 동반된다. 경쟁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의지를 약화시킨다. 세계는 국가이익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에 아이들의 성취동기 향상은 개인적 문제이자 국가적 문제이다. 성취동기는 강함에서 나오는 것이지 약함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어려움을 차단하는 명검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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