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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박사의 正學奉行(정학봉행)] 신과 신
남주헌 창의인성교육문화협회장, 디자인학박사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7/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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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헌 창의인성교육문화협회장(디자인학 박사)     ©화성신문

# 지난달 초에 모 대학교에 특강을 초청 받아 다녀온 적이 있다. 지난 주말에는 모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국가 자격증 시험 감독을 다녀왔다. 교수님 연구실과 학교 교무실에서 커피 한 잔을 하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최근 학생들의 생각과 학교 환경을 귀동냥하게 되었다. 나름 역할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커피 한잔의 대화와 학교 환경을 복기(復棋) 해 보았다. 학생을 가르치고 학문을 하는 공간에서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지배적이었다는 것 하나와 교수님 연구실과 교무실 서가(書架)에서 신간(新刊) 책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가령 4차 산업시대 기술혁명, 인공지능(AI)사회, 빅데이터, 청소년 진로 상담, 생명공학, 미래교육, 창의교육 방법 등등의 키워드를 갖고 있는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스스로 관찰력과 기억력을 의심해 본다.

 

# 스마트폰 세상에 전자책(E-BOOK)도 있고, 유튜브 동영상도 있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 할 수도 있다. 행정 업무도 바쁜데 학교에서 책 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래도 교사와 교수는 지성인이며 책을 보는 사람이 아닌가. 학교와 사회 환경은 저 멀리 앞서나가는데 과거의 경험과 지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며, 학문을 연구하면 경쟁력은 있는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전자책(E-BOOK)이나 동영상을 보고 가르치고 연구하면 신뢰감이 있는가. 굳이 학교에서 많은 시간과 등록금을 내고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 전문성, 차별성 그리고 깊이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 한마디가 힘과 신뢰가 되어야 학생들이 따르지 않겠는가. 어느 학교 선생님이 “벽보고 수업한 지 오래고, 교권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되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학문을 하는 대학에서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에서 책을 읽지 않고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에 대한 부메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 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 생물학)교수는 조선일보 자연과 문화(530)코너에 “생물학을 하는 학자 대부분은 엄밀한 의미에서 생물학자가 아니다”라고 꼬집으면서 “모름지기 다윈을 읽지 않고 생물을 연구하는 것은 성경을 읽지 않은 채 성직자가 되는 것과 진배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연구해야 할 지성공간에 반지성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반지성문화란 4차 산업 기술 전공 책을 읽지 않았는데 4차 산업 기술 관련 4시간 강의한다. 청소년 심리학 관련 책 한 권 읽지 않았는데 2시간 학생과 상담한다. 학생들은 졸고 귀를 후비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신(神)만이 가능한 일들이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 억견(臆見, doxa)의 시대다. 억견(臆見)은 일반적으로는 근거가 박약한 지식을 말한다. 플라톤은 이성에 의한 참된 지식(Episteme)에 대하여 감각에 의한 억견(독사, doxa)은 수준도 낮아 신뢰할 수 없는 지식이라 했다. 억견은 SNS를 통해 학문의 전당에서 책은 날려버리고 참된 지식(Episteme)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개인의 억견이 참된 지식으로 둔갑하게 만들었다. 학교 구성원들도 SNS에 초토화 당하고 있다. 초기 개인적인 지적 능력은 높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들이 있음으로써 주위에 신뢰가 사라지고 의심의 눈초리가 번뜩이며 냉소적으로 바뀐다. 이후에 개인의 억견으로 활발하게 자신의 지력을 발휘하면서 그가 있는 집단 전체의 지적 능력이 내려간다. 작가 우치다 다쓰루는 ‘이런 사람을 반지성적’이라고 한다. 지성에서 반지성으로 변신(變身) 신지성인을 양성한다. 그들은 신(神)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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