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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상업 화성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농업은 생명산업, 화성을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지력(地力) 회복이 친환경농업 성공의 ‘핵심’
무너지는 식품균형, 친환경농산물로 살려야
 
서민규 기자 기사입력 :  2019/07/2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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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시를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한상업 회장.     ©화성신문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을 책임지는 생명산업입니다. 친환경농업은 이러한 생명산업을 이끌며 양질의 농산물을 만들어 나가는 미래 농업의 핵심이자, 우리 후손을 건강하게 이끄는 나침반입니다.”

 

한상업 화성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은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한다.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하는지 불안한 현대에서, 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같은 양심가들이 친환경농업 제품을 생산하면서 식품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흔히들 친환경농업에 대해 화학비료를 제외하고 유기성 퇴비를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은 균형이 깨진 논이나 밭에서 자라나는 농작물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생명산업이어서, 보다 전문적이고 애정어린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상업 회장의 설명이다. 

 

친환경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땅을 살리는 것. 계속되는 화학비료로 인해 낮아질 때로 낮아진 지력(地力)을 되살려 미생물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면 거름도 필요없고 퇴비도 필요없는 생명이 살아숨쉬는 토지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한상업 회장은 “흔히들 친환경농업을 한다면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제대로 지력을 회복한 농지는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지에 뒤지지 않는 생산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된 퇴비를 만들어 끊임없이 집어넣는 부단한 투자와 노력은 기본이다. 

 

친환경농업에 있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농업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상업 회장은 “재미 없이 억지로 농사를 지으면 식물이 먼저 알아본다”면서 “기존의 관행대로 무의미하게 농사를 짓다가 친환경농업을 시작하니,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경험하며 농사에 대해서 새로운 연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성을 들인 농산물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훌륭한 제품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은 친환경농업 전도사가 된 한상업 회장이 친환경농업으로 전향한 것은 자손들에 대한 우려에서다. 

현재 영국에서 석사과정을 밝고 있는 첫째와 서울에서 대학 3학년으로 재학중인 둘째를 키우면서 제초제가 들어간 농산물을 먹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서 벼농사에 나서면 적게는 두번, 많게는 세번의 제초제를 사용하게 된다. 내 자식만이라도 인체에 유해한 제초제가 들어있지 않은 농산물을 먹여야겠다는 신념에서 시작한 친환경농산물 재배가 이제는 그의 자부심이 됐다. 

 

호기롭게 친환경농업을 시작했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오리농법으로 시작한 친환경농업이 AI(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면서 오리 조달이 어렵게 됐다. 한때 화성시내에서도 여러군데 있던 부화장이 이제는 경기 이천 한곳만 남았고, 이마저 10일된 오리를 가져다 키워야 하는 어려움도 생겼다. 너구리, 고양이, 살쾡이, 족제비로부터 오리를 지키랴, 맨손으로 잡초도 제거하랴 하루도 쉴날이  없었다. 그래도 친환경농업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을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보람은 컸다. 오리농법의 어려움으로 인해 왕우렁이 농법으로 모두가 바꿨음에도 불구하고 화성에서는 유일하게 오리농법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그만의 노하우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업을 시작한 2003년 이래 한상업 회장의 재배농산물은 벼농사, 수수농사, 생강농사 등 논농사와 밭농사를 가리지 않는다. 

 

2,500평의 논농사는 이번에 유기농 인증을 받는다. 3년전부터는 500평의 밭에서 생강을 심기 시작했고 해가 거듭할수록 수확량이 늘어나고 있다. 생강은 전량 경기급식에 납품된다. 1,100평의 밭에서는 수수를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한상업 회장은 “현재 화성에는 450여 명의 친환경농업인이 있고, 친환경농업인연합회에는 100여 명의 회원이 활동중이다”며 “어려운 여건하에서 애정을 갖고 우수한 농산물 재배에 앞장서는 이들이 진짜 농사꾼”이라고 강조한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주변머리도 부족하다고 스스로 말하는 그가 3년전부터 화성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는 것도 이들이 인정받고 보다 좋은 환경에서 친환경농업에 종사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경기도에서 쌀재배 면적이 가장 넓지만 친환경농업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이는 시 차원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상업 회장은 “우리보다 규모가 훨씬 적은 포천시도 친환경농업과가 있는데 화성시는 지난해 겨우 2명이 소속된 친환경팀이 마련됐을 뿐”이라며 아쉬워했다. 과 차원이 아닌 팀 차원에서 친환경농업 정책이 이뤄지니 관련 예산도 당연히 풍족하지 않다. 

 

친환경농업 뿐 아니라 전반적인 농업분야 정책에서도 한 회장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스위스가 ‘헌법 104조’에 농업의 정의를 국민의 식량공급을 보장하는 일, 미래 세대에게 비옥한 토양과 깨끗한 물을 보장하는 생산방식의 농업이라고 정해놨는데, 농업을 보는 공직자와 정치인의 시선이 우리와는 확연히 차별나는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미국과 다국적 기업에 끌려다니며 후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 모르는 GMO(유전자변형 농산물) 제품을 대거 수입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직불제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웃한 일본은 직불제 비율이 39.6%, 스위스는 75.6%, EU는 79.7%에 달한다. 농업에 종사한다는 것 자체로도 정부에서 보호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직불제 비율은 6.5%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현대인의 악화되고만 있는 건강상황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한상업 회장은 “건강한 농산물 생산이 안되니까 이것이 소비자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당뇨, 암 등 성인병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잘못된 식생활과 식품의 섭취로 인해 인체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친환경농산물이야말로 잘못된 음식의 섭취로 인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핵이라는 것이다. 

한상업 회장은 정치인, 공직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먹기 위해 로컬푸드가 확대되듯이 싼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상업 회장은 “소득이 높아지고 핵가족화가 확대되면서 점점 더 좋은 농산물을 찾게 된다”면서 “결국 해답은 친환경농산물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업 회장은 화성시 농업정책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오래전부터 화성시 쌀전업농연합회 사무국장, 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현재 화성시 농민단체의 기틀을 잡는데 일조했다. 특히 화성시 쌀전업농연합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업과 문화를 접목시켜 농민들의 문화적 식견을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기관에서 사업계획을 세웠던 관행을 탈피, 직접 사업을 수립하고 정산까지 스스로 해나가며 화성시 농업인들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힘을 쏟았다. 

 

순수미술을 전공한 화가이자, 화성문화원의 부회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다양한 그의 이력 중 하나다. 

한상업 회장은 최근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화성시농어업회의소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미래 생명산업의 핵심인 친환경농업계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상업 회장이 궁극적으로 꿈꾸고 있는 것은 역시 화성시 친환경농업의 발전이다. 이와 함께 공공급식을 확대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어려서부터 균형잡힌 음식을 섭취해야만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데, 화성시의 친환경농업인들이 이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임진왜란에서 의병장으로 앞장섰던 위대한 선조의 13대 후손으로, 평생을 화성시에서 살아온 한상업 회장에게 남은 꿈은 역시나 친환경농업의 발전이었다. 

 

한상업 회장은 “친환경농업인들이 보다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고, 농사에 대한 철학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화성시가 친환경농업의 메카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민규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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