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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전문가칼럼 화성춘추(華城春秋) 24] 제자리
송대경 메타아카데미주간 보호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8/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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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대경 메타아카데미주간 보호센터장     ©화성신문

요즘 공익광고에서 발달장애인을 만날 수 있다. 광고에 나오는 장애인들은 카페점원, 밴드멤버, 화실 친구로 자신의 자리를 메김 하면서 주인공이 아니라 평범한 이웃이 되고 싶다고 했다. 우리에겐 평범한 자리이지만 그들에게는 그 평범한 자리도 얻기 쉬운 자리가 아닌 모양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욕심 때문에, 때로는 게을러서, 때로는 착각으로 그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도 하고 때로는 남의 자리를 자기 마음대로 잘 못 이해하기도 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자리에 대한 글을 소개해 본다. 어느 젊은 친구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ktx 열차의 일반실을 예매하였다. 그 친구는 예매한 자기 자리에 가서 앉지 않고 특실에 가서 앉았다. 당연히 열차 승무원은 그 친구에게 자리를 옮겨줄 것을 요구했다. 그 친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지 않고 다른 특실 칸으로 가서 빈자리에 앉아서 잤다고 했다. 승무원은 다시 자리이동을 요구했고 이 친구는 특실을 세 번 옮기다가 자기자리를 찾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이 친구가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빈자리가 있어서 거기 앉아서 잤는데 승무원이 세 번이나 깨우면서 자리를 옮겨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취침을 방해했는데 빈자리에 앉은 것이 뭐가 잘못이며 자리이동을 요구한 승무원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했다. 이 친구는 사회가 정한 자리에 대한 약속을 자기편한대로 해석을 하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동의를 구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학생이 집안의 식사 당번이라서 두부찌개를 끓이려고 했는데 집에 두부가 없었단다. 마침 택배아저씨가 택배 배달을 온다고 연락이 왔기에 정중하게 두부를 사다 달라고 요청을 하였단다. 택배아저씨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전화를 끊고 배달을 와서는 훈계를 하고는 돌아갔다고 한다. 이 고등학생은 본인은 정중히 부탁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훈계를 들은 것을 억울해 했다. 자신이 집안의 식사 당번이라는 자리에서 해야 할 일과 택배아저씨는 자신의 자리에서 택배배달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중했다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공무원들과 일을 하다보면 공무원들의 데이터 관리에 대해 의아할 때가 있다. 공무원이 요구한 자료를 제출한 지가 채 한 달도 안 되었는데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이 자료를 요청한다며 다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미 제출했던 자료를 조금만 편집하면 굳이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때로는 제출된 자료에 항목이 추가되었다며 추가된 항목에 대한 자료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처음부터 작성해 달라고도 한다. 그렇게 요구하는 공무원은 자기 자리에서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데이터 관리를 할 시간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자리가 관리, 감독하는 권한이 있는 자리라서 그러는 것일까.

 

요즘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에 따라 나라가 어수선하다. 규제는 발표했지만 아직 실행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고 실제로 우리 경제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는 짐작하기가 어렵다. 일본의 규제조치는 일본이 뭐라고 말하든 대법원의 징용관련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임을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다툼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자리이기에 그렇게 했다. 그 판결에 대해 일어날 일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것은 대법원의 일이 아니다. 그 판결에 대해 일본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관련된 자리에 있는 관계자들이 대비를 했으리라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 그 대비는 예상을 빗나갔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발표되었을 때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잘 알았다면 국민의 반일 감정만을 자극하는 글을 올리고, 대책보다는 총선의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발언들이 나왔을까. 

 

일본의 규제조치가 발표되고 한 달 남짓 지나면서 우리의 대응도 이성을 찾아가면서 실질적이고 전문적으로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번 더 새겨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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