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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82] 곤경에 빠지는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서는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9/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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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H사장은 ‘사람을 믿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다. 직원들과의 관계도 그렇고, 거래처와의 관계도 그렇고, 사람을 믿고 경영을 해 왔다. 그래서 직원들한테는 일일이 챙기지 않고 일을 맡긴다. 그리고 거래처에 대해서도 그들이 뭔가 요구하면 웬만하면 편의를 봐준다. 그렇게 해서 일이 잘 진행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난처한 일을 경험하였다. 학교 동창과 사업 이야기를 하다가 그와 돈 거래를 하게 되었다. 일부는 돈을 빌려주고 일부는 투자를 하기로 하였다. 빌려준 돈은 3개월만 쓴다고 했는데 3개월이 지났는데도 도통 소식이 없는 것이다. 이때부터 부랴부랴 조사를 해 보았더니 그 친구 평판이 좋지가 않았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고 마찰이 있었다. 그리고 P사장이 투자한 사업도 이게 전망이 있는 지 알 수가 없었다. P사장은 ‘내가 사기를 당한 것인가?’하는 의심이 들었고, ‘여태까지 사람을 믿고 살아왔는데 그게 잘못된 것인가?’하는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사실 P사장은 그동안 그 동창과 좋은 관계를 가져왔고 사업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진실성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 친구를 믿어버렸던 것이다.

 

A교수는 최근 학회장을 맡았다. 학회 살림이 그리 크진 않지만 그래도 챙길 일이 제법 있다. 매달 한 번씩 있는 모임에서 학회 간사가 가져오는 서류에 결재를 하게 된다. 다른 것은 별게 아닌데 돈 문제에 대한 결재가 좀 마음에 걸린다. 그 자리에서 회장이 좀스럽게 꼬치꼬치 따져 보는 것도 어울리지 않고 해서 대체로 ‘대범하게’ 사인을 하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P사장처럼 인간관계에 휘둘려서 냉정하게 따져보지도 않고 결정하기도 하고, A교수처럼 어떤 체면 때문에 잘 알아보지도 않고 ‘통 크게’ 결정하기도 한다. 대체로 별 문제 없이 넘어가지만 문제가 될 경우는 낭패다. 이런 곤경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사장이 친구들과 사업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지역사회 유지로부터 부탁을 받을 수도 있고 또 눈물 나는 어려운 사정을 접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사장은 얼마든지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도 좋다. 공감을 표시하고,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필요할 때는 ‘외교적인’ 멘트를 날릴 수도 있다. 그러나 즉석에서 결정은 하지 않는 것이다.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우리 실무진에게 검토를 시켜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도 내부적으로 절차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다. 

 

그 다음, 실무진에서는 냉정하게 검토를 하게 해야 한다. 자금을 빌려주는 경우는 상대의 신용도를 알아보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담보도 확보하고 차용증도 공증을 받아야 한다. 규모가 커지면 변호사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 투자가 필요하다면, 사업계획서를 받아보고 실사도 해야 한다. 그리고 봉사단체에 기부를 하는 경우에도 그 단체의 성격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도 평가하고 현장도 둘러보아야 한다. 최고경영자가 이런 것을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 이런 것은 실무진이 기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절차가 진행되면 상대는 불편해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이 회사는 제대로 돌아가는구나 하는 긍정적인 인식도 동시에 갖게 된다. 그래서 사장도 거역할 수 없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게 좋다. 아니 남들에게 인식만 시키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한다. 사장이 하라고 하면 아무 원칙도 없이, 아무 검토도 없이 다 하는 조직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러는 직원들이 어려운 부탁을 해오는 경우도 있다. “사장님, 제가 1주일 정도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요청이 오면 왜 그런지 잘 들어주고 “그렇게 하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직원이 그냥 쉬는 게 아니질 않는가? 연차를 쓰든, 병가를 쓰든 회사 규정과 절차를 따라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게 시스템인 것이다. 

 

그럼, 학회장을 맡은 A교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거기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재무이사를 두든지 감사를 두든지 해서 이들이 모든 디테일을 챙기도록 하면 된다. 학회장은 ‘품위 있게’ 사인만 하면 되게 말이다. 물론 학회장 스스로도 이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학회장이 쓰는 돈도 내부 통제를 받아야 한다. 시스템은 시스템이니까.

 

리더의 통이 크고, 인맥이 넓을수록 리스크를 방지하는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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