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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전문가칼럼 화성춘추(華城春秋) 31] 지식의 해상도와 교육의 방향
하수연(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교육학박사)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10/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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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교육학박사     ©화성신문  

최근 삼성과 LG8K 해상도의 TV로 해외와 국내에서 격돌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두 회사가 기술력으로 세계를 장악하고,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높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자랑스럽다.

 

TV의 격돌 초점은 해상도라고 한다. 해상도란 한정된 공간에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픽셀(pixel) 또는 도트(dot)의 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픽셀 또는 도트의 수가 많을수록 해상도가 높은 것이며, 해상도가 높을수록 이미지가 깨끗하고 선명하다. 마치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보는 풍경과 시력이 좋은 사람이 바라보는 풍경의 차이라고 비유해 볼 수 있다. 해상도의 차이는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만들어 준다.

 

일전에 집에서 본 영화를 친척 집에서 다시 보는 기회가 있었다. 이미 본 영화라 별 흥미가 없었지만, 점차 그 영화에 빠져드는 나 자신을 느꼈다. 이유는 선명한 해상도가 내용의 박진감을 높여 주었던 것이다. 이 후 나는 해상도의 중요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해상도는 TV뿐 아니라 인간의 앎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인간의 앎에도 해상도가 있다. 10을 아는 사람과 100을 아는 사람은 앎의 해상도에 차이가 있다. 10을 아는 사람과의 대화보다 100을 아는 사람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좀 더 무게를 느낀다. 또 아는 것만큼 행동하므로 특정 주제에 10을 아는 사람은 10개의 행동을 할 수 있다면, 100을 아는 사람은 100개의 행동을 할 수 있으므로 보다 부드럽고 정확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프로 야구에서 투수로 활동하고 있는 류현진은 해외 언론에 사이 영 상(Cy Young Award)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공을 잘 던졌다. 그러다 갑자기 보통 이하가 될 정도로 공을 못 던지는 경기가 이어졌다. 우리는 놀랐다. 잘 던지는 선수가 갑자기 저렇게 못 던질 수가 있을까? 슬럼프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를 해상도로 보았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구역을 100으로 나눈 해상도를 가진 류현진이 100 곳으로 공을 던지면, 스트라이크 존을 50으로 나눈 해상도를 가진 타자들은 빗맞히기 일쑤였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의 낮은 해상도 틈새로 공을 던져 그들이 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타자도 100으로 나눈 해상도를 가지게 되면, 류현진의 공이 보이기 시작하고 공을 잘 치게 될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슬럼프란 본인의 실력이 저하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다른 사람의 실력이 상승한 것은 아닐까? 자동차 속도로 비유하면 류현진은 여전히 시속 100km로 달리지만, 타자들도 100km로 달리게 된 상태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100km보다 더 높은 속도로 달려야 한다. 즉 스트라이크 존을 100보다 보다 더 높은 해상도 영역으로 구분하여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에는 고원현상(高原現象)이라는 것이 있다. 학습효과가 지속적으로 증대하다 어느 순간 진보없이 증대되지 않고 평평한 모양으로 정체되는 현상이다. 흔히 이를 슬럼프라고 한다. 슬럼프를 앞에서 말한 해상도에 비유해 본다면 개인의 실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실력이 따라오거나 추월하고 있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상도는 교육에 두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개인의 두뇌에 저장된 지식의 해상도를 높이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특정 주제를 정확하고 명확하게 해석하고 행동하도록 하기 위해 주제와 관련된 풍부한 지식을 교육시켜야 한다. ‘선 무당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부족한 지식은 단순히 부족함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다. 사람이나 동물은 세상을 명확하게 볼 수 없으면 자기보호에 위협을 느끼고 공격적이거나 위축되게 된다. 그러므로 지식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특정 주제를 깊이 탐색하는 프로젝트 학습은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높은 해상도를 빠르게 구현하도록 하는 두뇌 시스템을 형성시켜 주어야 한다. 높은 해상도의 TV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메모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같은 화면 크기, 같은 해상도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LG 제품은 타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두 제품이 세계 1, 2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외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명백한 기술적 차이가 있음을 말해 준다. 마찬가지로 두뇌에 저장된 지식의 해상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욕과 사고력이 있어야 한다. 의욕은 동기적인 측면이 있어 개인의 감정과 깊이 관련된다. 즐거운 것은 추구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지식을 학습할 때 즐거운 정서가 동반되도록 하여야 한다. 즐겁게 학습한 지식은 항상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사고력은 단순히 기존 지식을 인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지식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유도하는 창의성이 그 중심에 있다. 따라서 정보학습에 즐거운 정서와 창의적 사고력이 동반되도록 해야 한다. 박영태 교수가 제시한 지식=정보+정서이고, ‘지혜=지식+창의성이라는 공식은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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