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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 전문가칼럼 화성춘추(華城春秋) 35] 오늘의 행복과 내일의 행복, 어느 행복이 참 행복인가?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교육학박사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11/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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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수연 장안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 교육학박사     ©화성신문

얼마 전 지하철에서 옆 자리에 앉은 연인관계로 보이는 남녀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들었다기 보다는 들렸다. 처음에는 그냥 소음이었으나, 어느새 흥미진진했으며, 최종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의미있는 이야기로 해석하게 되었다. 

 

여자가 말했다. “난 너와 오늘 즐겁게 시간 보냈으면 해.” 남자가 답했다. “아니야,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우리 내일 만나서 더 즐겁게 지내자.” “너 그 일 내일하고, 오늘 나와 같이 재미있게 놀자.” “아니 오늘 꼭 해야 할 일이야. 그렇지 않으면 너와 있어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아.” “내가 편하게 해줄게.”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너는 오늘의 즐거움이 중요해? 내일의 즐거움이 중요해?”라는 여자의 말로 철학적 대화로 이어졌다. 

 

다시 여자가 말했다. “내일은 오지 않았잖아. 그래서 나는 오늘이 중요해. 지금 힘들면 내일의 즐거움이 무슨 소용이야.”  “아냐, 내일의 즐거움으로 인해 오늘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어.”   “너는 그래? 나는 안 그래, 내일 즐거운 기대는 기대일 뿐, 오늘은 힘든거잖아.” “그래도 내일을 위해 참아봐.” “참아? 어떻게 참아? 힘이 드는데...” 

 

두 남녀의 대화는 줄곧 이런 내용으로 전개되면서 끝없이 이어졌다.

 

오늘의 만족, 내일의 희망?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바쁜 일과에 쫓겨 기계처럼 살고 있는 나에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화두였다. 인간은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 존재일까? 내일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일까?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오늘의 행동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일도 역시 다가오면 오늘이기 때문에 오늘 즉 현재,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것은 평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힘들게 살고, 그게 반복되면 결국 평생이 힘들어진다. 그러므로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오늘의 행복은 개인이 원하기만 하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행복이란 개인의 욕구가 충족되는데서 느끼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현실욕구충족감에서 욕구충족기대감을 뺀 나머지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현재 50의 충족감을 느끼는데 실제 기대는 30을 하였다면 20의 행복감을 느낄 것이고, 80의 기대를 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30의 불행을 느낄 것이다. 여기서 행복은 현실의 욕구충족뿐 아니라 기대된 욕구충족감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능동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환경적 동물이다. 개인의 욕구충족은 생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환경적 측면에서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다. 개인의 욕구발생시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충족시켜주는 환경과의 만남이 중요하다. 따라서 오늘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능력이외에도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환경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한 환경에 들어가기 위해서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다. 

 

선택은 현재와 미래가 공유되는 접점에서 이루어진다. 자신이 생활할 미래의 환경에 들어가기 위해 현재의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환경과의 만남을 위해 현재의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미래는 목적이며 현재는 일이다. 현재의 일은 오늘의 행복과 관련된다. 오늘만 행복하기 위해 일을 선택하면 미래의 목적은 사라진다. 그러면 내일의 행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내일은 곧 오늘로 다가오므로 결국 오늘의 행복이 망가진다. 

 

선택은 개인이 자유로이 할 수 있으나 자신의 능력과 환경적 조건의 제약을 받는다. 독일 나치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의미치료를 창시한 심리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V.  Frankl)은 자유란 조건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조건에로의 자유라고 하였다. 남자로 태어난 조건은 벗어날 수 없지만 남자로 태어난 것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하는가 하는 것은 자유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택의 자유는 주어진 조건에서 완전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하느냐의 자유인 것이다. 

프랭클은 유태인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수용소 동료가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하면서 전쟁이 3월 30일에 끝난다고 했다. 3월 30일이 다가왔다. 그러나 그 꿈은 맞아들지 않았다. 3월 29일 그는 헛소리를 하고, 3월 30일 의식을 잃고 31일에 죽었다. 사인은 장티푸스였다. 미래가 상실되니 신체적 면역력이 약화된 결과이다.” 

 

그 동료는 동일 조건이지만 처음에는 곧 해방된다는 미래지향적 생각으로 지냈으나, 기대된 날이 다가와도 변화의 조짐이 오지 않으니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미래포기적 생각을 하게 된 결과이다.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환경을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을 하여야 하고,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목적을 세우고 이 목적으로 나아가는 일을 찾아야 한다. 목적달성을 위한 일은 목적 그 자체는 아니나, 목적에 도달하는 기대를 가져다줌으로써 행복에 대한 기대를 준다. 이른바 예기적 행복감을 심어준다. 

진정한 행복이란 예기적 행복감을 연속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참된 행복은 오늘의 행복추구보다 내일의 행복을 위한 일의 추구에 있다. 아직 고통의 순간이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기적 불안이 오늘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처럼, 예기적 행복감은 오늘의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 프랭클에 의하면 쾌감은 상태적인 감정에 불과하고, 행복은 스스로 자신을 충족해가는 일정한 방향으로 추구하는 생산적인 것이라고 했다. 쉘러(M. Scheller)도 비지향적 감정, 상태감정이라는 쾌감과는 달리 기쁨을 지향적 감정이라고 했다. 

 

진정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내일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환경을 선택하고 추구한다. 그에 반해 단순한 쾌감을 추구하는 사람은 현재 환경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자신의 참된 욕구를 버리고 있다. 미래 환경은 아직 실현되지 않는 기회로 가득 차 있다. 힘이 들고 고통스러울 때 미래의 기회를 탐색하여 추구하는 것이 참된 행복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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