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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91] 못마땅한 직원이 나가는데 송별회를 해주어야 하나?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11/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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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F사장은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의 인지도가 낮다보니 직원 뽑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와중에 아주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을 한 사람 뽑게 되었다. 그러나 그 직원이 8개월쯤 근무하고서는 해외 유학을 가겠다고 사표를 가져왔다. 회사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직원의 장래를 보아서는 열심히 응원해주어야 할 일이었다. 그래서 F사장은 송별회를 제대로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괜찮은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송별회를 멋지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다른 경우가 생겼다. 일도 제대로 못하는 친구인데 회사에 대한 불만도 많이 표출하여 평소에 고깝게 생각하는 친구가 회사를 나간다고 한다. 총무부에서 “송별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고 물어온다. 그 친구 했던 꼴을 보아서는 내키지 않는 일이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에서는 송별회 자리가 많이 있다. 조직을 완전히 떠나는 사람을 위해 하는 송별회도 있지만, 부서를 옮기는 사람, 영전을 해서 가는 사람을 위해 하는 송별회도 있다. 군대에서는 부대원이 항상 새로 들어오고, 새로 나가기 때문에 환영회, 송별회가 가장 빈발하게 하는 행사가 되고 있다. 송별회가 대체로 좋은 의미의 자리이지만, 가끔 껄끄럽거나 내키지 않은 자리가 되기도 한다.

 

그럼 송별회는 왜 하는가? 떠나는 사람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는 자리일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한 감사 표시이기도 하고, 그 사람이 더욱 잘 되기를 기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직에서의 의식은 하나의 목적만을 갖고 있지 않다. 조직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기능도 하는  것이다. ‘우리 의식’을 강화하고, 조직이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를 강화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래서 송별회에 대한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송별회를 떠나는 사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남아있는 사람을 위한 자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 F사장의 고민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미운 직원이 퇴사를 하는데 이 친구를 위해 송별회를 해 줄 것인가’가 아니라 ‘남아있는 직원들을 위해 이참에 어떤 자리를 만들 것인가?’ 물어야 한다.

 

첫째, 송별회는 사람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여야 한다. 회사 사장이 직원 송별회를 해 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직원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회사와의 인연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 직원이 직급이 낮은 경우라면 그 의미는 더 커진다. “우리 사장님은 말단 직원까지 챙겨주시네.”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퇴직하는 직원이 조직에서 좀 밉보인 사람이라면, “우리 사장님은 저런 사람까지도 신경 써주시네”가 되는 것이다. 포용력 있고 덕스러운 리더십을 보이는 자리가 되는 것이다.

 

둘째, 송별회는 집단의 정체성을 고양하는 자리여야 한다.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이 집단의 정체성이다. 집단구성원들이 정체성에 대한 의식이 있어야 응집성도 생기고, 일에 몰입도 하고 또 소속에 가치를 느낀다. 그런데 정체성은 우리가 어떤 사명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목적의식에서 만들어지기도 하고 우리 멤버가 누구인가 하는데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송별회 자리는 우리 멤버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 모임에 함께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 멤버인 것이다. 반대로 그 모임에 있어야 할 사람이 빠지면 그것도 이상한 것이다. 송별회 자리는 어떤 사람을 떠나보내느냐에 관계없이 모이는 사람이 일종의 특권을 갖는 자리고 멤버십이 확정되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직원들은 은연중에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셋째, 송별회는 조직의 미래와 영속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송별회에서는 으레 떠나는 사람과의 추억담을 나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과거에 머무는 작업이 아니다. 과거는 흘러갔고, 많은 일이 그 후에 벌어졌고 또 앞으로도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일인 것이다. 심지어는 ‘당신이 떠난다고 해도 조직은 영원히 남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다. 물론 남아 있는 사람들의 뇌리 속엔 ‘개인은 작고, 조직은 크구나’ 하는 인식이 자리 잡게도 된다.

 

송별회는 해야 한다. 그것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의 생존을 위한 의식인 것이다. 남아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고, 영속하는 조직을 위한 것이다. 떠나는 사람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너무 과하지도, 너무 초라하지도 않게 해야 한다. 그것은 리더가 인간존중의 메시지를 던지는 자리가 되어야 하고, 조직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가 되어야 하고, 나와 너를 넘어서 ‘우리의 조직’이 있다는 것을 새기는 자리여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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