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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혜란 진안동장 “혁신은 관심에서 시작, 관심 있으면 혁신 일어나”
스스로는 ‘일 중독자’, 지인들에게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려
국내 최초 유니버설디자인 조례 제정 등 숱한 ‘혁신 흔적’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19/12/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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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혜란 진안동장이 ‘한끼나눔친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화성신문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과 잘 어울리는 단어를 하나쯤은 발견하게 된다. 배려, 성실, 정직 같은 단어들이다. 양혜란 화성시 진안동장은 혁신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만든다. 양 동장이 지나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그 혁신의 다양한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198673일 첫발을 내딛었으니 올해로 34년째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양 동장. 대학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하고 교사가 되기를 소망했으나 그 당시 서울에서 몇 년간 채용을 하지 않아 현실적인 대안으로 찾은 게 공직의 길이었다.

 

태안읍으로 첫 발령받은 후 동탄면을 거쳐 화성시청 회계과, 세무과, 사회복지과, 봉담읍, 지역경제과, 공공시설과, 공원녹지과, 양감면장, 여성가족과, 복지정책과, 정책기획과를 거쳐 현재 진안동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올해 12일자 진안동장으로 발령 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길바닥에 뿌려진 광고전단지를 없애는 일이었다. 걸어서 15분 거리인 집에서 사무실로 출근하다 길바닥에 뿌려진 불법광고지를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너무 놀랐어요. 바닥에 온통 전단지로 도배를 한 거예요. 상가지역이니까. 테이프로 붙여 놓은 것뿐만 아니라 바닥에 뿌려놓은 불법광고지가 어마어마했어요. 그걸 청소하시는 분이 집게로 하나씩 줍는 거예요. 며칠 후 저녁에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광고전단지를 바닥에 쫙쫙 뿌리고 가요. 그래서 동영상까지 찍었거든요. 저녁이 되면 뿌리고, 새벽이 되면 줍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양 동장이 시청에 알아봤더니 명함크기 광고지 한 장에 10원씩 보상금을 주는데 그것보다 큰 A4용지나 A4용지 절반 정도 되는 광고지에는 보상금을 안 준다고 했다.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그녀는 시청 해당 부서에 독촉도 하고 시장에게 건의도 하고 해서 명함판은 10, 다른 크기는 20원씩 보상금을 주도록 했다. 5월 초부터 시행됐다. 1개월 최대 보상금은 30만 원이다.

 

양 동장은 이 사실을 진안동 통장들과 주민자치위원들에 알렸다. 불과 보름도 안 돼 0.5의 광고전단지가 수거됐고, 길거리에서는 점차 광고전단지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부업 삼아 광고전단지를 줍는 주민들이 눈에 띄면 즉시 주워가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에서 광고전단지를 보기가 힘들어지니까 광고전단지가 많은 동탄 남광장 북광장으로 원정 가는 분들까지 생겼어요. 진안동에 오자마자 한 게 광고전단지와의 전쟁이었어요. 하하. 작은 변화로 큰 효과를 본 거죠.”

 

▲ 높이가 50㎝ 정도 낮아지고 직선이 곡선으로 변한 민원대 모습.     © 화성신문

 

 

양 동장은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 민원대 높이를 50정도 낮췄다. 민원대가 너무 높아 민원인들이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을 벌인 것이다. 올해 1회 추경에 예산을 세워 8월에 공사를 마무리했다. 공사를 하는 김에 딱딱한 느낌을 주는 직선 민원대도 일부를 곡선으로 바꿨다. 주민들이 보고 좋아졌다고들 한마디씩 한다고 했다.

 

2020년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앞두고 27개 읍면동 중에서 가장 먼저 자치계획 용역비를 확보해 진안동 지역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공동체분야, 환경개선분야, 지역경제분야 등 총 5개 분야 36대 핵심의제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발굴하며 주민자치회로의 전환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양 동장은 관내 식당 9곳에 한끼나눔친구라는 명패를 부착해주었다. 관내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결식아동 등 영양이 불충분한 주민들을 위해 한 달에 열 그릇씩 무료로 제공하는 식당들에 대한 예우차원에서다. ‘한끼나눔친구는 영양취약계층을 돌보는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Food Stamp Program)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진안동 청사 로비에는 후원 받는 물품을 넣어두는 냉장고 채움이와 후원 물품을 나누는 냉장고 나눔이가 각각 설치돼 있다. 영양취약계층이 손쉽게 먹거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미니푸드뱅크 행복채움친구사업이다.

 

양 동장은 이밖에도 독거노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로컬푸드 농산물 후원 사업’, 나에게 필요 없는 옷을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화수분 나눔 부스’, 동네 주민이 가까이에 있는 독거노인을 직접 살피는 공동체’,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구에 대한 청소와 소독을 도와주는 ‘Let Home’ ‘반찬 바우처 사업등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이웃돕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진안동 주민들과 화성시민들에게 손모양 하트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는 양 동장.     © 화성신문

 

 

특히 민관 협업 복지플랫폼 사업으로 농협, 사회적기업 동부케어, 사회적협동조합 두루살기, 화성시 다문화지원센터, 출소자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법무부복지공단 등과 협력해 주민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진안동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등 사회보장사업 롤 모델로 부상했다. 이달에는 이천시와 성남시 구미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진안동을 방문하기도 했다.

 

공무원은 봉사자예요. 우리사회를 지탱해주는 기둥이죠. 공무원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이 사회가 유지가 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 사람 공무원 스타일이야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원리원칙대로 생활한다는 것이거든요. 바른생활 하는 사람이죠.”

 

양 동장은 2008년 공공시설과 근무 시절 우리나라 최초로 유니버설디자인 조례를 만들었다. “경기도청에서도 아무도 모를 정도로 생소했어요. 힘들게 조례가 제정되고 나니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등 여러 곳에서 벤치마킹 왔어요. 당시 언론에도 많이 보도됐었어요.”

 

양감면장 시절에는 황구지천 둑길을 포장했다. 양감면에 기업체가 많아 출퇴근 시간에 극심한 정체를 빚는 향남IC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였다. ‘은 화성시 소유가 아니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할이다. 부정적이고 딱딱한 중앙부처를 설득하기 힘들었지만, 지역 국회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갖은 노력 끝에 2015년도에 포장 공사를 완료했다.

 

결국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부터 관계자들이 전부 양감면으로 내려왔어요. 향남IC 정체가 극심하다는 걸 직접 체험하고 나서야 일이 진척되기 시작하더군요.”

 

▲ 갤러리를 연상케하는 진안동 행정복지센터.     © 화성신문


 

 

▲ 진안동 행정복지센터는 무료로 음식물을 가져갈 수 있는 미니푸드뱅크 '행복채움친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 주민이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후 '나눔이' 냉장고를 열어 필요한 음식물을 꺼내려 하고 있다.     © 화성신문

 

스스로를 일 중독자라고 부르는 양 동장은 지인들에게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늘 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하고 매일 똑같은 생활을 하다보면 발전이 없어요. 사회가 변하는 만큼 우리가 하는 일도 변해야 합니다. 기존에 하던 일도 필요 없으면 일몰시키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서 해야 하거든요. 주민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자꾸 보여요. 보이니까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근 호주 멜버른에 건립된 소녀상도 양 동장이 2017년도에 뿌려놓은 씨앗이 토대가 됐다. 당시 다문화도시 선진지 벤치마킹을 위해 호주를 방문했을 때, 관계자에게 우리가 해보도록 하겠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계기가 돼 민간차원의 교류가 시작된 것이다.

 

저에게는 늘 부담이 있었어요. 제가 연결시켰는데 그분들이 굉장히 기대를 걸고 있었거든요. 이번에 멜버른에 소녀상이 건립되는 걸 보고 가슴 뿌듯했죠.”

 

일과 지혜, 나눔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고 편견과 권위주의라는 단어를 싫어한다는 양 동장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급자가 갖춰야 할 덕목은 섬기려는 자세와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라고 했다.

 

혁신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관심이 있으면 일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어떤 식으로 변화를 줄 것인지가 보여요. 관심이 없으면 당연히 아무것도 안 보이겠죠. 자기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면 혁신은 일어나게 돼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남은 공직생활을 어떤 마음으로 보낼 것인지 궁금해졌다. “오랜 세월 공직에 있으면서 쌓은 노하우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마음껏 활용하고 싶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인터뷰는 26일 오후에 이루어졌다. 양 동장은 이날 오전에 양감면 용소3리 경로당 준공식에 다녀왔다. 양감면장 시절 발품 팔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하게 만든 4,000만 원이 씨앗이 돼 경로당이 건립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장이 감사의 표시로 초청한 것이었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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