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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이용필 ㈜나이스엔테크 대표 “리더? 잘 놀 수 있도록 멍석 깔아주는 사람이죠”
“욕심으로는 리더 될 수 없어”, 장점 찾아주고 격려해야
사람 때문에 상처 많이 받아, 그래도 “사람은 사랑할 대상”
돈 벌려고 사업 시작했지만 세월 흐르니 ‘사명감’ 생겨
액화가스 잔량 측정기·준불연재료 등 미래 먹거리 ‘준비 완료’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19/12/1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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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야적장에 쌓인 수송배관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용필 대표.     © 화성신문

 

 

흔히들 사람은 안 변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무지하게 변한 사람입니다. 예전에는 잔머리 쓰고 얄팍한 수를 쓰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욕심으로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걸 느낀 거지요. 그래서 그런지 인상도 좀 바뀐 것 같습니다.”

 

화성시 남양읍 주석로에 위치한 나이스엔테크 이용필 대표는 스스로를 변했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자신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웠을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1966년생인 이 대표는 IMF때 부모 재산을 다 날렸다. 사업하다 잘못돼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직장 생활하던 회사에서 어음을 하나 할인해줬는데 자신이 책임을 지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했다.

 

지인 네 명과 함께 2001년도에 지금의 나이스엔테크를 설립했다. IMF 후 서로 힘든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의기투합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설비 쪽 분야 직장에서 근무할 때 알았던 아이템인데 느낌이 팍 왔다고 했다. 나이스엔테크가 생산하는 제품은 소방배관이다. 소방배관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까지 물을 보내주는 관이다. 이 대표는 그 시절 대박을 맞았다고 했다.

 

▲ 이 대표는 회사 집무실에서 서서 작업을 한다.     © 화성신문

 

 

5년 전 뿌린 미래 먹거리 씨앗 결실

 

사업을 시작할 무렵에는 법적으로 15층까지는 소방배관이 없어도 되는 상황이었어요. 소방차 사다리가 15층까지는 가니까요. 그런데 사업 시작 후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화재가 발생하는 거예요. 1980년대 설계한 전기용량과 20년이 지난 시점의 전기용량이 스퀘어가 안 맞으니까요. 그때 여론이 들끓어서 전 층에 소방배관을 설치하도록 법이 바뀌었어요. 생각지도 않게 시장이 몇 배로 확 커진 겁니다. 1년 사이에 직원이 100명을 넘을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습니다. 요구 물량을 제때 공급해줄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운이 좋았던 거지요.”

 

2003년도에 법인으로 전환했다. 호시절이 계속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동 경영했던 사람들과 2006년도에 헤어졌다. 이 대표는 헤어진 이유를 각자가 바라보는 목표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표현했지만, 맥락에서는 욕심이라는 단어가 읽혀졌다. 이 대표는 그 때가 제일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사람들이 나가면서 회사에 안 좋은 짓을 많이 했어요. 빚을 많이 남겼어요. 세금과 인건비 포함해서 10억이 넘었어요. 기술자도 빼갔어요. 그 사람들은 신용불량자였고, 법인을 내 앞으로 해 놓았기 때문에 대표이사로 자유로울 수 없었지요. 그 사람들이 소문냈어요. 나이스엔테크 3개월도 못 간다고.”

 

위기를 극복하고 겨우 일어설 무렵이던 2008년도에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8억 원이 넘는 부도를 맞은 것이다.

 

부도 맞은 금액은 8억 몇 천 만원이지만 극복하려면 17억이라는 돈이 있어야 합니다. 회수를 해야 하고, 회수를 위해 또 빚을 내야하니까요. 부도를 맞으면 거의 더블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거래하는 기업은행 지점장님이 조건 없이 도와주셔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신용으로 여신을 열어주셨어요. 한 달 월급 줄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돌아가니까요. 2010년도에도 이 공장을 사게끔 여신을 열어주셨어요.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저에게 명언을 하나 남기셨어요. 기업은행을 배신하지 말라고. 지금도 기업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하. 그동안 쌓아둔 신용이 있으니까 거래처에서도 많이 도와주었지요.”

 

 

▲ 독특한 모양의 Y관.     © 화성신문

 

 

나이스엔테크는 현재 1공장과 2공장, 그리고 부설연구소 겸 무역을 하는 애짓다라는 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3년 전에 설립한 애짓다는 창조하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이 대표는 CEO가 갖춰야 할 자질로 미래예측능력을 꼽는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5년 전부터 새로운 아이템들을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준비해왔다. 이제 그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제 짧은 소견이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20년 정도 가면 최고점에 오른 후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그래서 5년 전부터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해 왔어요. 그 중 올해 세 가지가 마무리됐습니다. 현재 양산시스템 갖췄습니다. 2공장을 지은 것도 그것 때문이죠.”

 

 

  

원두 찌꺼기로 숯 만들어

 

나이스엔테크의 또 다른 비밀병기는 준불연재료. 화재가 발생하면 불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다. 준불연재료는 화재발생 시 샌드위치 패널이나 유리섬유로 만든 핫 패널의 틈새를 막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화재 공간에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준불연재료는 화재가 발생하면 140도에서 최소 30배에서 50배까지 발포가 됩니다. 발포되면서 틈을 메워주게 됩니다. 가스나 연기가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사람들은 그 시간에 탈출할 수 있습니다. 아마 1년 뒤에는 회사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 돼 있을 겁니다.”

 

 

▲ 화재가 발생하면 샌드위치 패널 등의 틈을 메워 가스나 연기가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준불연재료.     © 화성신문

 

 

나이스엔테크의 또 다른 야심작은 원두 찌꺼기로 만든 이다. 이미 특허 출원한 상태다. 숯을 만드는 기계도 발주했다. 이 대표는 원두커피를 만들고 나면 생기는 찌꺼기로 만든 숯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또 하나의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겨울이면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양생을 위해 갈탄을 씁니다. 원래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려고 원두 찌꺼기 숯을 만들었는데 식당에서도 사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친환경적이거든요. 삼겹살집 같은 곳에서는 참숯을 안 쓰고 공업용 숯을 쓰는 데가 있어요. 거기에는 유해물질이 나올 수도 있어요.”

 

이 대표는 원두 찌꺼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공급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공급처가 확보되면 머지않아 삼겹살집이나 숯불갈비 집에서 나이스엔테크의 숯으로 고기를 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사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나이스엔테크에서 일을 배운 후 나간 사람이 차린 회사가 8개나 된다.

 

우리 회사에서 일 배워서 회사 차려서 나간 사람이 꽤 많아요. 최근에 퇴사 후 회사를 차린 사람은 우리 회사 바로 옆에서 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제조하는 사장님들의 공통적인 애환이죠.”

 

그 직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까.

 

그 분들도 잘 먹고 잘 살아야지요. 오히려 그런 분들 때문에 우리 회사가 더 사업을 다각화하고, 연구개발에 힘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미운 마음보다는 오히려 동기부여를 하게 해준 고마운 분들이지요.”

 

177키에 92의 다부진 몸매를 가진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사명감을 강조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가 사람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막는 소방 분야잖아요. 처음에는 먹고 살려고 이 일을 시작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명감이 생겨나더군요. 지금은 사명감이 저의 제일 큰 가치입니다. 몸에 밴다는 말의 의미를 저를 통해서 알게 됩니다. 몸과 의식이 자꾸만 그쪽으로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1+1=2’, 단순하지만 원칙 지켜야

 

이 대표의 사명감은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됐다. ‘소화매립배관이라는 아이템이다. 건물은 일정 면적이 되면 법에서 강제로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그 의무 면적에 미달하는 농가주택이나 전원주택, 서민층이 사는 달동네, 빌라 같은 곳은 법으로 소방배관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소화매립배관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바라보는 이 대표의 따뜻한 시선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지붕 콘크리트에 배관을 매립해서 상수도에 연결하기만 하면 되는 화재진압 시스템이다. 이 대표는 돈이 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개별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했다.

 

 

▲ 이 대표가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고안한 소화매립배관.     © 화성신문

 

 

이 분들이 화재를 당하면 정말 재기하기 힘들잖아요. 우리 회사 제품 중에서 가장 제 마음에 드는 게 소화매립배관입니다. 이 분야가 더 활성화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벌면 더 좋겠지요.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계속 개발할 계획입니다.”

 

제연닥트라는 아이템도 이 대표의 사명감이 만들어낸 제품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가스를 감지해서 자동으로 팬이 돌아가 연기를 배출함으로써 사람이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된 제품이다.

 

앞으로 우리 회사는 새로 개발한 제품들을 통해서 매출이 크게 일어날 것입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배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행각합니다. 제대로 된 분배는 직원들 월급 많이 주고, 나라에 세금 잘 내고, 사회에 기여하는 겁니다. 이게 기업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벽에 걸린 각종 특허증 앞에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표현하고 있는 이 대표.     © 화성신문

 

 

독학으로 역사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 대표는 책임과 원칙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고, 엄격한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부터는 새벽에도 신호등을 지키고 있다고도 했다.

 

저는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손해를 보더라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1+1=2입니다. 이게 단순하지만 원칙입니다. 사회 리더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합니다. 때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저는 그게 좋습니다.”

 

앞으로 어떤 마음자세로 살 것인지 물었다.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겁니다. 나는 하루 24시간 365일이 다 행복합니다. 토끼풀 자체가 행복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네잎클로버를 찾으려고 헤매고 있어요. 행복이 이렇게 많은데 왜 굳이 행운을 찾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주어진 오늘 하루 시간 동안 나에게 주어진 에너지를 모두 쏟을 겁니다. 나는 통한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남 얘기 잘 들어주면 됩니다. 교감하는 거죠. 누군가 오르막 올라가는데 손 한 번 잡아주면 쉽게 올라갈 수 있잖아요. 그게 교감이고 소통이죠. 내 눈이 맑으면 맑은 것만 보이고, 내 눈이 사랑스러우면 사랑스러운 것만 보이는 거잖아요. 직원들이 미친 듯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도 사장의 교감입니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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