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야적장에 쌓인 수송배관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용필 대표.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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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사람은 안 변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무지하게 변한 사람입니다. 예전에는 잔머리 쓰고 얄팍한 수를 쓰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욕심으로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걸 느낀 거지요. 그래서 그런지 인상도 좀 바뀐 것 같습니다.”
화성시 남양읍 주석로에 위치한 ㈜나이스엔테크 이용필 대표는 스스로를 ‘변했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자신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웠을 때 주위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고 했다.
1966년생인 이 대표는 IMF때 부모 재산을 다 날렸다. 사업하다 잘못돼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직장 생활하던 회사에서 어음을 하나 할인해줬는데 자신이 책임을 지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했다.
지인 네 명과 함께 2001년도에 지금의 나이스엔테크를 설립했다. IMF 후 서로 힘든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의기투합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설비 쪽 분야 직장에서 근무할 때 알았던 아이템인데 느낌이 팍 왔다고 했다. 나이스엔테크가 생산하는 제품은 소방배관이다. 소방배관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스프링클러까지 물을 보내주는 관이다. 이 대표는 그 시절 ‘대박’을 맞았다고 했다.
▲ 이 대표는 회사 집무실에서 서서 작업을 한다.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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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뿌린 미래 먹거리 씨앗 ‘결실’
“사업을 시작할 무렵에는 법적으로 15층까지는 소방배관이 없어도 되는 상황이었어요. 소방차 사다리가 15층까지는 가니까요. 그런데 사업 시작 후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화재가 발생하는 거예요. 1980년대 설계한 전기용량과 20년이 지난 시점의 전기용량이 스퀘어가 안 맞으니까요. 그때 여론이 들끓어서 전 층에 소방배관을 설치하도록 법이 바뀌었어요. 생각지도 않게 시장이 몇 배로 확 커진 겁니다. 1년 사이에 직원이 100명을 넘을 정도로 회사가 성장했습니다. 요구 물량을 제때 공급해줄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운이 좋았던 거지요.”
2003년도에 법인으로 전환했다. 호시절이 계속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동 경영했던 사람들과 2006년도에 헤어졌다. 이 대표는 헤어진 이유를 각자가 바라보는 목표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표현했지만, 맥락에서는 ‘욕심’이라는 단어가 읽혀졌다. 이 대표는 그 때가 제일 어려운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사람들이 나가면서 회사에 안 좋은 짓을 많이 했어요. 빚을 많이 남겼어요. 세금과 인건비 포함해서 10억이 넘었어요. 기술자도 빼갔어요. 그 사람들은 신용불량자였고, 법인을 내 앞으로 해 놓았기 때문에 대표이사로 자유로울 수 없었지요. 그 사람들이 소문냈어요. 나이스엔테크 3개월도 못 간다고.”
위기를 극복하고 겨우 일어설 무렵이던 2008년도에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8억 원이 넘는 부도를 맞은 것이다.
“부도 맞은 금액은 8억 몇 천 만원이지만 극복하려면 17억이라는 돈이 있어야 합니다. 회수를 해야 하고, 회수를 위해 또 빚을 내야하니까요. 부도를 맞으면 거의 더블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 거래하는 기업은행 지점장님이 조건 없이 도와주셔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신용으로 여신을 열어주셨어요. 한 달 월급 줄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돌아가니까요. 2010년도에도 이 공장을 사게끔 여신을 열어주셨어요.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저에게 명언을 하나 남기셨어요. 기업은행을 배신하지 말라고. 지금도 기업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하. 그동안 쌓아둔 신용이 있으니까 거래처에서도 많이 도와주었지요.”
나이스엔테크는 현재 1공장과 2공장, 그리고 부설연구소 겸 무역을 하는 ‘애짓다’라는 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3년 전에 설립한 애짓다는 ‘창조하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이 대표는 CEO가 갖춰야 할 자질로 ‘미래예측능력’을 꼽는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5년 전부터 새로운 아이템들을 하나씩 하나씩 차곡차곡 준비해왔다. 이제 그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제 짧은 소견이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20년 정도 가면 최고점에 오른 후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그래서 5년 전부터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해 왔어요. 그 중 올해 세 가지가 마무리됐습니다. 현재 양산시스템 갖췄습니다. 제2공장을 지은 것도 그것 때문이죠.”
원두 찌꺼기로 숯 만들어
나이스엔테크의 또 다른 비밀병기는 ‘준불연재료’다. 화재가 발생하면 불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다. 준불연재료는 화재발생 시 샌드위치 패널이나 유리섬유로 만든 핫 패널의 틈새를 막아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화재 공간에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준불연재료는 화재가 발생하면 140도에서 최소 30배에서 50배까지 발포가 됩니다. 발포되면서 틈을 메워주게 됩니다. 가스나 연기가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사람들은 그 시간에 탈출할 수 있습니다. 아마 1년 뒤에는 회사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 돼 있을 겁니다.”
▲ 화재가 발생하면 샌드위치 패널 등의 틈을 메워 가스나 연기가 새어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준불연재료.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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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엔테크의 또 다른 야심작은 원두 찌꺼기로 만든 ‘숯’이다. 이미 특허 출원한 상태다. 숯을 만드는 기계도 발주했다. 이 대표는 원두커피를 만들고 나면 생기는 찌꺼기로 만든 숯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또 하나의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겨울이면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양생을 위해 갈탄을 씁니다. 원래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려고 원두 찌꺼기 숯을 만들었는데 식당에서도 사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친환경적이거든요. 삼겹살집 같은 곳에서는 참숯을 안 쓰고 공업용 숯을 쓰는 데가 있어요. 거기에는 유해물질이 나올 수도 있어요.”
이 대표는 원두 찌꺼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공급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공급처가 확보되면 머지않아 삼겹살집이나 숯불갈비 집에서 나이스엔테크의 숯으로 고기를 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사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나이스엔테크에서 일을 배운 후 나간 사람이 차린 회사가 8개나 된다.
“우리 회사에서 일 배워서 회사 차려서 나간 사람이 꽤 많아요. 최근에 퇴사 후 회사를 차린 사람은 우리 회사 바로 옆에서 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제조하는 사장님들의 공통적인 애환이죠.”
그 직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까.
“그 분들도 잘 먹고 잘 살아야지요. 오히려 그런 분들 때문에 우리 회사가 더 사업을 다각화하고, 연구개발에 힘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미운 마음보다는 오히려 동기부여를 하게 해준 고마운 분들이지요.”
177㎝ 키에 92㎏의 다부진 몸매를 가진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사명감’을 강조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가 사람의 생명과 재산피해를 막는 소방 분야잖아요. 처음에는 먹고 살려고 이 일을 시작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사명감이 생겨나더군요. 지금은 사명감이 저의 제일 큰 가치입니다. 몸에 밴다는 말의 의미를 저를 통해서 알게 됩니다. 몸과 의식이 자꾸만 그쪽으로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1+1=2’, 단순하지만 원칙 지켜야
이 대표의 사명감은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됐다. ‘소화매립배관’이라는 아이템이다. 건물은 일정 면적이 되면 법에서 강제로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그 의무 면적에 미달하는 농가주택이나 전원주택, 서민층이 사는 달동네, 빌라 같은 곳은 법으로 소방배관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소화매립배관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바라보는 이 대표의 ‘따뜻한 시선’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지붕 콘크리트에 배관을 매립해서 상수도에 연결하기만 하면 되는 화재진압 시스템이다. 이 대표는 돈이 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개별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했다.
▲ 이 대표가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고안한 소화매립배관.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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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들이 화재를 당하면 정말 재기하기 힘들잖아요. 우리 회사 제품 중에서 가장 제 마음에 드는 게 소화매립배관입니다. 이 분야가 더 활성화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벌면 더 좋겠지요.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계속 개발할 계획입니다.”
‘제연닥트’라는 아이템도 이 대표의 사명감이 만들어낸 제품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가스를 감지해서 자동으로 팬이 돌아가 연기를 배출함으로써 사람이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된 제품이다.
“앞으로 우리 회사는 새로 개발한 제품들을 통해서 매출이 크게 일어날 것입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배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행각합니다. 제대로 된 분배는 직원들 월급 많이 주고, 나라에 세금 잘 내고, 사회에 기여하는 겁니다. 이게 기업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 벽에 걸린 각종 특허증 앞에서 손으로 하트 모양을 표현하고 있는 이 대표.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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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역사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 대표는 책임과 원칙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고, 엄격한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부터는 새벽에도 신호등을 지키고 있다고도 했다.
“저는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손해를 보더라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1+1=2입니다. 이게 단순하지만 원칙입니다. 사회 리더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기도 합니다. 때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지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저는 그게 좋습니다.”
앞으로 어떤 마음자세로 살 것인지 물었다.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겁니다. 나는 하루 24시간 365일이 다 행복합니다. 토끼풀 자체가 행복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네잎클로버를 찾으려고 헤매고 있어요. 행복이 이렇게 많은데 왜 굳이 행운을 찾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주어진 오늘 하루 시간 동안 나에게 주어진 에너지를 모두 쏟을 겁니다. 나는 통한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남 얘기 잘 들어주면 됩니다. 교감하는 거죠. 누군가 오르막 올라가는데 손 한 번 잡아주면 쉽게 올라갈 수 있잖아요. 그게 교감이고 소통이죠. 내 눈이 맑으면 맑은 것만 보이고, 내 눈이 사랑스러우면 사랑스러운 것만 보이는 거잖아요. 직원들이 미친 듯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도 사장의 교감입니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