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희 화성시정신건강 복지센터장     © 화성신문

다시 1등이다. 올림픽 이야기가 아니다. 수능모의고사 성적 이야기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수치스러운 순위, 바로 OECD국가 중 자살사망률이 다시 1위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매 1년마다 발표되는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7명으로 OECD국가 중 1위다. 2018년 발표에서는 동유럽의 리투아니아공화국이 자살률 1위를 차지하였으나, 2019년 발표에서는 다시 대한민국이 1위를 차지 한 것이다. 반갑지 않은 1위다.

이제는 너무 자주 들어서 대한민국이 자살사망률이 높은 나라라는 것은 국민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1997년 IMF 구제금융사태 이후 치솟았고, 2000년대 들어서 카드대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경제위기와 자살률 증가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위기가 닥치게 되면 가족의 위기가 오게 되고 개인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겪게 된다. 우울증을 겪게 되면서 대인관계마저 위축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되고,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경제위기를 겪었던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는 학자들의 지적이 있다. 이처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우리나라보다 자살률이 높게 나타나지 않은 나라들의 경우 사회안전망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과 복지를 통한 사회안전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1만3,679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매달 약 1천 명이상이 자살하는 것이다. 하루에 37.5명꼴이다. 화성시의 경우는 150명이 자살했다. 2~3일에 1명꼴로 사망하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30대, 40대, 50대의 자살이 가장 많으며, 10대 자살도 7명이나 있었다. 여성보다는 남성의 자살이 3배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기업 활동이 활발한 도시인만큼 중장년층 남성인구가 많은 것을 반영한 숫자이다.

화성시는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잘 정비된 택지가 대규모로 개발되면서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들에게 안락한 주거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함 뒤에는 그늘도 있게 마련이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 30대에서 50대에 사회적 주류라고 하는 남성의 자살이 가장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닌가. 그러나 숨길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사실이다.

새해 연초부터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우리 주변에 힘들어 하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상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각보다 가까운 주변사람들이 경제적 위기, 우울증, 가정 내 갈등 등의 이유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정신건강의 시대다. 2020년 한 해는 정신건강을 생각하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란다. 우리국민 4명 중 한명이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노화와 더불어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나타날 수도 있다. 몇 년 전 영국정부에서는 이러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정신건강 없이 건강 없다(NO Health, without mental health)’였다. 국가차원에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였다. 나의 정신건강을 생각하며, 가족의 정신건강, 우리 이웃의 정신건강, 직장동료의 정신건강을 함께 생각하는 2020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호주정부에서 발표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8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한 해 동안 우리 자신의 정신건강을 생각해보며 한두 가지라도 실천에 옮겨보자. 1.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관계에 투자하라. 2.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운동을 하라. 신체건강이 좋아지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3. 매일 감사한 일 세 가지를 발견하라. 감사하자. 4.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활용하라. 5. 몰입(Flow)할만한 취미, 활동을 만들어라. 6. 자원봉사를 하거나 남을 도와라. 7. 종교 활동에 참여하거나 명상을 하라. 8. 힘든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해보라. 자,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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