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한 절차라 방법이 없습니다.”, “업체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100% 패소합니다.” 어떤 사안에 대한 대책을 물었을 때나 민원을 제기했을 때 화성시로부터 들을 수 있는 가장 흔한 답변이다.
지난달 22일 발생한 구문천리 화재와 관련해서도 상황은 같았다. 주민들은 마을 한복판에 폐기물처리업체가 들어온 것에 대해 항의하며 인허가 과정에서부터 화성시가 제재를 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돌아온 답은 역시 같았다.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 시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주민의 편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모로쇠로 일관하니 시민들은 답답해 죽겠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사태를 해결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관심을 갖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것이 진심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계속되는 오직 ‘제도 탓’에 주민들의 속만 타들어간다. 반면 지난 29일 열린 화성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의원들과 화성시 유관기관 간담회에서는 ‘남의 탓’이 아닌 ‘현행 제도’하에서의 문제해결 방안이 나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날 화재 요인 중 하나로 폐기물처리업체의 가설건축물내 과도한 적재가 제기되자, 건축조례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화성시 건축과에서 가설건축물 크기를 제안하면 여기에 맞춰 화성시 환경사업소에서 가설건축물내 적재 용량을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화성시 유관기관간 논의를 통해 하나의 해결책이 마련되는 의미있는 순간이자 화성시 내 수많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행 법만 탓하지 말고 현행 제도안에서도 충분히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이번 화재는 지난해 8월 주곡리에서 발생한 화재와 판박이다. 똑같은 유형의 화재가 반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관계당국은 비난을 면할 수가 없다. 특히 ‘안전도시’ 구축을 목표로 하는 화성시에서 이같이 계속되는 ‘안전 불감증’은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다.
메가시티를 눈앞에 둔 화성시의 정책의 핵심은 빠르게 ‘발전’이 아닌 ‘공존’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존’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개선되기를 원하는 사항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 화성시는 더 이상 시민의 하소연을 외면하지 말고 진심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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