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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10] 비대면 사회에서는 스킨십을 어떻게 나누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4/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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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필자가 어느 관리자를 코칭하게 되었다. 그의 마음상태를 점검해보니 ‘일에 대한 의욕’은 10점 만점에서 6점, ‘삶의 행복도’는 10점 만점에서 5점이었다. 이것을 1점만 올려보자고 했다. 1점을 올리기 위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고 권유했다. 

 

그는 첫째, 회사 직원들 하고 인사를 나누겠다고 했다. “평소에는 인사를 안 나누었습니까?”고 물었더니, 그는 인사를 하기는 했는데 말을 안 붙여서 이제부터는 그냥 인사만 하지 않고, 대화를 조금 나눠보겠다고 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말이다. 두 번째는 친한 사람들 하고도 조금 더 자주 연락을 해보겠다고 했다. 한 달에 한번 연락했던 친구에게는 한 달에 두 번, 1주에 한번 연락을 했던 가족에게는 1주에 두 번, 이렇게 말이다. 결국 그의 해결책은 사람들 하고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었다. 

 

사실, 유대를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신체적인 직접 접촉이다. 포옹을 하거나, 쓰다듬거나, 악수를 하거나 하는 것 말이다. 원숭이나 유인원이 서로 상대의 털을 골라주고 있는 장면을 많이 본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장면을 보고 ‘벼룩을 잡아주는 구나.’ 또는 ‘털에 들어 있는 이물질을 청소하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회동물학자들에 의하면, 이는 서로 친밀감을 표현하는 사회적 행위라는 것이다. 상대를 좋아한다는 표시이고, 또 공동체로서 유대를 나타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위가 뇌를 자극하여 엔도르핀 호르몬의 증가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높이고 면역력도 향상시킨다 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인간도 동물인지라 이런 스킨십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킨십은 절대적이다. 스킨십을 통해 부모의 사랑이 전달되고, 또 아이들의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을 높여준다. 특히 아이들은 복잡한 언어를 이해할 수 없으니 원천적인 피부접촉을 통해 의사전달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아침에 아이들 깨울 때 “일어나라.”고 말로만 하지 않고, 침대에 가서 안아주며 일으켜주었다.

 

어른들끼리는 어떻게 하는가? 주로 말로 한다. 인간은 고등동물이니까. 그런데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피부접촉과 신체언어는 중요하다. 어른들끼리도 강력한 감정을 전달할 때는 피부접촉을 많이 한다. 자주 보는 사이에는 눈인사만 하고 말지만, 오랜만에 만난 사람은 포옹을 하고, 한일전 축구에서 우리 팀이 골을 넣으면 옆에 있는 모르는 사람하고도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 인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언어행위는 ‘수다떨기’다. 별로 생기는 것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지나고 나면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지?’하면서 까먹어 버리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원숭이들이 하는 ‘털고르기’의 인간 버전이란다. 수다떨기가 왜 털고르기와 같은 기능을 할까? 수다떨기는 감각적인 정보가 많이 교류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경제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수다 떨기가 아니고, TV 100분토론 거리다. 그런데 마스크 사러가서 짜증난 일 이야기는 수다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느라, 사람들을 만나서 ‘털고르기’를 할 수가 없다. 이제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자살자 소식도 간간히 들린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수다떨기가 대면상황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비대면 상황의 수다떨기를 늘려야 한다. 소셜 미디어도 있고, 전화도 있다. 전화도 화상통화를 많이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하는 ‘그룹콜’도 있고, 화상통화도 여러 명이 하면 화상회의가 된다. 재택근무자들과 화상회의를 할 때도 업무 이야기만 하지 말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적이고, 감각적인 이야기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단체방에서 유머 같은 걸 많이 올려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유머도 한두 번이다, 웃고 나면 허전하다. 수다떨기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당사자들도 까먹지만 끝나고 나면 흐뭇해진다. 그래야 수다다.

 

필자도 화상강의를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묻는다. “오늘 일어난 일 중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을 하나씩만 이야기해 주세요.” 어느 학생이 말한다. “점심에 짬뽕을 먹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러면 또 묻는다. “맛이 어쨌는데요?” 수다떨기는 개인적이어야 하고 또 감각적으로 생생해야 한다. 대면상황에서나 비대면 상황에서나 말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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