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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영준 화성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아이들은 삶의 이유, 집보다 어린이집이 더 좋아”
저출산 여파·정부지원 부족, “어린이집 폐원 속출할 듯”
“운영 힘들지만 아이들 목소리 듣고 싶어서 못 그만둬요”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0/06/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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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영준 화성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이 어린이들을 보면 행복해진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화성신문

 

 

마음이 따뜻했다. 인터뷰 도중 어린이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도 했다. ‘! 이런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기자의 코끝도 찡해졌다.

 

저출산으로 아이는 줄어들고 정부의 관리도 까다로워지는데 어린이집 실태는 어떨까 궁금해서 안영준 화성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참사랑어린이집 원장)을 찾았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남양읍 신안남길에 위치한 참사랑어린이집에서 이루어졌다. 1956년생인 안 회장은 30년 넘게 어린이집을 운영해온 업계의 산증인이다.

 

제 나이 스물아홉 살 때부터 어린이집을 했어요. 그때는 유아원이었어요. 정부시책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어요. 점점 옥죄어 오는 느낌이랄까. 어린이집 원장님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어요. 보육통합시스템이라고 있거든요. 회계를 비롯해서 모든 게 투명해요. 정부에서는 모든 걸 전산으로 다 볼 수 있어요. 그런데도 일부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생기네요. 안타까워요. 아동학대나 회계 부정은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우리도 인정받으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싶지요.”

 

안 원장은 실질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언론보도를 보면 정부가 어린이집에 많이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보육료는 어린이집이 아니라 부모들에게 지원되고 있다. 어린이집은 그 보육료를 카드 결제를 통해 받아서 운영된다. 보육료 수입의 70% 정도가 인건비로 지급된다. 나머지 30%를 가지고 운영하지만, 차량 운행 등 제반 경비를 제하고 나면 근근이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교사 처우개선비도 교사들에게 직접 지원된다.

 

이래저래 소요되는 금액이 적지 않아요. 급여를 못 받고 있는 원장님들도 꽤 많아요. 진짜 운영을 힘겹게 하고 있는 거예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더 힘들어졌어요. 작년에 전국에 어린이집이 4만 곳이 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 전산으로 보니 37,000곳으로 줄었더군요. 앞으로는 더 줄어들 거예요. 아직 폐원하지는 않았지만 운영을 하지 않는 곳들이 많아요. 폐원신청을 왜 못하느냐 하면 그 뒤에 정리할 금액들이 많은 거예요. 이게 본인들이 다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이 상태로 가다보면 어린이집이 얼마나 살아남을까 걱정입니다.”

 

 

▲ 안영준 회장이 어린이들과 야외수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화성신문

 

 

현재 화성시에 있는 어린이집 수는 872. 연합회에는 다섯 개 분과가 있다. 가정분과, 민간분과, 국공립분과, 직장분과, 법인분과다. 안 원장이 운영하는 참사랑어린이집은 민간분과에 속해 있는 공공형어린이집이다.

 

공공형어린이집은 경기도에서 지정해줘요. 화성시에서 우수한 어린이집을 선정해서 경기도에 올리면 경기도에서 지정합니다. 공공형어린이집은 나라에서 운영비가 어느 정도 나오니까 민간 어린이집보다는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죠. 지원금은 아이들 수와 교사 수에 따라 달라져요. 공공형어린이집은 민간분과와 가정분과 등 두 분과에만 있어요. 현재 화성시에는 민간에 5, 가정에 9곳 있어요. 그만큼 열심히 한 거죠. 저희 참사랑어린이집은 2013년도에 공공형어린이집에 지정됐어요. 3년마다 실시되는 재선정 기준도 굉장히 까다로워요.”

 

안 원장으로부터 듣는 어린이집 실태는 참담했다. 정원을 채운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폐원하는 곳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아이사랑이라는 사이트가 있어요. 어린이집 원장님들과 부모님들이 보는 사이트예요. 거기 들어가 보면 우울해져요. 어린이집 정원이 100명이면 재원 어린이가 50~60명밖에 안 되는 원도 있어요. 가정어린이집은 정원이 20명이에요. 6~7명을 데리고 있는 원들도 있어요. 어떻게 운영이 되겠어요. 정원이 다 안차더라도 그래도 교사는 있어야 합니다. 운영이 힘들 수밖에요. 그래도 교사 급여는 다 줘야 하거든요. 올해 3월에 또 보육체계가 개편됐어요. 맞춤반이라는 걸 없애고 연장반이라는 걸 만든 거죠. 교사 근무시간은 8시간을 초과하지 말라고 하면서 운영시간은 아침 730분부터 저녁 730분까지 12시간 보육을 하도록 정해져 있어요. 연장반 교사는 오후 3시부터 730분까지 근무를 해야 해요. 그런데 그 시간대에 근무를 하겠다는 교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생님들을 시차를 두고 출근하게 하고, 시차를 두고 퇴근하게 하고 있어요. 연장반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다들 탁상공론으로 정한 정책이라고들 해요. 아예 연장반 교사 한 명 인건비를 지원해주면 어린이집에서 운영하기가 수월할 거예요.”

 

양육수당이라는 것도 생겼다. 엄마들이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면 나라에서 지원하는 수당이다. 일부 부모들은 양육수당을 받기 위해서 어린이집 등록을 취소하고 있다. 어린이집이 사면초가에 놓인 형국이다.

 

▲ 아이들이 배려심 있고 공동체 의식을 가진 청소년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안영준 회장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화성신문

 

 

어린이집 운영이 이렇게 힘든데 안 회장은 왜 폐원하지 않고 계속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일까. 저출산 등으로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워지니까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요양원을 운영하는 지인들이 많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친구들이 그래요. 빨리 그만두라고. 그런데 그만두지 못하는 게 꼭 마약 같아요. 집에서 힘들다가도 어린이집에 오면 다시 힘이 나는 거예요. 아이들 소리, 아이들 우는 소리까지도 좋아요. 그것 때문에 제가 마약 같다는 표현을 쓴 거예요. 끊을 수 없는 거예요. 어린이집을 그만뒀다가 돌아온 원장들이 대다수예요.”

 

안 원장에게 아이들은 어떤 존재일까. “아이들은 삶의 이유예요. 어린이집에 오면 행복해요. 집보다 어린이집이 더 좋아요. 진짜예요. 정말.” 이 대목에서 안 원장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목소리도 잠겼다.

 

“평생을 바쳐온 일이예요. 한 때는 저희 어린이집 원장들이 밖에 나가서 원장이라는 소리를 못했던 때가 있어요. 매스컴에서 어린이집 원장들을 나쁜 사람으로 매도 한 적이 있었잖아요. 그런 수모 다 견디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그런데도 지금 정부 정책을 보면 어린이집을 없애려고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저희 입장에서는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많이 인가를 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아이들이 줄어드니까 자연도태 되라 이거예요. 그러니까 하나둘씩 문 닫기 시작하는 거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님들은 대다수가 여성들이에요. 사비를 털어서 운영하고 있지만 국가에서는 개인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아요. 가슴 아프죠. 이런 상황에서도 화성시에서는 코로나19로 힘든 어린이집을 돕기 위해 보육교직원 인건비와 운영비 21억 원을 지원해줬어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안 원장은 아이들이 남을 배려할 줄 알고 공동체의식을 가진 청소년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프리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고 하잖아요.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부모님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잖아요.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내 아이만 소중한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공동체의식을 키우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4차산업 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다른 사람에게 배려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동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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