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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17] 코로나 이후 사무 공간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6/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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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공간은 신분을 상징한다. 그래서 사장은 전망 좋은 곳에 넓은 평수를 차지하고 일을 본다. 임원도 근사한 개인공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사원들은 큰 홀에서 바글바글 모여서 일을 한다. 그 넓은 공간에서도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있다. 부장은 출입구에서 제일 먼 창가에 자리하면서 직원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에겐 별도 방은 없지만, 개인 책상 놓을 별도 공간이 주어진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책상을 다닥다닥 붙여서 앉는다. 물론 거기서도 서열이 있다. 차장이나 과장은 부장 가까이 있고, 말단은 입구 가까이 앉는다.

 

필자가 1980년대까지 보던 우리나라 사무실의 모습이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들어오면서 대부분의 사무실은 칸막이 형으로 바뀌었다. 이제 PC 시대가 된 것이다. 직장인들이 저마다 데스크톱 PC를 가지게 되었고, 모니터를 책상위에 놓아야 했다. 그때부터 앉아있으면 다른 사람을 볼 수 없는 그런 대로 ‘나만의’ 사적 공간이 생겼다. 더러는 이 칸막이 높이가 제법 높아 지나가는 사람도 앉아서 일 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스마트 오피스’ 또는 ‘모바일 오피스’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데스크톱 PC가 아니라 휴대용 노트북이 대세가 되면서 전원과 통신선만 있으면 어디서나 일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IBM에서는 1995년 벌써 이 개념을 도입하여 사무실내 고정석을 없애고 출근하면 아무자리나 빈자리에 앉아서 일을 하고 또 외근을 나가면 그 자리를 비워 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랬더니 외근자가 많아 사무실 공간을 대폭 줄여 비용절감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모바일 오피스 개념은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2010년부터 더욱 가속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조직의 문화가 바뀌어야 했던 것이다. 창의성과 혁신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고, 조직이 수평화 되어야 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360도로 소통을 해야 했고, 협업과 꼴라보가 절실해졌다. 그래서 IT기술은 IoT까지 활용되었고, 칸막이도 없애면서 공유공간을 넓히고,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공간을 설계하였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2019년 대대적인 사무실 리노베이션을 했다. 개인 공간을 나누는 칸막이를 없애고 커다란 워크테이블을 배치하여 고정좌석 없이 아무나 아무 곳에서나 일할 수 있게 했다. 물론 가까이서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면서 말이다. 회의 공간, 휴게 공간도 많이 만들었다. 회의 공간을 나누는 벽도 무빙월(moving wall)로 해서 6명짜리 회의실을 터서 20명짜리 회의실을 만들 수 있게 했고, 휴게실에서는 직원들이 편한 자세로 앉아서 담소를 나누거나 회의를 할 수 있게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페이스북 사무실은 축구장 9개 정도의 면적을 갖는 거대한 단층이다. 이 거대한 면적이 그냥 뻥 뚫려 있다. 직급 구분도 부서 구분도 없다. 룸과 칸막이가 없다. CEO 저커버그(Zuckerberg)도 보통 직원처럼 다른 사람 틈바구니에서 일한다. 그야말로 수평적이고 벽이 없는 문화를 공간이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근무환경에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사무실 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고 개인 공간을 확대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실 내에 개인공간을 지정하고 칸막이를 다시 높이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재택근무의 확대로 인해 사무공간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곳은 가구 회사들이다. 세계 최대 사무용 가구회사인 스틸케이스(Steelcase)는 자신들의 연구 역량을 총동원하여 코로나 이후 공유공간의 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그들은 창의성과 혁신을 위해서 인간은 만나야 하고, 또 서로 비공식적이고 즉흥적인 교류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인간의 안전과 프라이버시를 높여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스틸케이스는 다양한 디자인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2m 간격의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고, 동선과 배치에서 서로 부딪히지 않게 하며, 필요에 따라 조절하는 유연성을 높이는 것 등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구를 새로운 가구와 함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산업사회 속에서 공간은 인간을 통제하는 목적으로 많이 쓰였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소통과 창조를 부추기는 쪽으로 공간이 끊임없이 재설계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 가지 요건이 추가 되었다. 이제는 안전과 소통과 창조다. 언젠가 처칠이 말했다. “인간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인간을 만든다.” 필자는 말하고 싶다. “리더는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문화를 만든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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