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윤정화의 심리칼럼] 엄마의 전화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6/29 [09:20]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전화벨이 울린다. 엄마의 일방적인 감정이 쏟아질 시간이다. 심장이 쿵쿵대고 손끝이 경직된다. 

 

“네. 엄마, 저예요.” 아니나 다를까 엄마로부터 동생에 대한 험담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네 여동생이 얄밉게 굴더라. 엄마한테 백화점에 같이 가자는 말도 하지 않고 개네 식구들만 데리고 즐기다 왔나보더라. 너는 그러지 마라. 몇 년 전 아빠 돌아가시고 외롭게 혼자사는 엄마가 불쌍하지도 않나보더라. 며칠 전 니가 날 데리고 식당에 갔다 왔던 이야기 해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걔는 멋대로야, 못됐어.”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시간 후면 화난 여동생이 그녀한테 전화할 것 같다는 생각에 또 다시 가슴이 뛰고 답답하다. “오늘 별일 없지요?”라고 형식적인 안부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고 싶었지만 엄마는 여동생의 흠담으로 거의 한 시간이나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어서 엄마는 남동생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제는 남동생이 엄마한테 용돈을 보내주었는데 딸들은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짓는 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수화기 너머에 있는 큰 딸한테 용돈을 달라는 엄마의 메시지다. 매달 드리는 용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무엇을 더하면 그것에 보태어 더 대접받고자 한다. 

 

끝을 모르는 엄마의 욕심에 피로감이 쌓여 이제는 엄마와 상관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녀는 간신히 엄마와의 전화를 끊고 한숨을 돌린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언니는 좋겠다며 언니는 엄마를 식당에 모셔가서 맛있는 것을 사주는 딸인데 자신은 그렇지 못해 엄마한테 또 야단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언니가 원망스럽고, 언니 혼자 사랑받는 것 같아 언니가 싫다는 것이다. 딸이 엄마에게 밥 한끼 사준 것이 여동생으로부터 원망으로 이어질 일인가, 이렇게 만든 엄마의 전화가, 말과 행동이 미워진다. 

 

엄마로 인해 쌓인 오해들로 자매지간에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하고 멀어진지 오래다. 그녀는 여동생과의 전화를 끊으며 생각한다. 엄마가 어른답지 못한 것에 끌려다니는 자신이 더 한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부터 자신만이라도 엄마의 자녀 간 비교와 이간 속에서 냉정히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족관계에서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두기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가족관계에서의 적절한 거리두기는 자녀의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시작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자녀가 먼저 시도해도 좋다. 건강한 거리두기는 인간관계의 침범을 예방하는 것이고 자신과 상대와의 건강한 관계를 돕는 것이다. 

 

집착이나 간섭의 관계에서 적절한 거리두기를 누군가 먼저 시도하는 사람이 좀 더 건강한 사람이다. 이는 자신과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아는 용기이다.

 

 www.maumbi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