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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22]지도자의 폭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7/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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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스포츠 선수들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스포츠 선수의 인권실태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이에 의하면, 초중고 학생선수는 15.7%가 언어폭력, 14.7%가 신체폭력, 3.8%가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학생의 경우 이보다 심해, 31%가 언어폭력, 33%가 신체폭력, 9.6%가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선수의 16% 정도는 일주일에 1-2회 정도 상습적으로 신체폭력을 당한다 한다. 실업팀 성인선수도 대학선수와 큰 차이가 없다. 이 폭력은 선배선수와 지도자들로부터 행해지는데 그 비율은 반반이다.

 

스포츠 선수들에게 왜 이렇게 폭력이 많을까? 위계질서 또는 통제형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 선수들은 그들만의 집단생활을 하면서 단순반복적인 활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선배가 후배를 통제하고 지도자가 선수를 통제한다. 그 통제는 나아가서 폭력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위계문화의 근저에는 ‘죽어라 시키는 대로 하면 목표가 달성된다.’는 신념이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운동선수는 아무 생각 없이 ‘운동하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과연 이 신념이 맞는 것일까?

 

이렇게 인간을 기계로 취급하는 시각은 스포츠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50년대 하버드 대학의 맥그리거(Donald McGregor)교수는 관리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관을 두 개로 정리했다. 하나는 X-론적 인간관이고, 다른 하나는 Y-론적 인간관이다. X-론적 인간관은 인간은 근본적으로 게으르고, 일을 싫어하고, 자발성이 없다고 믿는 인간관이다. 이에 비해, Y-론적 인간관은 인간은 본래부터 능동적이고, 스스로 하고자 하는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다. 우리 동양적 사고로 전환하면, X-론은 성악설, Y-론은 성선설에 해당한다. 

 

많은 관리자들은 X-론을 지지하고 있다. 1950년대보다는 덜 하지만 여전히 X-론적 인간관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는 법이 만들어졌겠는가. 현실은 그러한데 과학적 연구에서는 대부분 Y-론이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면 과학적 연구와 현실의 괴리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관리자들이 X-론적 인간관을 믿고 있는 것은 본인이 그것을 현실에서 바로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조건을 바꿔주고, 환경을 변경시켜서 인간행동을 관찰한다. 그렇게 하면 인간의 다른 면이 보이는 것이다. X-론은 그것이 현실이지만 미신이고, Y론은 그것이 드문 일이지만 진실이다.

 

부모나 지도자가 벌을 가하고, 폭력을 행사하면 아이나 선수가 일단 따른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겉으로 복종할 뿐이지 내면의 순응은 아니다. 벌과 폭력을 가하면 원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 같지만 자신감을 갖지는 못하고 나중에는 보복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리더십은 복종을 얻는 것이 아니라, 몰입을 얻어내는 것이고, 노력을 끌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감을 불어넣고 열정을 깨우치며 성장을 돕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블룸(Benjamin Bloom)은 1970년대 후반, 스포츠, 예술, 학문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낸 천재적인 인물들을 연구했다. 이 천재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천재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격려해주고 그들의 개별성을 존중해주는 부모나 지도자가 있었다. 그 지도자들은 조금 다를 뿐이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어린 유망주를 달리 보아주고, 기다려주고, 들어주고, 밀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매탄고등학교 축구감독을 했던 주승진 감독은 선수들의 강점을 찾아주고, 그들이 잘한 점을 많이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너의 잘난 점을 인정할테니, 너도 우리를 따라와라.” 하고 이야기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을 마냥 풀어주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성장을 위해 압박도 했다. 성적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했다. 그런데 주승진 감독이 감독을 하는 동안, 매탄고 축구팀은 춘계연맹 2연패(2016, 2017), 후반기 고등리그 왕중왕전 우승(2017), 전반기 고등리그 준우승(2018)을 기록했다. 그러한 그의 리더십을 평가하여 수원삼성블루윙즈는 2018년 주승진을 코치로 영입했고, 2020년 초에는 그를 수석코치로 발탁했다.

 

지도자가 강압적((abusive supervision)으로 하면 성과가 나올 것 같지만 그것은 허상이다. 스포츠 심리학에서도 지도자의 폭력적 지도가 부작용을 낳고, 효과가 없다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단순한 몰입을 넘어서 이제는 창의성이 필요한 시대다. 그리고 인권은 기본이다. 지도자들은 과거에 배운 잘못된 지도법은 스스로 잘라내야 하고, 폐기학습을 해야 한다. 다른 모델을 찾아야 하고 다른 학습을 해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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