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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화성춘추 (華城春秋) 69]문학관의 쓸모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8/14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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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 노작홍사용문학관 사무국장     ©화성신문

재개관 준비로 분주한 요즘, 문학관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문학관은 흔히 “문학과 관련된 전시물을 전문으로 하는 박물관”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더 다양한 작업을 추구하는 곳이다. 문학관은 전시만이 아니라, 인문 교양 교육과 학술 연구, 창작, 출판, 공연, 체험 등의 영역에 두루 걸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거나 개발하여 진행한다. 물론 그 기획의 과정에는 예산 편성과 행정 절차 등에 필요한 여러 서류들이 작성되고 교환되면서 생각보단 조금 복잡한 수속들을 거치게 된다. 행정이라는 게 법의 규제 아래에서 집행되는 것인 만큼, 돈이 오가거나 사람과 교류할 때면, 관련 규정도 섬세히 살펴야 한다.

 

기획이 참신하고, 행정 절차를 완비했다고 해서, 사업의 타당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대개의 문학관은 특정 문인이나 작품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곳이 많기 때문에, 해당 작가나 작품과의 연관성과 연속성, 역사성 등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테면,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창작단막극제를 개최할 수 있는 것은 노작이 일제 시기 연극 운동에 앞장섰기 때문이며, 문학관에서 문예지를 출간하고 있는 이유 역시, 노작이 문예동인지『백조』를 창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학관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여러 사업과 프로그램들은 한편으론 문학에 대한 다각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모색된 창의적 상상에 입각한 기획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러한 상상들이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조건을 구비한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문학관의 역할은 위에서 설명한 가시적인 사업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단 문학관을 오고가는 사람들의 말과 행위, 감정 속에서 문학관의 진짜(?) 쓸모가 드러나기도 한다. 문학관은 그야말로 문학을 다루는 곳인 만큼, 문학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이해가 공공 기관 특유의 행정적 실용주의와 상충되거나 교차 및 길항하는 장(field)이기도 하다. 문학관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는 문학에 대한 기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령 시와 소설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고자 하는 분들은 문학관에 대해서도 일정한 정서적인 기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문학관은 다른 행정 기관과 달리 문학을 매개로 시민들과 연결되는 장소인 만큼,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마음이 문학관에 대한 감정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학관에 대한 적지 않은 애정을 표현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 반대로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분들도 없을 수 없다.

 

문학관에서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계층과 계급, 세대,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여러 사연들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학관에 대한 기대의 내용과 방향도 각기 상이하다. 어쩌면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과 사연이 토로되는 바로 그 지점야말로, 문학관의 현재적인 위치와 쓸모가 드러나는 자리가 아닐까 한다. 문학관은 문학관이 속한 지역 사회에 문화적으로 이바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역 시민들의 마음 한 켠에, 마치 좋은 시의 한 구절처럼 생각날 때마다 찾아볼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의미에서 문학관은 문학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의 통로이자, 문학에 대한 정서적인 체험의 또 다른 관문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관은 기본적으로 문학 작품이나 작가의 생애를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기관이다. 문학을 문화 콘텐츠로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작업은 당연히 문학을 대중화하는 사업의 일환이기에, 결국 문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접근의 폭을 넓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문학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문학관에 대한 기대와 만날 때, 그리하여 창의와 행정, 사람과 기관이 조화롭게 융화될 때, 문학이라는 제도의 정수가 시민들의 삶과 현실에 비로소 안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관의 쓸모란 이처럼 기묘하다.

 

master@noja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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