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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27]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8/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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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인생은 나그네길/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정일랑 두지 말자...” 가수 최희준(1936-2018)이 부른 하숙생이란 노래다. 1965년에 나온 이 노래를, 요즘 젊은이들은 모르겠지만. 올드 보이 올드 걸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필자도 수없이 들었고, 수없이 불렀다. 나이가 들수록 노래가사에 공감이 가고 빠져든다.  

 

가수 최희준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가 학교를 다녔을 때는 정말 서울대 법대의 위력은 대단했다. 서울법대를 나오면, 고등고시(사법시험)를 거쳐서 판사나 검사가 되고, 그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그 후 정치인이 되거나 국가의 요직에서 일을 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그런데 최희준은 왜 그런 길을 택하지 않고 가수가 되었을까? 그는 공부를 잘했다. 그래서 어른들의 권유도 있고 해서 서울법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법학공부는 자기하고 맞지가 않았다. 자기는 노래가 더 좋았고, 또 노래도 잘 했던 것이다.  그래서 대학 카니발 행사에 참가하여 우승을 하고, 가수로 먹고 살기로 작정했다.

 

가수 최희준은 그 과정에서 수없이 고민했다. “나는 누구인가?” 고민 끝에 발견한 것은  법조인이 아니었다. 그는 가수였고, 음악인이었고, 예술인이었다. 그래서 결국 그렇게 음악인으로 살다 세상을 떠났다.

 

우리 인간은 그냥 살아간다. 그러나 가끔 스스로 물어본다. ‘나는 누구인가?’ 일이 잘 안 풀릴 때, 선택의 순간에 그리고 연말 송년회 때 말이다. 귀하께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이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정체성(identity)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치열한 고민 끝에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산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것이 없다. 그러나 없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일관성을 갖게 되고, 중요한 판단을 하게 된다. 그런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알아차리고 발견하게 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또 한 단계 더 성숙한 삶을 살 수 있다. 

 

리더들은 대체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리더가 고민해야 할 정체성은 하나 더 있다. 자신의 개인 정체성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정체성 말이다.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이 집단의 정체성, 조직의 정체성이다. 집단의 정체성은 다시 말하면, 집단의 존재 이유, 사명감,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점 등 조직의 핵심적인 특성을 말한다. 

 

집단의 정체성은 어떻게 보면 그 집단의 정관에 표시되어 있고, 홍보자료에 나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구성원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것이 들어 있을까? 그리고 외부인들은 우리를 무엇이라고 말할까?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인류사회에 봉사하는 초일류 기업”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회사라고 할 때, 내부 직원들과 고객들이 그걸 보고 ‘과연 그래!’하고 동의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비웃는다면 어떠할까?

 

우리 조직에 합의된 정체성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되나? 이제는 그 정체성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또는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체성은 과거의 경험에 의해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하는 시대에 맞지 않을 수 있고, 멋있는 전략을 수행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은행을 생각해 보자. 과거에 은행은 ‘관청’이었다. 그러나 요즘 시대 ‘관청’으로서 은행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 은행은 ‘IT회사’ ‘정보회사’ 또는 ‘서비스 업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리더는 그래서 일단 직원들의 마음속에 ‘우리는 어떤 회사’라는 의식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것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평가하고, 다음으로는 전향적으로 바람직한 정체성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론 리더가 혼자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리더가 할 일은 우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입니까?” “10년 후 우리 회사는 어떤 회사가 되어야 할까요?”

 

정체성이 정리될 때 조직의 에너지가 모아지고, 구성원들의 일이 의미 있어지고 또 미래에 대한 적응력도 높아진다. 그래서 정체성은 리더가 고민해야 할 최상위 과제 중 하나인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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