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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28]사람을 다 움직이려 하지 말고 킹핀을 찾아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8/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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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Y씨는 해외에서 교수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자신의 학교에 형편이 어려운 한국인 입양아가 입학을 했는데 장학금을 좀 마련해줄 수 없느냐는 부탁이었다. Y씨는 자신의 대학동기 카톡방에 이 사실을 알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40명 중 30명이 참여해 주었고, 300여만 원의 돈이 금시 모금되었다.  해외로 나간 우리 입양아를 돕자는 이야기는 호소력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였을까?

 

K씨는 월례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매달 안내를 하고 참가 신청을 받는데 참가자를 확보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참가 신청자가 적어서 많이 속상했는데 근래에 들어 상황이 호전되었다. 거기에도 비결이 있었다.

 

Y씨가 카톡방에 장학금 모금 사실을 올리기 전에 몇몇 친구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OK를 받아둔 상태였다. 카톡방에 안내가 뜨자마자 이 친구들이 먼저 기부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고, 반응은 연쇄적이었다. K씨의 전술도 똑 같다. 주로 카톡방을 이용하는데 월례 포럼 안내가 나가기 전에 주요 인물 몇 사람을 먼저 포섭한다. 좀 나이든 사람, 젊은 사람, 고루 말이다. 참가 희망을 받을 때 이분들 명단을 앞세운다. 그럼 다른 사람은 꼬리를 물어 신청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을 다 움직였으면 좋겠지만,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냥 주변에 있는 세 사람만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깟 세 사람을 못 움직이겠는가. 30명에게서 300만 원을 모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3명에게서 30만원을 모금한다고 하면 식은 죽 먹기다. 잘만 하면 3명이 300만 원 모두를 책임질 수도 있다.

 

조직을 변화시키고 싶은가? 감사 운동을 전개하고 싶은가? 그것도 마찬가지다. 100명의 전 사원을 설득하려하지 마라. 일단 소수만 설득하면 된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제이미크론은 반도체,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부품의 표면처리, 쉽게 이야기하면 전자부품 도금을 하는 회사이다. 1989년에 설립하여 재미를 봐 왔었다. 그런데 점점 고객의 요구가 까다로워지고 경쟁이 심해지니 불량률이 높아지고 매출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이 닥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감사(感謝)’의 효력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고, ‘우리도 한번 해 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4년부터 시작한 감사 운동은 이제 제미미크론에서는 문화가 되었다. 100명 직원 중 80%가 매일 다섯 가지 감사를 쓰고, 경우에 따라서는 100감사를 작정하고 쓰는 직원도 있다. 그 사이 회사 분위기가 좋아지고, 불량률이 떨어졌으며 적자 기업이 흑자로 돌아섰다. 이 운동을 통해 특히 부서간의 협조가 잘 되고, 가정이 화목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감사 운동은 80명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5명에서 시작되었다. 황재익 사장과 함께 황사장 가까이 있던 몇 사람이 동참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기다렸다. 서서히 숫자가 늘어났다. 10명, 20명을 넘어서니 회사 전체로 퍼지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혁신 이론에 의하면, 새로운 제품이나 아이디어를 바로 받아드리는 혁신가(innovator)는 5%에 정도에 불가하고, 비교적 초기에 받아드리는 초기 수용자(early adopter)는 10% 정도이다. 그래서 우선 5%를 설득하고 다음 단계에서 10%를 설득해야 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처음 5% 설득에 실패하면 거기서 끝나는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으로 유명한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의 김위찬 교수는 ‘킹핀(kingpin)전략’을 제안했다. 볼링에서 10개의 핀을 넘어드리기 위해서는 핀 하나를 제대로 치면 되는 것이다. 그 핀이 넘어지면서 다른 핀 모두를 연쇄적으로 넘어뜨린다. 바로 그 핀이 킹핀인 것이다. 그런데 그 킹핀이 제일 앞에 있는 1번 핀이 아니라 가운데 있는 5번 핀이다. 이 핀을 치기 위해 오른손잡이는 1번과 3번 사이를, 왼손잡이는 1번과 2번 사이를 친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킹핀이 되는 몇 사람을 움직이면 된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조직의 역학에 따라 킹핀의 위치는 다를 수 있다. 복잡한 조직은 다단계로 킹핀이 존재할 수 있다. 1차 킹핀이 2차 킹핀을, 2차 킹핀이 3차 킹핀을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모두를 움직이려 하지 말고, 모두를 설득하려 하지 마라. 킹핀이 될 만한 세 사람만 움직이면 된다. 그들이 호응할 수 있는 안을 만들고 도전하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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