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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31]규칙을 없애고 어떻게 직원을 다스리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9/2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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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코로나 때문에 집콕하는 사람이 늘면서 넷플릭스(Netflix) 인기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신나는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탄생하던 1997년에는 영화를 집에서 보려면 비디오 가게에서 영화 테이프를 빌려야 했다. 그 때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비디오 가게 체인의 대명사였다.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는 비디오테이프 대여 방식의 불편을 개선해 보려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DVD를 우편으로 발송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어려움은 있었지만 나름 미래지향적인 사업이라 생각하고, 이 사업을 물주에게 팔려고 나섰다. 그러다 2000년 초 드디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르네상스타워 27층에 있는 블록버스터 CEO실을 찾았다. 블록버스터는 업계 최정상에 있었고, 넷플렉스는 겨우 신생기업이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1,000배나 되는 큰 회사였다.

 

넷플릭스 창업자들은 5,000만 달러에 회사를 팔겠다고 제안했으나, 블록버스터 CEO 존 안티오코(John Antioco)는 그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만한 가치가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후 2007년 넷플릭스는 온라인으로 영화를 공급하는 스트리밍(streaming)서비스를 시작했고 승승장구했다. 

 

2019년 말 넷플릭스는 190개 나라에서 1억 5천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주가 상승률은 지난 10년 동안 4,200배나 늘어 성장률도 단연 최고다. 넷플릭스는 이제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작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큰 손이 되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넷플릭스가 제작했다.

 

그럼 블록버스터는 어떻게 되었을까? 블록버스터도 뒤늦게 스트리밍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오프라인 가게에 의존하던 기존 사업은 이미 큰 짐이 되어 있었다. 2010년 블록버스터는 파산 선고를 받았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초기에는 몰랐지만, 블록버스트에는 없는데 그들에게 있었던 것이 하나 있었다고 했다. 절차보다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능률보다는 혁신을 강조하며, 통제를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 곧 특별한 조직문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헤이스팅스는 프랑스 인시아드 교수 에린 마이어(Erin Meyer)교수와 함께 넷플릭스의 문화를 소개하는 책 ‘규칙 없음(RHK刊)’을 펴냈다.

 

넷플릭스에는 휴가에 관한 규정도 없고, 출장이나 경비지출에 관한 승인도 없다. 그들은 하나씩 규칙을 없애나가면서 ‘자율과 책임’의 문화를 만들었다. 

 

2003년까지 넷플릭스에도 휴가 규정이 있었다. 여느 회사처럼 말이다. 그런데 직원들의 불만이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온라인으로 일하고, 집에서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 생각하고 있는데 왜 근태관리를 하며, 일 년에 며칠 쉬었느냐를 따지느냐는 것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직원들 중에는 휴가기간 동안에 놀라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걸 가지고 혁신적인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4년부터는 휴가규정을 없애고 ‘무제한 휴가’를 허용했다. 규정을 없앤다고 직원들이 실제로 휴가를 갈 수 있을까? CEO부터 솔선수범하니 직원들도 따라서 하기 시작했다. CEO가 적어도 1년에 6주를 쉰다. 

 

그런데 이렇게 규칙도 없고, 직원들이 많이 쉬는데 조직이 돌아가고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넷플릭스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성과를 담보하는 두 가지 장치가 있다. 하나는 최고의 직원들만 회사에 남기는 것(‘인재밀도’ 높이기)이고, 두 번째는 그 최고의 인재들이 스스럼없이 조언을 주고받는 ‘솔직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넷플릭스에는 세 가지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높은 인재밀도, 솔직한 문화, 그리고 규칙없음이 그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규칙이 없어도 분위기상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

 

블록버스터에는 없는데 넷플릭스에는 있는 것, 아니 보통 회사에는 다 있는데 넷플릭스에는 없는 것, 그것이 넷플릭스의 성공비결이다. 창의와 혁신이 중시되는 시대에 조직이 어떠해야 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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