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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32]왠지 서로 소통이 잘 안될 때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9/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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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김 부장은 부서원이 10명이다. 다른 부서원과는 별문제가 없는데 이상하게도 이 대리하고 대화를 하다 보면 잘나가다가도 결말이 안 좋다. 그래서 이 대리하고 이야기할라 치면 긴장이 된다. 최 선생님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할 때는 별문제가 없다. 그런데 집에 와서 고등학생 딸아이와 이야기할 때는 문제가 많다. 이번엔 잘해보자 하지만 결국 말싸움으로 끝난다. “그래, 너 알아서 하라고~” 마무리 말은 대체로 이렇게 된다.

 

어떤 사람들하고는 신경을 안 써도 부드럽게 이야기가 되는가 하면, 어떤 사람과는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그의 말에 신뢰가 가고 듣는 사람의 마음이 편한데, 어떤 사람은 반대다. 그의 이야기 내용을 곱씹어 보면 특별히 잘못된 것이 없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안 좋고, 트집을 잡고 싶고 그렇다. 왜일까?

 

이상하게 말이 잘 안 통한다 싶을 때는 비언어적인 요소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미국 UCLA 교수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은 60년대 말 의사소통에 대한 실험을 했는데 대인간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말의 내용보다 말투나, 말할 때의 몸동작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소위 메라비언 법칙이 나왔다. 말의 내용이 7%, 음성적 요소가 38%, 신체적 요소(바디랭귀지)가 55% 정도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 간 의사소통의 93%는 비언어적 요소가 좌우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수치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또 사람마다 같을 수가 없다. 그러나 메라비언 연구는 소통에 있어서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적 요소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왠지 소통이 껄끄럽다고 느껴지면, 비언어적 요소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우선 바디랭귀지부터 점검해 보아야 한다. 내 얼굴 표정, 눈빛 그리고 몸의 자세 이런 것 말이다. 그리고는 청각적 요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투가 좀 강했나? 내가 너무 빨리 이야기했나? 비언어적 소통도 소통인지라 서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내가 얼굴표정을 부드럽게 하면 상대도 부드럽게 반응하지만, 반대로 내가 긴장을 하거나 비웃으면 상대도 그렇게 반응한다.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거기에 맞추어 듣고 해석하고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위의 김 부장 사례를 다시 살펴보자. 이 대리의 행동을 살펴보니 김 부장이 바쁘게 어디를 나가려고 준비할 때 불쑥 나타나서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던 것이다. 김 부장은 은연중에 이런 이 대리가 싫었다. 최 선생님은 어떠한가? 학교에서 아이들과 씨름하고 돌아온 최 선생님은 집에 와서 딸아이와 대화할 때 딸아이를 거의 쳐다보지 않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서로 부드럽게 소통이 될 리가 없다.

 

사실 비언어적 소통은 단지 말투나 몸동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은 문화에 따라 소통방식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통을 할 때 메시지 자체를 중시하는 문화가 있는가 하면 메시지보다는 맥락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홀 교수는 고맥락 사회(high context society)와 저맥락 사회(low context society)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고맥락 사회이고, 미국은 대표적인 저맥락 사회이다. 미국에서는 말의 내용을 중시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말의 내용보다는 그 말을 하게 된 배경, 처지 등을 중시한다.

 

그래서 법정에서도 피고소인이 “내가 죽였다”하면 미국에서는 살인을 자백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살인을 고백한 것인지, 그만큼 도덕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인지 맥락을 충분히 따져 보게 되는 것이다. 

 

리더가 소통을 할 때는 말의 내용만을 전달하려 하지 말고, 청각적 요소와 신체적 요소를 동원하여 말의 의미를 잘 해석할 수 있도록 보완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어떤 장소에서, 어떤 시점에서 이야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하를 불러서 이야기할 것인가, 찾아가서 이야기할 것인가 또는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할 것인가 말이다. 왠지 말이 안 통할 때는 맥락을 바꿔보는 것도 좋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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